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운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사실입니다. 만 16세부터 운전면허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운전면허는 허투루 발급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제 둘째 딸도 운전면허를 딴 김에 경험을 섞어서 설명해봅니다.
만 16세인 운전면허 취득가능 연령 0.5년~1.25년전부터 연수전용 면허증이 나옵니다. 즉, 어떤 주에서는 만 14¾세부터 운전대를 잡습니다. 이 연수전용 면허증은 보통 고등학교에서 주선하는 운전연수 학원을 통해 취득합니다. 연수용 면허증을 따르면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운전면허 학과시험 수강 후 시험 통과
2. 운전면허 주행시험 수강 후 시험 통과
이 때 운전학원 차로 동네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합니다
연수용 면허증은 반드시 운전면허가 있는 21세~25세 이상 성인이 함께 탄 상태에서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정식 면허증을 신청하려면 연수용 면허증으로 최소 50시간 이상 운전했음을 증명하는 기록(매 운전마다 동승한 성인 싸인 필요)을 정식 운전면허 신청시에 제출해야 합니다. 그 50시간중에서 10시간은 야간 운전이어야 합니다.
관청에서도 정확히 50시간을 채울 것을 기대하지는 않겠지만, 이 제도는 보호자가 자녀들 운전에 간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좋습니다. 사춘기의 10대 아이들이 보호자하고 같이 다니는 것을 좋아할 리 없겠지만, 이 제도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녀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간이 사거리 일단정지에서 어떤 순서로 멈추고 어떤 타이밍에 출발하는지,
우회전하기 전에 어느정도까지 정지선을 넘어서 앞으로 나와야 다른 차를 볼 수 있는 시야가 확보되는지
등등 운전의 지식을 전수합니다. 여기에는 두가지만 적었지만,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 얼마만큼 과속을 하는게 일반적인지 까지도 전수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아마 제 딸들도 미숙하고 상황대처를 잘 하지 못하는 운전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주로 혼자서 운전하고 다니는 현대 사회의 특성상 누구한테 배울 기회도 적고, 간혹 옆에 타는 사람들이 부모만큼 정성을 들여서 일일이 가르쳐 줄 리도 없고요.
50시간 연수가 끝나고, 만 16세가 되면 운전면허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면허 시험은 허가받은 운전학원에서 실시하고 합격증을 줍니다. 면허 시험은 항상 자차로 봅니다. 코스 시험에서 작은 차가 유리해지는 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시험 코스는 차 길이+알파 로 각 차에 맞춰 조정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자차에 후방 카메라, 심지어 서라운드 뷰까지 사용하는 수험생이 있는데, 시험관은 그것들을 허용합니다. 운전면허 시험에 자동변속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코스에서 합격하면 주행 시험으로 넘어갑니다. 전체 시험은 50분정도 걸립니다.
16세가 되어 면허증을 받더라도 이 면허증에는 제한이 있습니다.
- 밤 10시부터 세벽 5시까지는 운전하면 안 됩니다.
- 핸드폰 금지
- 20세 미만인 승객 2인이상을 태울 때는 항상 면허증이 잇는 부모 또는 성인이 동승해야 합니다.
(이 규정의 목적은 애들 여럿이 차에 타고 들떠서 운전하다가 사고내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이 제한들은 1년동안 무벌점으로 운전하면 풀립니다. 반대로 그 기간동안에 딱지를 끊거나 본인 과실로 사고를 내면 제한기간이 더 늘어나고요.
학생들은 면허를 빨리 따고 싶어서 안달이지요. 이전까지는 부모님이 태워주는 곳만 갈 수 있었는데 운전이 가능하게 되면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버블티 가게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해지거든요. 사정이 이렇다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웬만하면 차를 안 줄것 같은데, 차를 내 주면 큰 장점이 있기 때문에 대개 집에 있던 차를 주거나, 좀 여유가 있는 집은 요즘 인기좋은 차종인 중소형 SUV를 사 줍니다.
학생들이 차를 몰면 좋은 점이, 부모들이 등하교를 태워줄 필요도 없고, 방과후 활동 (운동활동 또는 아르바이트)도 태워줄 필요가 없습니다. 즉 부모가 육아 부담에서 최종적으로 해방되는 관문입니다. 미국은 방과후 스포츠 활동이나 클럽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아르바이트도 활발합니다.
대학교 입학에서 스포츠 활동에서 좋은 성적, 클럽(자원봉사 클럽이나 경영, 정치 클럽)에서 주도적인 역할 또는 주,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기록,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에서 적응성을 입증받은 기록등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부모들로서는 이런 방과후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태워주고 태워와야 하는데, 차를 내 주면 이것들도 자율적으로 갔다올 수 있는 것이죠.
버스가 있다고 해 봐야 바쁜 시간대에 30분에 한대씩 오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아이들 학교 등하교와 방과후 활동을 하라고 하면 시간 낭비가 너무 심해서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볼 겁니다. 버스가 아예 오지 않는 지역도 어마어마하게 많고요.
저도 열여섯에 땄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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