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오늘은 *심각하게* 재미 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비 국산차 게시물 업로드에 재차 양해드리며... 국게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함양하기 위한 국짤 나갑니다.
- 부제: 삼성이 만들면 같습니다 (닛산차랑)
비오는날 차에 앉아서 잔잔한 음악 듣는 거 좋아하는데 (정말 의외의 취미), 굉장히 거슬리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도때도 없이 계속 돌아가면서 짜증을 유발하는 하드디스크 고주파음입니다.
차에 웬 하드디스크? 할 분도 계실텐데, 인포테인먼트 쪽에는 이런저런 사유로 하드디스크가 들어가곤 합니다.
요즘도 플래시 메모리가 아닌 빙글빙글 하드디스크가 들어가는 경우가 보이더라구요. ....
여튼... 달리는 자동차에 고속으로 회전하는 자성 원판이 같이 돌고 있다는 점에 몹시 신경이 쓰입니다.
연식도 8년 됐겠다, 키로수도 적당히 8만km에 가까워져 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같이 느껴집니다.
시동 껐을때 고주파음이 이렇게까지 크게 들릴 정도면 하드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닐테구요.
결국 쓸데없이 고장나서 골머리 썩기 전에 미리 바꿔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날,
거하게 뜯어 제꼈습니다. (뜯은 사진은 재탕입니다. ㅋㅋ)
오디오 패널 테두리 탈거 방법은 아마 제가 옛날에 쓴 적이 있을텐데... 인터넷에도 자료 많으니 생략합니다.
E89엔 CIC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세대별로 구형부터 CCC, CIC, NBT로 구분)
CD 투입구 아래쪽에 온몸으로 "저 하드디스크 들어가는 곳입니다" 라고 말하는듯한 은색 판때기가 보입니다.
옛날 게임에서 혼자만 도트가 튀거나 색이 약간 다른 부분 같습니다. 보통 때려패면 숨겨진 장소 나오는. ㅋㅋㅋ
좌우 별나사 두 개만 풀면 됩니다. 좌측 하단의 봉인 아닌 봉인같은 스티커는 무시하고 몸쪽으로 당겨서 뜯어냅니다.
보증기간 다 지난 마당인지라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
고주파 소음의 원흉...
도시바 80GB 2.5인치 하드디스크입니다. 필리핀에서 만든 일본 하드디스크가 독일에서 조립되어 한국에 왔네요.
참으로 글로벌한 시대입니다.
덤으로, 공장에서 하드디스크 관리하는 직원은 상당한 악필임이 분명합니다.
아마 한국어 내비게이션 탑재한 하드디스크란 뜻으로 "KRA" 라고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CIC는 하드디스크 연결에 IDE 방식을 사용합니다. (NBT는 SATA로 바뀐 듯 하더군요...)
IDE 방식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많이 쓰이고 있지요.
구닥다리라서 맘에는 별로 안 들지만, 엿같은 1.8인치 ZIF 규격 따위가 아닌 데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핀만 안 휘어지면 쓰면서 딱히 욕할 일 없습니다. 충성충성.
하드디스크 슬롯 아래쪽엔 르네사스도 아닌, NEC의 V850 프로세서가 보입니다.
보면서 CIC 들어내고 NBT로 바꿔 버릴까 잠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돈도 시간도 없으니 그냥 곱게 놔두도록 합시다.
정말 마음에 안 듭니다.
하드디스크는 제 방에 들고와서 편-안하게 분석했습니다.
다행히도 2.5인치 IDE 하드디스크가 들어가는 외장하드 케이스가 하나 남아있기에... 분해해서 기판만 사용합니다.
핀 안 휘게 잘 연결하고, 시퍼런 양카 조명에 눈뽕도 한번 당하고...
파티션 구성을 체크해봅니다.
실제로 작업에 윈도우 기본 디스크 매니저를 사용한 건 아닌데... 이해를 돕기 위해 친숙한 화면을 썼습니다.
CIC의 하드디스크는 총 여섯개의 파티션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주의할 점이, Extended 파티션이 맨 처음부터 위치하고, 그 아래로 6개가 쭉 생성된 형태입니다.
전 보통 MBR 시스템에선 맨 앞에 한두개 일반 파티션을 만들고 나머지 부분에 Extended를 만들곤 하는데...
(구닥다리 OS들에서 온갖 부트로더 관련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그렇게 습관이 굳어졌던...)음해
파티션 내의 파일시스템은 윈도우에서 인식될 리가 없습니다. CIC는 운영체제로 무려 QNX를 사용합니다.
x86용 QNX를 구해다가 PC에서 부팅해 봅시다. (live cd 만세!)
QNX는 머리털 나고 처음 써봤습니다. 처음엔 4.4BSD 계열 중 하나인가? 싶었는데...
좀 뭔가 색다르네요. 몇몇 컴포넌트들은 NetBSD에서 가져온 것 같기도 합니다. 쉘도 쓰기에 은근 편하네요.
