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계열사 직원에 '갑질'?..고장 신고 했더니 "팀장 바꿔라"
임상재입력 2022. 9. 27. 14:49
심각한 자동차 고장이 수차례 반복돼서 소비자원에 신고했더니 자동차 회사에서 차주 직장에 전화했습니다. "팀장 바꾸라"며 항의를 했다는데, 어떤 사연일까요?
"차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6번이나 심각한 고장"
지난 2015년 12월 기아 K5 차량을 구매한 한 30대 직장인. 그런데 1년쯤 뒤인 2017년 1월부터 심각한 차량 고장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차가 안 나가고 헛바퀴가 돌거나 차체가 덜덜 떨리는 현상이 계속된 겁니다. 가족이 함께 타고 고속도로를 가다가 고장이 나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맡겼지만 똑같은 고장은 반복됐습니다. 모두 6차례였습니다. 차를 맡기면 '이 부품 바꿔보자', 또 고장 나면 '저 부품 바꿔보자'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신고했는데 회사로 전화‥"팀장 바꿔"
결국, 차 주인은 참다못해 한국소비자원에 신고했습니다. 원했던 건 교체 또는 환불. 그런데 신고 사흘 뒤 직장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기아의 고객서비스팀장이었습니다.
"그룹사 직원이 품위 없이‥인사팀에 연락해요?" 갑질
통화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당신 직장 부서장과 통화하겠다."고 말한 겁니다. 기아차 직원이 왜 차 주인의 직장 부서장과 통화를 하겠다고 한 걸까? 알고 보니 차 주인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직원이었습니다. 즉, "같은 그룹사 직원이면서 품위 없이 왜 소비자원에 신고를 했냐"며, 신고 철회를 요구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식으로도 얘기했습니다. 차 주인은 통화 이후 극심한 압박감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현대모비스는 기아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아 팀장이 자신을 압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K5 소비자 "살면서 처음으로 공포감이라는 걸 느꼈고 이후로 한 달 정도는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습니다. 인사 언급을 얘기하니까 불이익을 진짜 받는 거 아니야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렵게 들어온 직장인데, 혹여라도 정말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걱정도 됐습니다. 결국, 차 주인은 소비자원 신고를 철회했습니다.
기아 감사실 "갑질 확인 안 되니 소송 걸어라"
그 후 몇 년 뒤 차 주인은 직장을 옮겼고, 그러고 나서야 용기를 내 기아 감사실에 이러한 '갑질' 행위를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기아의 대답은 기대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통화 녹취 자료까지 다 냈지만 "확인이 안 된다"며 "소송을 걸라"고 했습니다. 소송 결과가 나오면 인사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아 감사 직원 / K5 소비자와 대화 중 (2021.11.05.) "진정성 없는 대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본인이 구제받거나 본인이 조금 더 권리 주장을 하실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저희도 약간 당황스러운 거예요."
'다른 방법들도 많은데 왜 굳이 감사실에 신고했느냐'는 물음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K5 소비자 "녹취록이 담긴 증거를 제출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의견은 무시하더라고요. 사과도 요구했었고 가장 근본적인 건 사과였거든요. 진심 어린 사과를 저한테 했더라면 사과를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는데 둘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답변했고‥"
기아 "개인적 일탈‥'주의' 조치"
취재 과정에서 저는 기아에 공식 입장을 물었습니다. 기아는 담당 팀장이 고객 직장에 전화한 건 '부적절한 행위'로 판단해 면담하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며 '주의' 조치를 줬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계열사 간 갑을 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기아 직원이 타 계열사 인사 등에 절대 영향을 미칠 수는 없는 구조"라면서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해명했습니다.
K5 소비자 "차량에 하자가 있음에도 어필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느꼈고요. 기아 측에는 직원이 잘못했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아쉽고 진정한 사과를 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상재limsj@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11713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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