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그림
Edgar Hunt
Pigeons And Puppies(1897년작)
이 포스트는 루프님의 블로그 아웃사이더가 말하는 일상에서 모셔온 "테마로 이어지는 동물농장을
꿈꾼다-Edgar Hunt(1876-1955)" 를 편집한 것입니다. 가져가실 때에는 원본 그대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Hunt (1876-1955)는 영국 버밍엄(Birmingham) 출신으로
동생 Walter Hunt와 더불어 3대에 걸친 Hunt Family로 유명한 화가이다.
할아버지 Charles Hunt와 아버지 Charles Hunt Jr.는
모두 유머있는 주제의 그림들과 동물관련 그림들로 명성을 떨쳤고,
그 역시 "Feathered Friends", "Farmyard Friends" 시리즈로
농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친밀한 11종의 함께 하는 동물들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어릴적에 꿈꾸던 전원생활과
동물농장이 내 눈앞에 펼쳐진 듯이 연상되어 보기에도 재미있다.
Pigeons And Chickens(1897년작)
작가의 초기작에 가까운 작품으로 공존하고 있지만 어딘가 자신들의 구역이 있는
비둘기 가족과 닭가족이 함께 화폭을 채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분위기를 느꼈는고 하니...
시선을 마주치는 법 없이 어딘가 팽팽한 자존심 싸움이라도
벌이고 있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상상해 봤더랬다.
비둘기 가족曰 : 어이~ 우린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비둘기라구~~~
자고로 새라면 절대로 닭들처럼 땅에 발을 디디고 살면 안되는거야.
닭 가족曰 : 웃기시네~~~ 얘들아, 우린 이렇게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살고 있단다.
쟤들도 하늘을 난다지만 모이를 먹기 위해선
결국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으로 내려와야 하는거야.
세 마리 비둘기가 각각 자유분방하게 시선이 분산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고 특유의 색감이 잘 살아있다.
레그혼종이라기보다는 적색야계에 가까운 듯한 품종과
흑백의 조화가 멋들어진 검은꼬리종이 나름 늠름하고 품위가 느껴진다.
병아리들이 또 어디론가 튈지 모르는 귀여움이 느껴진다.
Pigeons And Puppies(1897년작)
역시 초기작이라고 할만한 '비둘기와 강아지' 라는 작품이다.
개집을 중심으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
세 마리의 강아지들과 주변을 둘러싼 비둘기 두 마리가 공존한다.
표정 하나하나가 귀여운데 역시 각각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어서
조금 더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풍긴다.
먹다 남은 식빵 부스러기와 두고두고 먹을 수 있을만한 뼈다귀를 봐서는
포만감에 이어지는 호기심일 것이다.
꺾여진 나뭇가지가 지붕위를 덮고 있는 것이 계절감을 느끼게 한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교차되는 시선을 통해 그들의 대화를 상상해 본다.
강아지曰: 아찌, 누구세요?
비둘기曰: 난, 세상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둘기라네~~~
집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는 강아지들에겐 깃털 달린 비둘기가
하늘을 나는 것이 그렇게 신기해 보이지 않았을까?
The Puppies(1902년작)
전작에 비해 강아지도 한 마리 더 늘었고, 호기심과 개성도 더 부각된 작품이다.
지붕위를 차지하고 있는 풀려진 목줄은 몇 번은 사용했을 것이라
짐작이 되는데 어미개에게 채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먹이 그릇에 담긴 우유와 부스러기, 그리고 널부러진 비스켓과 뼈조각을 보면
푹신한 짚단이 깔려있는 개집에서 잠이 든 한 녀석에게서는 포만감에 이어지는 나른함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두 녀석에게서는 무언가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에 관심이 가는 건 역시 죽은 나무 위에 앉은
한 마리 작은새를 바라보는 강아지의 그 모습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강아지가 앉아있는 짚단이 왠지 노란색이라기보단
황금빛으로 느껴질만큼 따뜻하고 눈부신 느낌이다.
Intruders(1906년작)
염소가 성질이 사납다는건 어릴적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Hunt의 작품에선 유독' 침입자'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특징이 있다.
표정에서부터 사나움이 느껴지는 염소들과 쓰러진 나무 의자,
흐트러진 바구니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살리고 염소들에 비해 너무나
왜소한 세 마리의 강아지가 약자로 그려지는 것이 재미있다.
이 위험하지만 팽팽한 대치상태가 둘 사이에 놓여진 배추 두 개에 강조되어 있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아마 땅바닥에 내려와 염소에게 으르렁대는 무모한 용기를 보이는 강아지는
아마도 세 마리 강아지 중 첫째가 아닐까 싶다.
본능적으로 동생들을 지키고자 하는 형제애라고 보고 싶어서^^;
A Chicken Doves Pigeons And Ducklings(1907년작)
10년전의 구도와 어딘가 흡사하지만 병아리가 아닌 새끼 오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고
조금 더 직접적으로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비둘기와 닭의 모습이 또 다르다.
아마 동물농장에서 같이 산 세월만큼 이 다른 종의 깃털 달린 동물들도
조금은 더 친밀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조금 더 지나면 땅바닥을 딛고 서는
비둘기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작품.
그런데 닭이 정말 크다;;;
A Cockerel Hen And Chicks With Pigeons(1907년작)
앞서와 같은 장소에서 그린 듯 한데 이젠 비둘기가 닭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어린 수탉과 암탉 그리고 병아리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 반면
비둘기는 크기가 작고 비중이 준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농장에선 닭들에게 무슨 사료를 먹이길래 이렇게 덩치가 커진 것일까?
Chickens Feeding(1909년작)
강아지들이 집을 비운 사이 닭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릇 가득 담긴 먹이들과 흐트러진 목줄을 보면서
혹 팔려가지나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간 것이 아닐까 싶다.
키우던 개를 팔기 전엔 마지막 식사를 배불리 시키는 것이 같이 지낸 정인데
이렇게 먹이를 가득 남길리는 없겠지.
어찌됐든 닭들이 제세상을 만났다.
Chickens And Chicks(1909년작)
Hunt의 작품을 보면 이 농장에선 암탉이 하루에 낳는 달걀만도
엄청나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지금까지 봤던 작품 대부분에서 주인공이 거의 닭과 병아리라고 할 정도로
화면 가득 채워진 것이 규모도 컸겠구나 싶고...
아주 제대로 그들만의 세상이다.
A Donkey And Chickens Outside A Stable(1921년작)
조금은 멀찍이서 관찰하며 그린 듯한 농장 외부의 안정된 풍경.
당나귀와 닭 일가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건초더미위에 올라앉아 위용을 과시하는 녀석이나
병아리들과 함께 모이를 먹는 암탉들의 모습이 온순한 당나귀와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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