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10살 남자아이 조카가 있습니다
운동도 좋아하고 활발한아이라서
만나기만하면 항상 뛰어다니고 공차러다니고
친구아닌 친구처럼 지냈었죠
그러다가 저혼자 지방으로 이사갈일이 생기면서
누나와 조카를 만날일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던중 서울에 볼일이 생겨
간만에 누나네집에 들렀는데
조카 혼자있더라고요
누나와 매형에게도 주말이 없어진지는 오래되어서
조카도 어느덧 혼자있는게 익숙해졌나봅니다
조카와 간만에 만나 이런저런얘기를 했죠
요새 숙제가 너무많다는둥
축구잘하는 비법좀 알려달라는둥
삼촌은 여자친구있냐는둥..
이런저런 근황토크를 하고있었습니다
녀석이 태권도장을 다니는데 거기에 해먹이 있었나봅니다
흔들흔들 거리는게 재밌었겠죠
해먹에 푹 빠져있더니..
신나게 웃으면서 해먹 얘기를 하다가
우리집에도 해먹하나 있으면 참 좋을것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저에게 다음주에 있을 자기생일선물로 해먹을 사주면 안되겠냐고 하더라고요..
조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부탁한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자기엄마아빠가 눈코뜰새없이 힘들게 일하는걸 아니까
그나마 조금 쉬운? 삼촌한테 부탁해본걸텐데...
정말 비참하고 부끄럽지만
현재 제가갖고있는 전재산은 주머니에있는 3만원이 전부입니다
매달 월급을 받고있지만
250남짓 들어오는 월급에 대출이자 월세 공과금 교통비 통신비하면 숨만쉬어도 나갈돈이
230~240만원 되는 상황입니다
아주 위태위태하죠..
집안 사정이 있어서 받을수있는 대출이란 대출은 싹다 받아놓은 상태라 어디나올곳도 없습니다
끼니는 회사밥으로 떼우고 그마저도 식사시간 마지막쯤에 가서 잔반이 남는다면 포장해서 집에오는 수준입니다
그정도로 악착같이 살고있고 무너지지않으려고 악바리로 버티고 버티는중입니다
이런 조카녀석이
힘든 삼촌의모습을 어느정도 알기라도 하는듯
해먹사달라고 말할때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더군요..
그모습이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걸까요..
비싼걸 사달라고한 것도아니고 단돈 10만원이면 사줄수있는걸
왜 흔쾌히 사주겠단 말이 나오지 못한걸까요
집에와서 다시생각해보니 핸드폰요금 한달정지 되더라도
그냥 사주는게 나을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작 10살짜리애인데
이거저거 생각안하고 자기가 원하고싶은거
툭툭 내뱉을수있어야 하는 꼬맹인데
그런 꼬맹이가 자기집안의 사정과 삼촌의주머니 사정까지 신경써야한다는게
정말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프네요
인생을 어떻게 살았길래 10만원도 자기 조카에게 쓸수없는 상황이 되냐고
욕하실수도 있기에
덧붙이자면 중3때부터 부모님 용돈안받아가며
막노동으로 시작해 서른이 넘는 지금까지 일을 단한번도 쉬어본적이없습니다
밖에서 밥먹어야 하는 상황이되면 최대5천원짜리 식사를 찾고찾아서 해결하지
그마저도 안되면 굶으면서 참을때가 많습니다
토요일까지 풀로 일하고 일요일은 세차장 알바로 일하고
저에게 주는 휴식따위없이 일만하고 살아가고있습니다
그런데도 불어나는 이자만 커버할뿐
원금은 줄어들 생각을 안하네요
예전에 아버지가 보증을한번 잘못스셨다가
지금까지 후폭풍을 겪고있습니다
말이 길어졌는데
집에와서 다시생각해보니
핸드폰요금 한달정지 되더라도
조카에게 그냥 사주는게 나을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말로 잠자는시간 좀더 줄여서
일주일동안만이라도 신문배달해서 벌면 10만원못벌겠습니까
4시간뒤면 또 출근해야할시간이네요
어디 하소연할 친구도없고 그래서 끄적여봤습니다
다들 그렇게 하고 싶은거 못하고 사는 사람들 투성입니다
기운내세요.
잘곳도 먹을것도 없고 부모님 신세 지기는 쪽팔리고 부끄러워서 거제도 조선소 갔었어요. 먹어주고 재워 주더군요. 돈 쓸일 없습니다
지두 조카들 예뻐해서 어지간한건 다 해주는디...지두 가진게 별루 읎어서 몸으로 떼우는 위주로 하지만유.........ㅠㅠ
이 지경이 된 자기를 탓 하라
으휴...
그정도는 힘든것도 아니예요
힘냅시다!
그래도 힘내시고 분명 방법은 있을겁니다
그치만 조카에게 해먹 사주는거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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