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아이님 안녕하세요.
베스트에 올라가 있는 주유소 직원분이 남기신 글에 댓글 남기신걸 보았습니다.
직접 주유하기가 어려운 남편분께서 부득이하게 셀프 주유소를 찾으셨다가
직원 분한테 주유 서비스를 거절 당하셨다는 내용이더라구요.
우선 말을 더 이어가기 전에 제 소개를 조금 드리자면,
저도 희망아이님 남편 분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 장애인입니다.
그렇다 보니 희망아이님이 말씀하신 어려움이 충분히 공감되구요.
저 역시 장애인이지만 LPG 차량이 아닌 디젤 차를 운행 중이라
주유소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지만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이
어쨌든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주유를 해야 하는 타이밍은 차를 운행하는 차주가 가장 잘 아는 것이니
저는 주유를 해야 하는 날이면 아침에 나갈때 꼭 음료수 하나 정도 챙겨서 나갑니다.
그리고 셀프 주유소를 가야 하는 경우, 직원 분에게 사정을 잘 설명하고
장애인 등록증이랑 휠체어를 보여드리면서 정중히 부탁드리는 편인데요.
100이면 99는 선뜻 도와주시더라구요.
물론 감사의 의미로 음료수도 전해드리구요.
20년째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정말 좋은 마음으로 배려해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장애인을 안좋게 생각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곤 합니다.
근데 그러려니 하세요.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억울 할 때도 많지만
장애인이 벼슬이 아니라는 말에도 저는 공감을 합니다.
우리 장애인들이 외치는 평등한 대우라는 말의 핵심은 말 그대로 평등이잖아요.
더 많은 혜택을 누리거나 더 많이 도와 달라는 말은
평등이 아닌 특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오랜시간 장애인으로 살다보니 장애인 단체 쪽에서도 활동을 좀 했었는데
그런 자리가 불편해서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그들은 평등 그 이상을 얻기 위해 비장애인들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일을
자주 하곤 하거든요.
그럴 수록 장애인의 대한 인식은 되려 더 안좋아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
먼저 배려를 해보세요.
사실상 법률적으로 도움을 줄 의무가 없으신 분들인 건 맞으니
저처럼 음료수라도 하나 챙겨 드린다던지,
음료수 같은게 없다면 감사의 의미로 수고비라도 조금 드린다던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제 생각이지만 매몰차게 거절 할 주유소는 없을거에요.
오히려 저는 쭉 그렇게 해오다 보니 제 차가 주유소에 들어서면
감사하게도 먼저 달려오셔서 말도 하기 전에 웃으면서 넣어주시곤 합니다.
안그러시겠지만 혹여라도 "내가 왜 음료수나 팁 같은 것까지 챙겨줘야 하지?"
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가장 현명한 방법은 조금 멀더라도 일반 주유소를 찾아가는게 맞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장애인들끼리 일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우리 장애인 직원들한테 항상 말하는 것이 있는데요.
"굳이 너희들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서 상처 받지 마!" 라는 말이에요.
냉정하게 말씀드려서 가슴 아프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세요.
그리고 덤덤해지셔야 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복지 강국들...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독일 등등..
일 때문에 꽤 가봤지만
그 나라의 사람들이 특별해서 복지 강국 소리를 듣는게 절대 아니에요.
그 나라들이 복지 강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장애인이 부탁 할 이유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런 나라들에도 장애인 차별은 존재하고, 장애인 혐오자들도 많습니다.
사람으로만 따지면 한국만큼 정 많고 배려심 넘치는 나라도 없어요.
다 아직 열악한 환경이 문제일 뿐 입니다.
사람을 탓 할 것이 아니라 그런 점에 대해서 변화를 요구하는게 맞다고 보지만
아쉽게도 쉽게 변하기 힘든 부분이잖아요.
굳이 과거의 저처럼 상처 받는 일이 많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세요.
조금 번거로워 졌을 뿐, 우리도 다 할 수 있습니다...^^
정독햇습니다
이런분들 덕에
장애인 인식이 좋아질듯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없는 그 날이 오길!
항상 다니던 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바뀌면서 거부 당했던 일이 시작이였는데, 이기적인 흔한 장애인 가족이라는 댓글, 주유가 불가능한 장애인이 어떻게 운전 하느냐라는 댓글을 본 순간에는 손이 떨릴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뛰더라구요. 뭔가 제 의도와 크게 벗어나 잘못됐구나 싶은 생각에..
저는 남편의 장애를 무슨 훈장처럼 생각하지도, 주위 배려를 당연시 생각한 적 단 한번도 없지만 댓글 하나에 하루 아침에 이기적인 장애인 가족이 되어 있더라구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앞으로 댓글이나 글 올리는데 많이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신 글이여서 댓글 삭제는 못 하나 또 어떤 글들이 달릴까 걱정은 많이 됩니다.ㅠ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데 말입니다
앞으로도 상처받을일이 없진 않을꺼예요
너무 심여치 마시고 마음 잘 추스리시길
바래봅니다 힘내세요
저 역시 다 겪어 본 일들이기에 얼마나 속상하고 불안하실지 잘 알고 있어요.
한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적대시 하는 사람들보다 공감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꼭 아시고 잘 이겨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도 상심이 크고 힘들지만 그럴 수록 가족들이 더 힘내서 응원해주셔야 해요.
모든 것에 담담해지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앞으로의 시간들이 훨씬 편안해지실 겁니다.
저도 항상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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