최대한 아무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시각에서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 참고로 저는 금융회사에서 일하기는 하지만 채권추심쪽이 아니라 기획관리 쪽이라 추심관련해서는 일반인과 같은 수준입니다.)
저도 일반인과 같은 지식이라 떼인돈이 있으면 이렇게 따라 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2017년도 알던 동네친구에게 200만원을 빌려주었고 3-4개월만 쓰고 추석명절에 준다고 했습니다.
그놈은 추석연휴가 되자 곧 갚겠다고만 하더니 며칠후 제가 전화해도 받지 않고 잠수를 탔습니다.
저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빌려줄때 주민등록증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꿔주는 당시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서비스를 이용해서 그 신분증이 진짜임을 확인했습니다.
※ 신분증은 꿔간놈의 신원과 소재지 파악을 위해 중요합니다. (+진위확인도 필수)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서 짜증나지 않은것은 아닙니다.
거액도 아니고 200만원 이고 포기할까 추심업체에 맡길까 했지만,
괘씸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는 아까운 돈이고 추심업체는 수수료가 아깝고 해서,
제가 직접 인터넷을 뒤져가며 소송절차를 준비해봅니다.
첫번째로 민사를 준비하였습니다.
(1년전 이맘때쯤이라 기억을 더듬어보면...)
민사는 소액대여금 청구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법원 전자소송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민사 과정은 워낙 비슷한 케이스가 많아 정해진 폼이 있고 빈칸에 꾼놈과 금액 사유 등을 기입하면 자동으로 완성이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근거로 통장에 찍힌 입출금 거래내역을 첨부합니다.
그럼 그 양식을 바탕으로 해당 채권자에게 지급명령이 송달되게 됩니다.
근데 꾼놈은 해당 주소지에 살고 있지 않아서 몇차리 반송이 되고
해당 주소는 예를 들면 123번지 보배빌라 103동 이라고 찍혀야하는데 123번지 라고만 찍혀서
실제로는 누가 사는지 알수 없는 주소라 거주지 불명으로 반송되었습니다.
(같은 동이라 신분증상 주소로 제가 먼저 직접 가보았습니다.)
귀찮긴 하지만 지급명령이 도달하지 않으면 민사재판으로 넘어가야합니다.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법원의 일정에 따라 재판 날짜가 잡히고 저는 참석을 합니다.
수많은 빚쟁이들이 앉아있었고 대부분 회사나 신용정보사 등의 직원이 앉아 있고
판사가 누구 왔냐 하면 앞으로 나가서 ㅇㅇㅇ가 맞냐는 식으로 간단히 물어보고 판결을 합니다.
제가 느끼기로 개인 자격으로 온 사람은 저밖에 없는것 같았습니다. ㄷㄷㄷ
원고 ㅇㅇㅇ 의 이름이 불리고 제가 떨리는 마음으로 앞에 나가 자리에 앉으면...
ㅇㅇㅇ가 200만원 꾼게 맞냐고 하고 맞다고 하니 바로 승소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
거래내역도 있고 하니 판결에 30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공장같은 느낌으로 확인하고 판결하고 확인하고 판결하고 확인하고 판결하고... 의 반복...
일단 민사소송을 승소한 저는 판결문을 확보하였습니다.
그리고 판결일부터 돈갚을때까지 원금에 더해서 이자를 받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결이 나도 안 갚는 경우를 대비해 연 몇%의 이자가 부과됩니다.
이게 있어도 무용지물인데 이놈이 다 차단했는지 연락이 안되어서...
두번째로 형사 소송을 진행합니다.
사실 금전거래로 돈을 연체하거나 안갚는것은 형사소송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안갚을 목적으로 돈을 꾼 것은 사기에 해당하므로, 저는 이것을 부각시켜 소장을 직접 씁니다.
처음 알려준 주소는 거주할 수 없는 주소를 알려주었으며,
급전이 필요한 사유도 확실하지 않았고
돈을 갚기로 한 날은 물론 그 이후에 일부라도 상환하지 않았음을 부각해서 소장을 씁니다.
사실 소장의 양식은 중요치 않습니다.
최대한 범죄요건에 해당하는 내용을 증거와 함께 작성하면 됩니다.
저는 증거로 카톡대화내용, 문자내용, 해당주소에 실제로 방문해서 찍은 사진(사람이 살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 민사소송 승소판결문을 첨부하였습니다.
그리고 경찰로 접수하면 귀찮다고 접수하지 않을수 있다는 얘길 듣고 검찰에 바로 사건접수를 위해 소장을 발송합니다.
며칠 후 사건이 접수되었다는 문자가 오고 경찰서에서 조서 작성을 위해 방문하라고 연락이 옵니다.
형사의 질문에 답을 하며 조서가 완성이 되고 그 조서에 사기죄의 범죄구성요건이 전부 포함되었는지 확인을 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뭐좀 강조해서 진술하고 조서에 포함시켜달라고 얘길하고 싸인하고 나옵니다.
그럼 경찰은 해당내용을 검찰로 올리고 검찰에서 사건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 꾼놈도 경찰조사를 받고, 구약식 판결이 나왔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
그이후에는 민사도 승소했겠다. 구약식 처벌도 내려졌겠다라는 안도감과
회사일과 병행하려니 시간도 잘안나고 바쁘고 귀찮음과
통장가압류나 강제집행 등 원금회수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더이상 진행을 못했습니다.
사이다 스러운 인실좆 경험담을 써드리고 싶었으나....ㅜㅜ
통장가압류는 어디가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집행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다들 말이 다르고 헷갈리고
통장가압류도 법원 홈페이지에서 작성하다가 뭔가에 막혀서 포기하게 되고 등등...
여기서 멈춘 상태입니다.
속편하게 신용정보회사에 맡길까도 싶었지만 과한 수수료도 아깝고,
가장 큰건 제가 직접 진행해보면서 공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혹시 전문가 횽님들이 이후에 어떻게 해야할지 잘아신다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냥 맨입으로 해달란건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드릴것도 아니지만...
동사무소에 쌀이라도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용정보나 채권추심회사에 수수료를 낼바엔 여기서 얻은 조언을 바탕으로 끝까지 제가 해보고
그수수료만큼 기부하는게 더 뜻깊은 일같아서...
후에 사이다 후기 준비하겠습니다. 도움 부탁드립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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