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2003년~2009년에 생산했던 스포츠카입니다. 당시 캐딜락의 작명 스타일에 따라 XLR이라고 불렸습니다. 당시 캐딜락은 3자리 알파벳 이름을 밀었죠. DTS, STS, CTS, (XLR), SRX, BLS, ELR, ATS까지요. 그 와중에 오직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만 그 세자리 알파벳 광풍을 이겨내고 꿋꿋이 이름을 지켰습니다.
플랫폼은 GM의 유명한 스포츠카인 쉐보레 코벳의 플랫폼입니다. 단, 플랫폼만요. 저가 브랜드인 쉐보레와 달라야 한다는 사명감에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 엔진을 푸시로드 V8에서 캐딜락에만 쓰이던 DOHC V8 노스스타 엔진으로
- 코벳의 소프트탑 대신 하드탑으로
- 타이어는 코벳의 245mm/285mm (전/후) 에서 235mm/235mm으로
- GM 최초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적용
하지만 밋밋한 성능의 엔진과 좁은 타이어가 스포츠성이 없어서 깨끗이 망한 차입니다. 스포츠와 담을 쌓은 스포츠카인 렉서스 SC같은 차를 만들었던 것인데, 렉서스 SC도 비슷한 이유로 장사가 망했죠. 90년대까지도 모든 승용차는 쿠페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들이 있었습니다. 캠리 쿠페, 어코드 쿠페, 캐딜락 쿠페(엘도라도), 쉐보레 쿠페(몬테칼로), 포드 쿠페(썬더버드) 등등 엄청났죠. 그 스포티하지 않고 멋으로 타고 다니는 쿠페라는 차종의 인기는 2000년 후반에 거품처럼 꺼졌습니다. 그래서 이 XLR은 쿠페 인기의 끝물을 잡았었죠.
XLR은 코벳의 프레임식 차체와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을 가져와서 코벳처럼 차체가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유럽에 수출할 생각이 추호도 없던 차라서 유럽 보행자 안전기준을 맞추느라 엔진 후드를 높게 유지할 필요가 없어서 낮은 차체가 가능했죠.
하드탑에 좀 특이한 기능이 있는데, 좌우 뒷유리가 하드탑에 딸려서 위로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이 차 외에 다른 모든 컨버터블은 좌우 뒷유리가 (앞유리처럼) 밑으로 내려가지요. 코벳 플랫폼이 앞문 바로 뒤에 주유구가 있어서 유리창이 밑으로 내려갈 공간이 없어서 생긴 특이한 설계입니다. 그럼 코벳 컨버터블은 주유구때문에 좌우 뒷유리를 어떻게 처리하냐면...코벳 컨버터블은 뒷유리가 없습니다. 옛날 기아 엘란처럼 좌우 뒷유리가 없죠.
그래도 캐딜락의 의도치 않은 한정판(?) 모델이 된 ELR보다는 날개돋힌듯 팔렸습니다. ELR은 4년동안 2,958대를 팔았죠. 이 숫자는 람보르기니 아벤다토르(7,171대)의 41%밖에 안 되는 희소성입니다.
XLR은 평상시 사용하기 힘든 낮은 실용성때문에 그나마 하이브리드의 연비라도 있는 ELR보다도 더 보기 힘든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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