다만... 별로 흥미가 당기는 구성은 아니어서 빨리 목적만 달성하고 치우도록 합시다.
놀랍게도 GUI 인터페이스가 기본 제공됩니다. 근데 왜 su는 탈모광선을 맞은 비실남으로 그려진 거죠?
아이콘 디자이너가 고전명작 BOFH를 읽어봤더라면 김일성 뱃지처럼 독재자 이미지로 그려줬을 텐데...
IDE 드라이버 인식이 잘 됐네요. hd1이 CIC 하드디스크입니다.
CIC 하드디스크 파티션은 이렇게 구성됩니다. (fstab 기준)
[Device] [Filesystem] [Comment]
/dev/hd1t77 qnx4 내비게이션 데이터
/dev/hd1t77.1 qnx6 Gracenote DB (CD 메타데이터)
/dev/hd1t77.2 qnx6 시스템 데이터
/dev/hd1t77.3 qnx6 사용자 데이터
/dev/hd1t77.4 qnx6 미디어 라이브러리 (내장 하드디스크 음악재생용)
/dev/hd1t77.5 qnx6 디버깅용 데이터
다 좋은데, 시스템 데이터에 뭐가 저장되는진 모르겠네요. (마운트 포인트도 그냥 hbdata 라고만 돼 있으니...)
자세한 건 신경쓰지 말고, 6개 파티션의 데이터를 모두 새 저장장치로 카피하도록 합시다.
새 저장장치론 다른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대신, CF 메모리 카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해외에선 산업용 IDE SSD를 박은 용자들도 가끔 보이던데, 대부분 자기가 해놓고도 돈지랄같단 의견이 강했습니다.
전 그저 소음 없고 고장 안 나길 원할 뿐이라... 적당히 저렴한 CF 메모리가 제일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천조국 형들은 CF의 인식율을 걱정하면서 그래도 SSD 사용을 추천하던데... 해결방법 많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좌측이 샌디스크 64GB, 우측이 CF 메모리 카드를 2.5인치 IDE 규격으로 바꿔주는 CF 어댑터입니다.싼
이러면 80GB 하드디스크를 64GB로 줄이는 꼴이 되는데, 실제로 CIC에서 사용하는 공간은 정말 얼마 안 됩니다.
64GB로도 매우 넉넉합니다.
어댑터와 CF 메모리 카드를 결합하면 이렇게 됩니다.
주의할 점은... 제가 JP1을 꽂아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CIC에 사용하려면 IDE 점퍼를 Slave로 셋팅해야 합니다.
외장하드 케이스가 하나밖에 없으니, 우선 PC쪽에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다 카피해 두고, CF를 꽂아서 다시 옮깁니다.
카피는 크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PC로 옮겼다가 CF로 다시 옮기려니 그게 좀 귀찮을 뿐...
아아악 내 눈
하드디스크 내용물을 PC에 카피한 후, CF 어댑터로 갈아끼우고, QNX를 다시 부팅해서 CF 메모리에 파티셔닝을 해줍니다.
기존 하드디스크와 똑같은 레이아웃으로 잡아주면 되고, 용량은... 내비 데이터 용량 봐서 적당히 셋팅합니다.
어차피 CIC 내부 QNX의 fstab 열어보면 그냥 /dev/hd1t77 ~ ht1t77.5까지 마운트 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파티션 종류, 파일시스템 종류, 파티션 순서만 지켜주면 됩니다.
아 참, 파티션 테이블에 GPT 쓰시면 안 됩니다. CIC는 MBR이 사랑받던 시대의 물건입니다.
또 한 가지, 각 파티션의 타입에 유의합시다.
파티션 타입별로 번호가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모르면 RTFM 하라고 배웠습니다.
파티셔닝 툴은 그냥 편한 것 사용하시면 됩니다. QNX에서 그냥 파티셔닝 하기엔 fdisk 인터페이스가 너무 엿 같더라구요.
하다못해 그냥 윈도우용 사제 파티셔닝 툴로 작업하셔도 무방합니다.
* 즉, 굳이 파티셔닝 할 땐 QNX를 안 써도 됩니다. *
최종 구성입니다.
앞서 하드디스크에서 내비게이션 파티션이 50GB정도 처먹던 걸 25GB로 줄였고, 음악 용량을 더 늘렸습니다.
내비게이션 파티션은 실제로 8기가도 안 먹고 있습니다. 50GB는 확실히 엄청난 용량 낭비 같습니다.
나중에 3D 지도라도 되면 모르겠는데, NEC V850 따위가 그런 게 될만한 하드웨어도 아니구요.
근데 음악도 사실 스트리밍만 써서 내장 하드디스크 쓸 일이 없는데...
에라 모르겠다.
파티션 타입은 아까 문서대로... 처음 위치하는 Extended 파티션은 0x05, 그 아래 QNX 파티션들은 0x4D로 잡습니다.
