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첫 출간된 조국 교수의 저서 '형사법의 性편향'은 “형사법학이 여성주의 관점을 외면해 왔음을 비판하여, 한국형사법학의 자기반성 기회를 제공하는” (박상기, ‘서평: 형사법의 성편향’, 형사법연구 19호, 2003년) 최초의 연구서로서 환영 받았다. 이어 2004년 제2판 역시 “형사법의 남성편향을 치밀하게 비판하면서도, 여성주의 문제제기가 법치국가 인권보장체계와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하는” 내용으로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홍성수, ‘서평’,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람소리 24호, 2004년) 뿐만 아니라 “딱딱하게 여기기 쉬운 법 문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저자의 탁월한 능력과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여성신문, 2005년 5월 12일자)는 사회적 평가도 받았다. “앞으로 형사법의 성편향 개선을 위해 성평등적인 시각과 성폭력 피해자 목소리를 담아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던 바, (여성신문, 같은 기사) 조국 교수는 이러한 기대에 힘입어 연구에 더욱 정진한 끝에 2018년 전면개정판을 내놓게 되었다.
2003년 초판 이래 본서는 학계의 관련주제 해석론과 입법론뿐만 아니라,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바꾼 2012년 형법 개정, 부부강간죄를 인정한 2013년 대법원 판결에도 널리 영향을 주었다. 본 전면개정판은 특히 성폭력범죄의 남성중심적 판례 비판과 대안적 해석 및 입법론(제1장),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의 처지와 보호(제2장) 논의를 대폭 수정하였으며, 매 맞는 아내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한계(제3장), 매 맞는 여성의 남성대상 반격행위에 대한 남성중심적 평가(제4장) 부분 또한 손질했다. 저자의 결론에 따르면, 폭행·협박으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양태가 어떠하든 명백히 범죄로 선언하고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하며,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구성요건은 연령별로 재구성하고, 지속적 성희롱은 경범죄 형태로 형사처벌해야 하며, 영미법상 강간피해자보호법처럼 피해자보호법제를 강화해야 하고, 성폭력 사건수사중에는 피해자에 대한 무고 수사를 잠정중단해야 하며, 가정폭력처벌법은 실효적인 피해방지 조치를 갖추어야 하고, 매맞는 여성증후군 이론을 수용하여 피학대 여성의 가해남성 살해행위에 대한 형법적 평가를 재검토해야 한다. 다만 형법을 통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고 성폭력피해자 보호조치를 강화함에 있어서 범죄구성요건 명확성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합리적 의심여지 없는 증명 및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 이익으로 원칙은 견지되어야 한다.
최근 이른바 미투운동을 계기로 형사사법체계의 남성편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크고, 성평등의 형법적 실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은 때에 맞춤하여 본 전면개정판이 나오게 되었으니, 저자의 바람대로 학계, 법조계, 입법부의 검토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깊은 관심 또한 받아야 마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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