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부산에 사는 평범한 40대 가장입니다...라고 적고 보니까 정말 흔한 서두군요.
뭐 그렇습니다, 진짜 평범한 사람인데 어쩌다보니 아파트 입대의 회장직을 맡게됐습니다.
뭐 뉴스에 나오는것처럼 제대로 한탕 해먹고 튀어보자 이런거 아니구요, 코로나때문에 해외출장을 못가다 보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구요, 그게 문제의식으로 발전해서 여차저차 동대표에 출마하고 회장까지 당선됐습니다.
취임이 1월 말이었으니 이제 10개월 쯤 되가네요.
그간 많은 일이 있었고, 이 일을 술안주로 삼아서 썰을 풀자면 10박 11일로도 모자랄만큼 기상천외합니다, 별의 별 일들이 다 있죠. 뭐, 몇천명의 사람들(약 1,600세대)이 모여사니 당연한거겠구요.
그런데 최근들어 가장 시끄러운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파트 단지 내 길고양이 밥주기'
회장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올해 3월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길고양이 문제가 공론화되어 당시에 논쟁이 있었고 그 때 누군가의 댓글을 보고 제가 제시한 대안은 아파트 인근에 붙은 기부채납지인 소공원에 제대로 된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할테니 길고양이 밥 주시는 분 중에 누군가가 관리자가 되어 관리해주십사 했었습니다.
이 댓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식으론느 아니지만 모집을 했었는데...
아무도 지원 안하셨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당연히 아파트 단지 내 고양이 밥주는 행위는 안되는 걸로 했었죠.
아파트 단지 내 모든 공용부분은 주민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없으면 마음대로 물건을 적치하지도, 구조물을 추가나 제거하지도 못하거든요, 공용재산인데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고양이 밥이라고 하시지만 이게 사후처리를 안하면 그냥 쓰레기가 되는 건 당연한 얘기겠죠.
고양이 밥이라고 준 게 결국 이렇게 됩니다(약험주의)
고양이 급여 후 버려진 1회용기
그릇없이 그냥 뿌려놓은 사료
내부가 오염돼 위생이 상당히 걱정되는 고양이 쉼터
고양이 급여 후 버려진 캔과 1회 용기들
우천 후 고양이 밥에 빗물이 들어가 부패한 상황
지네와 파리등이 서식중인 고양이 사료통
이것 외에도 엄청 많습니다.
계속해서 저런 문제가 생기고 발견되어 그러지 마십사하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지난 3월에 냈던 아이디어를 다시 꺼내 고양이 급식소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아 아니 현재도 모집중입니다. 기한은 11월 30일까지.
그렇게 결의를 하고 회의결과 공고를 하고 모집공고문도 붙었는데...
회사에서 열심히 원화채굴하고 있는 제게 관리소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는...
'회장님, 지금 아파트에 민원전화가 쇄도해서 업무가 안됩니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누군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구청 관련 과 전화번호등을 기재한 게시글을 올려 캣맘커뮤니티에 퍼진 거 같고 그래서 구청이고 관리사무소고 난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인터넷 검색해보니 정말 많이 나오드라구요...ㅎㅎㅎ
관련 내용은 디씨인사이드 안티캣맘이라는 갤러리에 잘 설명되어 있어 링크로 대체하겠습니다.
https://gall.dcinside.com/mini/board/view/?id=anticatmom&no=1195&page=1
그 뿐만 아니라 아파트 살기 좋은 곳 만들어 보겠다고 매주 일요일마다 단지 내 청소하고 각종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활동하는 봉사단체를 폄하하는 글이 제가 사는 연제구 민원게시판에 몇 개씩 올라왔네요...그 글 내용들 보면 정말이지...너무 속이 상합니다. 그 봉사단체 분들 정말 좋은 분들이고 엄마 아빠따라 나와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주민들이 무심코 버린 쓰레기 담배꽁초 집게로 주으면서 다니는 거 보고 '아 이게 다 같이 사는거구나' 했었는데, 그런 걸 보고 아동학대라고 하질 않나...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지금은 은근 골치아프고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뺏기네요.
아파트는 사회의 축소판 같습니다.
일부 극성인 분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의결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르면 아파트건 나라건 다 산으로 가는 거 같습니다.
보배형님들이 불철주야 정의를 위해 싸우시는데 이런 사소한 문제로 하소연해서 죄송한 마음으로 세줄 요약 들어가겠습니다.
세줄요약:
1. 아파트에 마음대로 밥주고 뒤처리도 안하는 캣맘들에 그러지 마시라고 하며 대안을 제시했으나 묵살당함.
2. 입대의 의결로 금지한다고 하니 캣맘 커뮤니티에 민원테러를 종용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갔고 실제로 테러당함
3. 대화를 하자고 하지만 고양이처럼 숨는 습성을 가지고 계셔서 대화도 불가.
참 희한한 삼들 이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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