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는 강아지들 때문에 담장을 허물고 1.2미터 정도의 높이로 휘어짐 그대로의 각목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었다.
강아지들이 밖을 볼수있도록 주인의 배려가 담겨있다.
승복 바지에 갈색워커, 카우보이 모자에 큼직한 배낭하나를 걸치고, 컵을 비롯한 용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으니, 멀리서도 쉬 알아보곤 한다.
소릴 질러야 간신히 들릴 거리쯤에서 부부가 양팔을 흔들며 뭐라고 외친다.
털보와는 열네살 차이가 나고, 형수는 여섯살이 많다.
그냥 형님, 누나라 부른다.
부부는 아이가 없다.
남들이 하는 보편적인 시술을 다 해봤지만, 언젠가 부터는 포기하고 살아간다.
자식이 없다는게 불안하고, 조상들에게 죄를 짓는듯한 기분 이었지만, 요즘은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살아간다.
봉화의 폐가에서 인연이된 털보와 삼년째 찾곤한다.
약초산행을 하기도 하고 겨울에는 혹한기 노숙을 함께 하기도 한다.
마당에 연기가 오르는걸 보자니, 백숙이라도 끓이는 모양이다.
“이야~ 딱 마찼따!
들어오이라! 묵자!”
“아유~ 삼촌아! 도시남자가 기 머꼬?
패션이 바뀌는걸 못보겠다!”
“누나도 승복한번 입어봐~
얼마나 편한지~”
“경호 니때문에 나도 승복바지 하나 구했다.
진짜 죽이더만?
삼복더위에 거 입고나가면 불알밑에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기...
끝내주더라!”
세사람이 배꼽 빠지도록 웃으며 만남이 시작된다.
감나무 그늘아래 평상으로 백숙이 옮겨지는데, 큼지막한 더덕이 수북하게 놓여있다.
“형, 더덕 많이 캤네?
우와! 더덕이 이렇게나 크네?”
부부가 좀전의 웃음에 더해서 신나게 웃는다.
“형님 따라다닌지 3년차 아이가?
약초인생 삼년차에 잔대도 모리머 우짜노?
선생이 영 아인갑다!”
“그래, 촌놈들이 보머, 더덕인줄 안다!
이기 잔대다.
백숙에도 잔대넣고 끼리따!
오늘은 잔대파티 함 하자!”
“자, 그러면 내가 책으로 배운 잔대를 설명 할테니까, 몇점인지 봐줘!
잔대는 여성질환에 최고의 약초다!
산후풍, 자궁염, 생리불순, 자궁출혈등 여성질환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다.
가래를 없애주고 천식에도 효능이 좋다.
내가 잔대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해독 효과다.
뱀독, 농약, 화학, 중금속, 니코틴, 간의 술독까지 해독하는데 최고의 능력이 있다!
기혈 보충에 효과가 있어, 평상시 꾸준히 복용하면 기력에 좋다.
아! 하나더, 현대인들이 인스턴트 식품 섭취로 인한 화학조미료를 해독하는 기능이 있다!
이정도면 쓸만하지?”
“이야! 내느 읽어도 읽어도 그렇게는 못외우겠다.
맞다!
그정도면 구십점 준다!”
“오빠가, 엥간한 약초들은 지나쳐도 잔대는 꼭 가져온다.
내 무라꼬...
우리는 일년내내 잔대 떨어지는 날이 없다.
물도 잔대 우려내서 마시고, 잔대잎은 나물로 묵고, 더덕처럼 양념구이, 도라지 처럼 새콤하게 무쳐서 묵고, 하여튼 잔대가 짱이라!”
누나가 화로에 잔대를 올려 양념구이를 하는 동안에 털보가 잔대 하나를 잡더니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낸다.
신기하게도 단단할듯 보이는 껍질이 털보의 손에서 무너진다.
“자, 이거, 초장에 찍어서 무바라!”
잔대주 한잔을 마시고, 초장에 찍은 생 잔대를 먹어본다.
“더덕하고는 완전히 다른데?
쓴맛이 있는듯 없는듯, 더덕보다 연하고...
암튼, 초딩 입에도 맞을듯 하다.”
접시하나에 빨간양념이 묻은 잔대가 보인다.
“누나, 이거 구울거야?”
“아이다! 그냥무라!
고추장에 박아서 만든 장아찌다.”
잔대 하나로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수 있다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내일, 잔대사냥 갈거니까, 미리 예행연습 한다 생각하고 무라.
그라고, 약초를 구한다는게 사람들은 착각을 하던데....
산에서 뭔가를 얻어오면, 반드시 그만큼 돌려줘야 되는거라!
니도 보면알지만, 이집 뒷마당부터 우리산은 약초 천지다!
갈때마다 모종심고, 씨앗뿌리고....
내산만 그러는게 아니다. 내가 지나간 모든산에 씨앗을 뿌려주고 온다.
늙어서 나도 묵겠지만, 우리 가고나도, 사람들이 얻어갈수 있도록 하는거라.
내가 도움받은 이상으로 돌려주면, 산도 반드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라!”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 사람들은 남을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많이 배웠다고, 많이 가졌다고, 이기적인 사람들은 형님한테 배워야 겠다!”
“헛소리 고마하고, 내가 잔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잔대는 모든 뿌리식물 중에서 가장 오래사는 종류다!
재배하는 도라지는 삼년마다 옮겨주지 않으면 4년째 뿌리가 녹아버린다.
산삼도 환경에 따라서 시기가 지나면 녹아 없어지는데, 이놈은 더덕보다 무르면서 사람이나 짐승이 죽이지 않으면 계속 살아간다.”
“형님 때문에 나도 잔대 매니아가 되겠다!”
“머시마들! 참 힘들게 산다!
요, 심어논거 천지다.
이 더븐대 머할라고 생고생이고?”
“야! 니가 대장부의 길을 우째 알것노?
오늘은 니혼자 독수공방 해봐라!
서방 귀한줄 알아야지!”
농담으로 집을 나선다.
털보가 임대한 산 입구에서 산행을 준비한다.
승복 바지에 스패츠를 착용하고, 털보는 그냥 장화만 신고 오른다.
각각의 나물들과 독초들, 먹는 버섯과 독버섯을 설명하며 느릿하게 걸음한다.
“이야! 진범이네?
이런건 먹으면 죽는다!
잘 봐둬라!”
이런저런 설명을 들어가며 더더욱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나물과 버섯은 마트에서 사먹자!’
생식이 가능하다는 벗섯류와 쌈으로 가능한 나물들을 모아서 주먹밥을 꺼내 상을 차려낸다.
기름장과 쌈장이 전부지만, 먹을수록 더 먹고픈 밥상이다.
“형! 누나는 아이를 원하는것 같던데?
뭐 약으로 도움되는건 없나?”
“수연이, 아 못가진다.
내도, 지도 알고 있었다. 안된다는거....
안되니까 더 원하는거지....
나도 그랬던거 같다.
솔찍히, 이래 살줄도 몰랐다.
자, 어릴때는 집보다 병원에서 산게 더 많을거다.
이래 살아주니 얼마나 고맙나?
아도 필요없다.
같이 늙어주면 기 전부다.
그래서 내가 잔대를 귀하게 생각하지.”
잔대를 보면 털보가 생각난다.
회식갑니다~~
왓쪄염~뿌우~*.*;;;
가리
맛나게 드세유
즐건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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