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황지우
초경初經을 막 시작한 딸아이, 이젠 내가 껴안아줄 수도 없고
생이 끔찍해졌다
딸의 일기를 이젠 훔쳐볼 수도 없게 되었다
눈빛만 형형한 아프리카 기민들 사진;
"사랑의 빵을 나눕시다"라는 포스터 밑에 전가족의 성금란을
표시해놓은 아이의 방을 나와 나는
바깥을 거닌다, 바깥;
누군가 늘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버릇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다
옷걸이에서 떨어지는 옷처럼
그 자리에서 그만 허물어져버리고 싶은 생;
뚱뚱한 가죽부대에 담긴 내가, 어색해서, 견딜 수 없다
글쎄, 슬픔처럼 상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酒店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주면서
먼 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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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이 시, 오늘 더 가슴에 와 닿네요.
사랑하는 딸아이가 곧 어른이 되겠죠. 껴안아 주기도 불편할 수도 있겠죠.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점점 늙어가고 있고.
오늘도 점점 낮아지는 막걸리의 수위를 바라보며 아쉬워했습니다.
황지우 시인은 문단에서는 거의 방탄급인 분입니다.
예전부터 이 시를 좋아했는데, 오늘 더 가슴에 와 닿네요.
저도 자게에서 긴 글은 잘 안 읽는 편이라, 이만 줄일게요.
이런 멘트?시구?를 만들 수 있다는것 자체가 리스펙트 입니다.
저는 항상 황지우를 읽으면
이성복이 떠올라요 ,,
좋은 글 한편에 밤을 새던 그런 시절이 그립긴 해요,,
내마음은 그때 그대로인데 나 빼고 변해가는 세월ㅜ
딸을 안아주는 건 딸이 초경 아니라 할머니가 된 뒤라도 돼요... ㅠ.ㅠ
이시간만큼은 쪼매 젖고..
아침에 또 하이팅하문되지 않겟슴니까요
엄지척
참고로 전 유쾌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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