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나 집에서나, 키는 무조건 잘 보이는 위치에 놔두는 습관이 있는데...
어느날부터 허름한 리모콘 키가 자꾸 눈에 걸리기 시작합니다.
기능엔 문제가 없는데 껍데기 상태가... 13년된 차에 맞는 그런 허름한 상태입니다.
바꿔볼까 해서 가격 알아보니 4만원이 넘게 달라고 하네요.
아마 껍데기만은 공급이 안 되는 듯 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뭔가 떠오릅니다. 혹시 닛산차가 같은 키를 쓰지 않을까?
세상에 맙소사. 알리에 보니 검색결과가 넘쳐납니다.
4딸라도 아닌 2딸라 언더로 살 수 있네요. 너무 놀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폴딩키는 개인적으로 선호하질 않아서 선택에서 제외했습니다.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영 불편하더라구요. ;;)
생각보다 정말 빨리 왔습니다.
중국 셀러들은 대부분 다 친절한 것 같습니다. 일단 positive feedback 받을 때 까지만요.
나중에 물건 고장났다고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환불이나 교환 불가에 넌 이미 물건이 좋았다고 피드백 했는데 뭘 어쩌고...
(그래서 알리에선 비싼 물건은 거의 안 삽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경험에 바탕한 것이므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버튼의 그림만 빼곤 다 똑같습니다.
뜯어봐도 그렇습니다. 햄버거 엠블럼과 세탁기 엠블럼이라는 차이점 빼곤 다 똑같이 생겼더라구요.
(알리 정책상 엠블럼류는 짝퉁 막겠다고 판매 금지인지라... 구멍만 있고 안 따라옵니다)
두 키를 모두 분해하고, 배터리부터 빼서 옮기려다가 그제서야 뭔가 크게 다르다는 걸 눈치챕니다.
우선 들어가는 배터리가... CR16**이랑 CR20** 계열로 규격이 다릅니다.
왓더뻑? 배터리만 다른거야? 했더니 너무 당연하게 기판 크기도 조금 다르고, 당연히 PCB 디자인도 다릅니다.
심지어 자세히 보니 케이스 겉 크기도 미묘하게 다릅니다. 르노삼성 버전이 조금 더 작아요.
이모빌라이저 슬롯도 호환이 안 됩니다. (물론 제 키는 이모빌라이저가 빠져 있긴 합니다만)
뻨
대체 이럴거면 왜 굳이 닛산차 리모콘 키 모양으로 만든겁니까 르노삼성...
가볍게 시작한 일이 커져 버린지라... 짱구를 아주 빠르고 부지런히 굴렸습니다.
일단 배터리쪽은 이따위 꼴 사나운 모양으로 힘겹게 자리잡고, 뚜껑을 덮어서 기판을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리모콘 키 PCB쪽도 그라운드쪽 단자 살짝 잘라서 개조하고 (간섭이 생기더군요), +쪽 패턴 동박 나오게끔 갈아내고,
기판 크기 미묘하게 안 맞는 고무쪽도 낑낑거리면서 앞뒤옆으로 끼워맞추고, (사진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옆구리가 걸려버리는 바람에 결국 케이스 윗판 이모빌라이저 슬롯도 홀라당 날려버리고...
(이모빌라이저 있는 모델이었으면 여기서 그냥 GG 쳤을 듯)
일하다가 잠깐 한 5분만 딴짓해보자고 분해한 게... 결국 시간 30분 가까이 잡아먹게 됐습니다.
개빡친상태로 아주 힘겹게 결합한 후, 창밖으로 키 눌러서 후딱 테스트까지 마칩니다.
완성.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간에 일단 겉이 깨끗하니 좋습니다.
배터리를 새걸로 넣어서 그런지 리모콘 키 통신거리도 길어지고, 동작도 깔끔하게 잘 되네요.
참고로 뒷판에 햄버거 엠블럼은 붙일 생각이 없습니다. 별로 안 좋아해요.
이제 퇴근길에 열쇠집 들러서 키 깎아야죠...
- 작업 소요시간: 약 40분
- DIY 만족도: 중상
- 비용: 1.93딸라 + (키 깎는 비용 한 오천원 정도?)
- 총평: 이지랄할거면 그냥 폴딩키 사서 적응해볼걸 그랬음
끝.
고장나지 말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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