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도 사람인데...
아무리 심지 깊고 차가운 머리의 ‘박근혜’라고 해도 그의 가슴에는 누구보다 뜨거운 피와 눈물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다만 참고 견디는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이빨을 악물고 피눈물을 훔칠 것이다.
권력자와 정치적 신념으로 맞선다는 이유 하나로 모질게도 핍박하다 못해 선친까지 욕보이고 있다는데 더는 견뎌내기 힘들 것이다. 아마도 붉디붉은 분루를 흘리고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MB를 만나고 나올 때마다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끝내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며 분개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법과 원칙 그리고 신뢰의 철학에 힘을 보태주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공천학살을 당하고 옥고를 치러야 하는 추종자들의 참상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어찌 무심할 수 있겠는가? 그도 사람인데 말이다.
한나라당내의 소위 MB친위대는 날마다 박근혜를 오물오물 씹고 있다. 가장 비열한 릴레이로 1인1건씩이란다. 급기야 MB의 3인방은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까지 주저 없이 모욕하고 나섰다. 제들의 성에 차지 않으면 못할 짓도 못할 말도 없다는 느낌이다.
지난 며칠 동안 MB와 해외나들이를 하고 온 정몽준이 미생지신에 이어 처염상정을 들먹거리며 박근혜의 ‘신뢰’ 까뭉개기에 내놓고 동참했다. MB의 세종시법 수정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였다는 것까지는 이해하자 그러나 충청도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박근혜를 보증인으로 세워 놓았음에도 사전 타협 한 번 없이 양심을 버리라니 이게 어찌 말이 되는 짓거린가? 권력에 취해도 너무 취했다. 박근혜가 누군데 거짓말 대열에 호락호락 따라 가겠는가. 큰 실수다.
아마 MB의 사람들은 박근혜가 차기에 대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권력으로 충분히 낙천시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법도 하다. 설렁 대권을 잡더라도 박근혜의 포용력이라면 정치적 보복은 하지 않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MB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왜냐하면 박근혜의 대권은 필연이다. 국민의 요구이고 이 시대가 내리는 지상명령이기 때문이다. 권력으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천심이 지켜주고 있어서다. 친이계의 반듯한 얼굴마담은 없다.
두 정씨가 권력을 등에 업고 죽기 살기로 깔쭉거리고 있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상태다. 친이가 선거인을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해도 당원은 두 번 속지 않는다. 제대로 된 인물에 몰리게 마련이다. 물러나는 권력에 줄 설리도 없다.
그리고 박근혜는 단죄의 칼을 뽑을 것이다. 그의 칼은 보복이 아니라 굴절된 정치사의 청산이다. 이 땅에 정치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를 박해하고 업신여기는 못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과감한 인물교체를 통한 새판 짜기가 이루어 질 것이다.
대국민 사기와 비리의 전력은 말할 것도 없고 신뢰를 목숨으로 아는 박근혜가 매길 청산 1순위는 당연히 배신자들이다. 신의를 헌 신짝 버리듯 내동댕이치고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간들이다. 그렇다면 배신자의 낙인이 찍힌 자들은 누구인가?
그 역사적 사건의 피고석에 등장할 인물들이 오늘도 살벌하게 설치고 있다. 두려움조차 까먹은 바보와 야쿠자의 사이에서 말이다. 벌써부터 유한한 권력의 시녀들이 감당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버거워 보여서 걱정스럽다.
글쓴이 : 정학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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