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임시거처로 갈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으나, 내키는 걸음으로 가다보니 영 다른코스로 가버렸다.
임시거처로 갈때는 준비하는 음식에도 차이가 있다.
산속에서 노숙할때는 불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들을 준비한다.
주먹밥과 빵 종류를 끼니 숫자에 맞춰서 간다.
임시거처로 갈때는 그곳에 둔 양념과 도구를 사용할수 있으니, 식재료를 넉넉히 준비한다.
오늘은 임시거처로 가서 잔대로 소주를 삼켜볼 계획으로 올랐는데, 방향상 임시거처로 갈수없는 시간이 되 버렸다.
그러던 중, 잔대 하나를 발견하고 설명이 한창이다.
“잘봐라!
아까 봤던건, 분명히 잎이 다섯개였지?
이건 네개다.
아까보다 잎의 굵기도 더 좁아졌지?
잎이 두개짜리도 있고, 세개, 여섯개 짜리도 봤었다.
다 크기도 굵기도 다른데, 잔대의 종류로 친다고 하더라고!
효능도 같다니까, 잘 확인해야 한다.
단디 바둬라!”
칠월말쯤의 시기엔 나같은 초보도 쉬 잔대를 찾는다.
이쁜꽃이 펴 있으니 수월하게 찾는다.
오늘 열심히 배우지만, 다시 몇달간의 공백기간이 생기면 기억에서 사라질테다.
꾼이 되려면, 반드시 약초와 같이 살아야 한다.
“그나저나, 큰일이다.
아무래도 비가 올거같은데....”
“내 텐트라도 가져올걸 그랬나?”
“비 예보는 없었는데, 여름날씨는 알수없다.
저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마을 하나가 나온다.
빈집이 좀 있으니까, 거까지 가보자.”
나 혼자라면 빗방울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비를 예측하지 못한다.
늘 속으면서도 기상청을 믿어보곤 하지만, 하늘보며 사는 사람들은 짐작으로 비를 예측하기도 한다.
잔대와 더덕, 지치까지 푸짐하게 구했으니, 발걸음을 재촉한다.
작은 마을 하나가 눈에들고, 가장 산쪽에 닿은 빈집의 떨어져 나간 대문을 들어서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야! 멋지게 맞췄는데?”
“그러게, 비맞을뻔 했다!
방이나 함 볼까?
밤 새워야 하니....”
세면장으로 사용하던 마당에 우물이 하나 있다.
낡은 두래박으로 물을 올려보니, 마셔도 좋을만큼 맑다.
식수는 해결했다.
방에는 장판도 없다.
시멘트 바닥에 벽지도 다 떨어져 있고, 비는 새지않지만 천정을 가렸던 합판도 남아있지 않다.
창문도 문도 하나도 없다.
이쪽 저쪽 방들을 돌아서 비교적 깨끗한 합판 두장을 골라서 밤이 깊어지면 잠들곳으로 준비한다.
마루 자재와 떨어진 몰딩을 줏어 방 한가운데 모닥불을 지피고 저녁 준비를 한다.
코팰은 있지만 버너는 없다.
오늘은 순수하게 불요리를 해야만 한다.
갈증날때 먹으려고 가져온 무우로 무밥을 준비하고, 임시거처에서 먹으려고 가져온 간고등어를 굽는다.
20인분용의 마른 미역이 있는데, 고민스런 시간이다.
어제 저녁에 배운 미역국을 한번 시험해볼 기회이긴 하지만, 망설여진다.
솥뚜껑에 삼겹살을 굽던 지난밤이다.
낮에 먹고남은 백숙 국물까지 완벽하게 처리해 버리고, 국 하나가 아쉬운 시간이다.
“수연아!
머 국하나 없나?”
나보다 일찍 무너진 털보가 국을 주문한다.
“국거리 고기가 하나도 없는데,
고기없이 미역국 끓여줄까?”
“누나, 고기없이 미역국 끓이는게 가능해?
그럼 뭐가 들어가지?”
“아무것도 필요없다!
미역에 참기름, 마늘하고 소금만 있으면 된다.”
그 소리에 집중하고 배우는 자세가 된다.
여행을 좋아하니, 간단하고 쉬운 요리법에 관심이 많을수밖에 없다.
5분정도 물에불린 미역을 손으로 한번 짜내고는 냄비에 담아 불에 올려서 물기를 날려준다.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간 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탁! 타탁! 타타탁!”
소리가 나도 계속 볶아준다.
미역에서 하얀 진물같은게 나올때까지 볶아준다.
그리고 물을 부어주고 끓여준다.
소금으로 간을하고 맛나게 먹는다.
실습을 결심하고 미역국을 끓여본다.
“이야! 니는 어제 한번보고 할줄아나?
20인분 이라고 써 있지만, 얼마나 꺼내야 할는지 대중하기가 곤란하다.
아무리봐도 혼자 먹기에도 모자르단 생각이다.
두래박에 물을 받아서 미역 한봉지를 털어넣었다.
밥이 익어가는 시간에 털보가 부른다.
“두래박에서 머가 튀 나온다!
저 머꼬?”
그제서야 20인분 이라고 써 있는걸 이해한다.
뭐, 천천히 안주하며 먹어치우면 되겠지?
밥을 먹고, 불어난 미역을 몇차례 반복해서 국을 끓이고, 술안주로 먹는다.
밖에는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창너머는 온통 먹색으로 변했고, 불빛 일렁이는 모습이 살아있는 생명같다.
그런중에 문제가 생겼다.
“형! 괜찮아?”
“니도 그러나?
내 생전에 이런 느낌은 한번도 없었는데......”
뭔지 알수없지만, 뒤를 내주면 불안해 진다.
알수없이 긴장되고,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상황이다.
잊어보려고 우스운 소리를 내봐도, 긴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번째 됫병을 열어도 긴장해서 그런지 술기운이 오르지 않는다.
술과 미역국의 콜라보로 더디어 방광에서 소식이 들려온다.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어, 방에서 거실로 연결된 문이 떨어진 곳에서 급하게 사격한다.
서로의 그런 상황을 보며 웃음보가 터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새벽 두시가 넘어갈쯤, 나는 술기운에 꿈나라로 들어간다.
꿈속에서 수차례 알수없는 뭔가에 쫓기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길 반복한다.
식은땀으로 깨어보니, 털보는 밤새 잠들지 못하고 불을 지피고 있다.
“형, 밤 샌거야?”
“응, 시발! 눈을 감을수가 없는거라!”
마당으로 나가서 배낭을 준비하는 중에 마을 어르신 두분이 지나다가 대문앞에 멈춘다.
“거 머하노?”
“예, 약초꾼인데, 어제 비가와서 하루 잤심더!”
“어허~ 그래?”
“거바라! 머 여서 귀신밨다꼬 도망가듯 이사가더니....
귀신이 있으머 저사람들은 와 멀쩡하노?”
“그러게!
요새 귀신이 어딧노?”
어르신 두분의 이야기를 듣고있으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로부터 두달 정도는 폐가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빙하기를 격었다.
컵라면으로 시작해요~
야하네요~~~
어릴 적에 이맘때면 친가친척 모두 모여
봄나물 캐러 다니던 기억이 나네예
산 밑 어귀 응달진 미나리깡에서 미나리 따고
취나물 참나물 캐고
쌉싸름한 씀바귀도 캐고 도라지도 캐고
쑥은 기본템이었지예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잘 하셨어요~~
즐건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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