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 사태, 이제 청와대를 국감해야”
[노컷뉴스 2006-05-13 14:02]
황우석 박사 사태와 관련해 검찰 수사 이후 남은 과제로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 필요성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황우석 박사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된 11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신율 저녁 7:05-9:00)과 인터뷰한 민주노동당 한재각 연구원은 이번 검찰 수사는 “황우석 교수 개인의 논문조작 문제를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청와대 연관 문제를 밝힌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재각 연구원은 “중심엔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이 있지만 이렇게 된데는 청와대, 언론, 기업 등이 황우석 박사를 지원하며 이해관계를 챙긴 황우석 게이트가 핵심”이라며 국정감사가 필요하고 피감기관은 “청와대 과기부 보건복지부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올 초에도 야4 당이 국감을 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고 상기시키며 자금 “지방선거에 비정규직 문제를 거치면서 황우석 국감이 외면받고 있다”며 “거대 정당들이 부담이 있어 소극적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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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민노당 한재각 연구위원
- 오늘 발표 내용을 정리해달라.
검찰 발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바꿔치기를 김선종 연구원이 했고 황우석 박사는 상당기간 몰랐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2004년, 2005년 논문이 조작됐다고 하는데 그동안은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지시해서 조작했는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았다. 황우석 박사가 조작해서 지시했을 것이라고 하는 의심은 있었지만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검찰조사에서 황우석 박사가 지시를 해서 논문들이 조작됐다고 정리됐다.
- 일부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는 몰랐기 때문에 결백하다"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된다. 이번 발표로 김선종 연구원이 바꿔치기 단독범행을 했고 황우석 박사가 몰랐다는 면이 새롭게 정리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황우석 박사가 책임져야 할 논문 조작 부분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몰랐던 김선종 연구원의 문제가 더 드러났고 부각됐을 뿐이지 황우석 박사의 책임이 덜해지는 건 아니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요한 과제가 많이 제시된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과학자는 진실해야 한다. 진실하지 않고 논문과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자체가 문제고, 그래서 연구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제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비 횡령 실태를 보면 놀랍다. 비리 정치인들이 저지를 법한 자금 세탁 방법을 보면 과연 과학자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랍다. 직업윤리이기도 하고 법률적 문제이기도 한데, 그런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 이제 의혹이 남아 있나?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의 실체와 관련해 일이 이렇게까지 크게 확대된 건 청와대, 정부, 언론, 기업 등이 황우석 박사를 지원하면서 이해관계를 챙겼던 황우석 네트워크, 혹은 황우석 게이트가 사건의 중심이다. 검찰은 황우석 박사 개인과 연구자들의 조작이나 연구비 횡령만 조사할 뿐이지, 일이 이렇게 커진 데 대한 정부나 청와대 측의 문제점을 밝힌 건 아니며 전혀 다루지 않았다. 최고과학자상이라는 게 언급되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면서도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정부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는 내용이 있다. 이제 문제는 정부와 청와대 등 기존 권력집단이 황우석 박사 문제를 어떻게 증폭시켰는지를 조사하는 게 남았다.
- 황우석 게이트를 어떻게 밝혀야 할까?
우리는 황우석 게이트 의혹이 터지기 전부터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만 해도 야4당이 모여서 황우석 게이트에 대한 국정감사를 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이후 선거나 비정규직 문제 때문에 황우석 박사 문제에 대한 국정감사가 외면 당하고 있다. 지금은 선거 직전이고, 또 이와 관련해 거대 두 보수정당이 모두 부담이 있기 때문에 소극적인 것인 것 같다.
- 국정감사를 하면 피감기관의 대상은? 청와대도 포함되나?
청와대도 포함되고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제보자의 상황은 어떤가?
이 사태가 뒤늦게라도 밝혀지게 된 계기를 부여하신 분이 제보자인데, 그 분에 대한 사적인 보복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이 다니고 있었던 병원에 대한 책임을 과학기술부가 지고 있는데, 과학기술부가 압력을 행사해서 그 분이 해고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 분들이 보복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 과학기술부가 압력을 넣은 이유는?
과학기술부는 황우석 박사에게 가장 많은 돈을 지원했던 부서다. 황우석 사태가 터졌을 때 오명 전 장관이 황우석 박사를 두둔하면서 '이제 검증은 필요없다, 사이언스가 검증했는데 무슨 소리냐'며 현실과는 다른 주장을 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과학기술부 눈에는 제보자가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나.
- 제보자가 과학계에 끼친 긍정적 영향도 평가해줘야 할 텐데?
물론이다. 제보자가 없었다면 우리나라가 연구 윤리를 제고하거나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과학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뒤쳐지고 후진적인 모습을 보여줬겠나. 그런 면에서 제보자가 중요한 계기를 만든 것이다.
- 황우석 박사는 불구속기소됐는데?
검찰의 봐주기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원칙은 지켜야 한다. 황우석 박사가 증거 인멸이나 은폐나 도주의 우려가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 수사해서 법원이 판결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법감정과 다르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맞을 것이다.
- 황우석 박사에게 다시 연구의 기회를 주어야 할까?
말이 안된다. 연구 논문 조작을 그만큼 심각하게 했고, 연구비를 횡령한 사람에게 다시 똑같은 연구를 맡긴다는 건 한국 과학계의 수치가 될 것이다.
-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비방이나 협박을 받아본 적이 있나?
있다. 비난을 많이 받는데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 분들도 여전히 황우석 박사에게 속고 있다. 일부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은 속았다면서 황우석 박사를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섰는데, 여전히 맹목적으로 황우석 박사를 지지하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
▶진행:신율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월~토 오후 7시~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