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와 자동차 경기장의 살아 움직이는 꽃 레이싱 모델. 가는 곳마다 수많은 팬과 스포트라이트가 따르지만 인내심과 절제력, 끊임없이 자신을 가꾸고 변신해야 하는 ‘자기 관리’가 절대적인 고된 직업이기도 하다. 이렇듯 화려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세계로 뛰어든 또 한 명의 여성이 있다. 2008년 5월, 카 TV에서 주최한 ‘이그조틱카 페스티벌’로 데뷔한 새내기 모델 황미선(27). 강원도 속초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그녀는 20살 때 가족과 함께 서울로 올라와 전시장 도우미, 행사 의전, 피팅 모델, 방송 단역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레이싱 모델 경력이 아직 1년도 안 된 새내기지만 촬영에 임하는 자세나 포즈,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내세우는 것은 프로 모델 뺨친다. 요염하게, 때로는 순수한 소녀처럼
170cm 키에 몸무게 48kg. 지금은 누가 보아도 완벽한 몸매를 지녔지만 한때 그녀는 몸무게 60kg의 ‘통통녀’였다.
“친척들이 저를 볼 때마다 살 빼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그 소리가 지겨워서 고등학생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금식부터 식이요법까지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지금은 저녁 금식과 운동으로 몸매를 유지하고 있어요. 운동은 조깅이나 스트레칭 같이 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로 하구요.”
카메라 앞에서는 요염한 고양이 같더니 인터뷰를 통해 본 그녀는 눈이 크고 순수한 마치 소녀의 모습 같다. 하지만 촬영이 다시 시작되자 조금 전까지 다소곳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다시 발랄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예쁘다’와 ‘섹시하다’는 말 가운데 그녀는 어떤 말이 듣기 좋을까?
“물론 둘 다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말이에요. 하지만 진짜 듣고 싶은 말은 ‘매력적이다’라는 말이죠. 예쁘고 섹시한 것은 한시적이고, 어찌 보면 흔한 말이잖아요. 하지만 매력적인 여성은 볼수록 예쁘고 절대 질리지 않아요. 무엇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갖춰진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말이죠.”
레이싱 모델은 경기장을 찾아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린다. ‘레이싱 걸’이라는 호칭도 사라지고, 모델들의 활동 영역도 점차 넓어지면서 대우나 인식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선정적인 유니폼과 포즈, 짙은 화장을 탓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기 일쑤다.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요. 하루 종일 서 있으니 몸도 피곤하고 몇몇 사람의 짓궂은 시선과 행동 때문에 기분이 불쾌해지기도 하죠. 하지만 그때마다 얼굴을 찌푸릴 수는 없잖아요. 무대에서 내려와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저는 집 청소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어요. 물건의 위치를 바꾸거나 정리된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거든요. 룸메이트 언니와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산책하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해요.”
요즘은 주로 드라이브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녀. 아직 면허증이 없어 룸메이트의 차를 이용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운전면허를 따서 직접 운전을 하겠다는 각오다. 레이싱 모델들은 르노삼성 SM3과 SM5를 많이 탄다고 한다. 그녀 역시 그 정도 급의 국산차를 탈 생각이지만 여력이 된다면 아우디 모델을 타보고 싶다. 하지만 마이카보다 먼저 사고 싶은 것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가장 먼저 마련하고 싶어요. 그리고 활동을 많이 해서 부모님께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고 싶고요. 차를 사는 것은 그 다음 일이에요.”
그동안 차 있는 남자와 연애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어렵게 말을 꺼낸다.
“사실 춘천에 있을 때 7년 정도 만난 사람이 있었어요. 정말 편하고 다정한 남자였는데 서울에 올라온 뒤 오해와 불만이 쌓이면서 헤어지게 됐죠. 오래 만나고 지켜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지만 만약 누군가를 만난다면 외모보다는 느낌이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남자다운 성격을 지닌 사람이면 더욱 좋겠지요.”
현재 그녀의 가장 큰 목표는 4월에 있을 서울모터쇼 무대에 서는 것이다. 메인 모델이 아닌 서브 모델이라도 상관없다는 그녀는 아직 소속사가 없어 직접 프로필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다. 서울모터쇼를 계기로 인터넷에 ‘황미선’이라는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무대가 아무리 작고 초라해도 마치 최고의 무대에 선 듯 당당한 선배들을 보면서, 그리고 어떠한 시선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일하는 다른 모델들을 보면서 ‘프로’가 되기 위한 조건을 배웠어요. 저도 반드시 그런 프로 레이싱 모델이 될 거예요.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자만하지 않고 무슨 일에도 땀을 아끼지 않는 것 또한 ‘프로’의 조건이라 생각하는 그녀.
겸손하고 솔직하며, 당당한 그녀가 앞으로 경기장과 여러 무대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음.. 안믿겨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