QNX에서는 파티션 타입이 77로 보이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는데, 그건 10진수로 보이는 겁니다.
괜히 헷갈려서 77을 0x77로 입력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한번 그랬었다는 거 맞습니다.
QNX6 파일시스템은 mkqnx6fs 명령어로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위에 제가 적어놓은 파티셔닝 정보 보시면... 내비게이션 데이터는 qnx4 파일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왜 이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나름대로 어른의 사정이 있었으리라 봅니다.
QNX4 파티션은 mkfs가 아닌 dinit 명령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근데 위 스샷 보시면 내비게이션 파티션을 기세 좋게 mkqnx6fs로 만드는 꼴이 보이는데... 그럼 망합니다.
이번에도 제가 한번 그랬었단 거 맞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 돌아가는 바람에 분해해서 집에 들고와서 다시 QNX 켜고 파일시스템 만들고, 데이터 옮기고...
ㅆ;;;;
마지막으로... CF 어댑터를 기존 하드디스크 자리에 1:1로 딱 맞게 고정시켜야 합니다.
CF 어댑터를 하필 PCB만 있는 타입을 산 관계로 고정에 매우 애로사항이 꽃핍니다. 젠장!
기존 하드디스크(위 사진)의 핀 높이와 튀어나온 위치를 잘 확인한 후,
하드 폼을 잘라서 이리저리 맞추고 자르고 갈아내서 겨우 제 위치에 고정했습니다.
그냥 2.5인치 플라스틱 케이스도 같이 따라오는 놈을 살 껄 하는 후회가.......
덤으로 완성품이 영 좀 지저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뭐 어떤가요. 돼지 얼굴 보고 잡아먹는것도 아니고....
동작만 잘 되면 됩니다.
따라 하실 분들은 꼭 2.5인치 플라스틱 케이스 같이 주는 놈으로 사세요. CF 메모리 하나만 들어가는 걸로요.
그리고 꼭! 마스터 슬레이브 점퍼 있는걸로요. (위에 적어둔 것 처럼 Slave 셋팅이 필요합니다.)
고정되는 높이를 특히 잘 확인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꽂을 때 아래위로 한 줄 밀려서 꽂히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혹시 신경쓰이는 분들 계실까봐 적어두면, 작업 배경에 계속 보이는 저 키보드는 IBM 4704 모델 400용 키보드입니다.
미친 놈 취급 받을까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완성된 물건을 다시 차에다가 갖다 끼우구요... CIC를 켜 봅시다.
아까 파티션 타입 관련 자료에도 짧게 써져 있었지만, QNX는 파티션 변동사항을 자동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변경된 파티션을 다시 인식시키려면 리셋을 해 줘야 합니다.
오디오 볼륨 노브를 꾹 누른 채로 (음소거 기능 맞습니다) 20초 정도 있으면 리셋됩니다.
잘 인식되네요.
다만 음악 파티션에 29GB 가까이 할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 표시는 12GB만 나타납니다.
황당해서 해외 자료들을 찾아보니... 파티션 크기 관계없이 무조건 전체용량 12,500MB로 표시된다고 합니다.
이런 걸 하드코딩 해 두다니 황당합니다.
혹시 독일도 개발자 야근 많이 시키나요? 대체 얼마나 일하기 싫었으면 이런 짓을...
그 외엔 별 거 없습니다. 내비게이션 잘 동작하고, USB의 MP3 파일 카피도 잘 해서 CF에서 재생 잘 됩니다.
실생활에서 제가 쓰는 부분에서는 성능 향상이나 변경된 점이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작업 시작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하드디스크가 없어도 CIC가 정상 동작 합니다.
그저 내비게이션이 안 돌아가고, 내장 하드에서 음악재생이 안 될 뿐이죠. (둘 다 개인적으로 안 사용하는 기능)
그냥 고주파음 거슬리거나 하드가 고장나면 하드만 빼놓고 쓰면 됩니다.
결국 이번에도 돈 지랄 했습니다.
혹시 CIC 적용차종 중 순정내비 많이 쓰는 분들, 음악 꼭 하드에 넣어서 듣는 분들은 한번쯤 작업 고려해 보세요.
(그런 분들이 계실 진 모르겠습니다만...)
단!
DIY 관련하여 문의 쪽지가 많이 오는데요, 저는 다른 차량 작업은 유상으로도 무상으로도 일절 안 해드립니다.
관련자료는 해외 CIC 차주들의 하드디스크 업그레이드 경험담이 인터넷(구글)에 보시면 많이 있습니다.
정 궁금해서 환장할듯한 부분 있으시면 제 최근글에 댓글로 물어보시면 쪽지보다 더 빠릅니다.
끝!
감사합니다 +_+
근데 CIC 원판 하드웨어 자체가 성능이 후잡해서 그렇게까지 빠른 느낌은 아닐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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