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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편, SNS서 화제
‘요한, 씨돌, 용현’ 세 가지 이름으로 삶을 살아온 한 의인의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고, 후원 계좌까지 개설됐다. 요한, 씨돌, 용현이 어떤 사람이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걸까.
이 의인의 삶은 지난 9일, 16일 2회에 걸쳐 SBS스페셜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 편을 통해 방송됐다. 요한, 씨돌, 용현은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이다. 본명은 김용현씨다.
1953년생인 김씨는 세례명인 요한으로 살다가 자신이 지은 이름 씨돌로 불렸다. 2012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자연인 김씨돌’로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밭에 씨를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그대로 놔두거나 지렁이와 대화를 나누는 등의 모습으로 ‘괴짜 자연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에겐 또 다른 삶이 있었다.
SBS스페셜은 타인을 위해 살았던 김씨 인생을 되짚었다. 김씨는 민주열사 유가족 공동체 ‘한울삶’과 함께 투쟁했고, 1987년에는 정연관 상병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 섰다. 김씨는 정 상병이 숨지자 발로 뛰며 증거를 수집했고 그가 정치적 이유로 구타 당해 숨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2004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정 상병은 당시 대선 부재자 투표에서 야당 대표를 지지했다가 구타당해 숨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에선 구조 활동을 돕기도 했고 1999년 정선군의 ‘토종벌 폐사 사건’으로 농가가 시름에 빠졌을 때는 관계 기관과 언론을 찾아 다니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김씨는 2004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정 상병의 의문사가 인정된 후 자취를 감췄다. SBS스페셜 제작진이 김씨 행방을 추적한 결과 그는 강원도의 한 요양원에서 발견됐다. 안타깝게도 우측 반신마비에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산에서 홀로 일하던 김씨가 뇌출혈로 쓰러졌고 지나가던 등산객이 그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했다.
제작진은 김씨 소식을 정 상병 가족들에게 전했고 이들은 15년 만에 병원 복도에서 마주했다. 정 상병 어머니는 김씨를 보자 “이 사람아, 이 사람아 왜 이렇게 됐어”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김씨도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다. 하지만 방송 출연료를 비롯한 자신이 가진 돈을 전부 기부하는 등 선행을 베풀었다고 한다. 돈이 없어 집중적인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후원 문의가 잇따랐다.
방송 이후 S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김씨의 삶을 응원하는 글도 이어졌다. 시청자 이모씨는 “방송을 보고 망치로 맞은 것 같다”며 “이분의 삶이 단순히 영화 주인공 이야기였다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너무 많은 감정이 쏟아져서 모든 감정을 글에 담을 수 없지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너무 감사하다는 말이 하고 싶었다”며 “아직 세상은 살 만하구나, 아름다운 세상이 있게 해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항상 저 또한 그 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씨를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 게시자는 “이런 분을 모른 척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그건 민주국가, 정의로운 나라,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17일 게시된 이 청원은 19일 현재 2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프로그램 말미에 이큰별 SBS PD는 김씨에게 “정작 본인에게 도움 되거나 관계되는 일이 없었다. 왜 그런 삶을 살았나”라고 물었다. 김씨는 종이 위에 힘겹게 적은 글씨로 이렇게 답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보는 내내 울었드랬죠.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ㅜ.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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