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용 똥글/벌글입니다.
며칠 전, 비상등 스위치 조명이 나갔습니다.
깜빡이 릴레이 고장났을 때, 화풀이로 몇 번 세게 후드려 팬 탓이겠지요.
이제와서 좀 미안합니다.
허나 이건 조또 고장이라 하기도 뭣 하다고, 그냥 타자고 생각했습니다.
어제 밤, 비상등을 3초 넘게 못 찾아서 더듬거리기 전까지는요.
밤에 그까짓 빨간불 들어오는게 그리 중요했던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아마 운행하는 차가 여러 대이다 보니, 제 대가리론 기억하는데 한계가 있는 모양입니다.
나머진 다 스위치가 얼추 비슷한 위치에 있는데, 딱 이 썩투싼만 송풍구 좌측에 치우쳐 있거든요.
망할.
결심했으면 그냥 속행 합니다.
비상등 스위치 빼내는 법은 간단합니다.
수동기어봉 대가리를 돌려서 빼고, 기어 서라운딩 패널을 우두둑 잡아 들어올려서 뜯고,
그 밑으로 드러나는 금색 고정나사 여섯개 탈거 + 안쪽 깊숙한 곳의 검은색 고정나사 세 개 탈거,
마지막으로 센터페시아 전체를 몸쪽으로 우두둑 당겨서 탈거한 다음,
문제의 스위치를 센터페시아 뒤에서 앞으로 밀어서 빼면 됩니다.
인터넷에 많이들 나와 있습니다.
그럼 지금 이건 인터넷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잘 살펴보면, 비상등 스위치 우측에 일자 드라이버 넣고 돌리는 소켓같은 게 보입니다.
옛날 전구조명 쓰는 차들은 스위치 구조가 대부분 이 꼴입니다.
소켓을 빼 보면, 안에 좁쌀전구가 다리를 소켓에 칭칭 감은채로 형편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니, 2022년도에 좁쌀전구라니.
이젠 구하기도 힘든데, 그냥 LED로 바꾸는게 좋지 않느냐?
12년 전 스펙트라 탈 때 좁쌀전구를 봉다리째 사서 소비했던 바람에, 아직도 여기저기 존나 굴러다닙니다.
아무 서랍이나 붙잡고 열어보니, 역시나 그냥 크기별로 다양하게 몇 개씩 굴러다니네요.
지나간 사랑의 추억입니다.
연휴에 서랍 정리 좀 해야지....
콘돔을 뒤집어쓰고 필라멘트가 끊어진 채로 발견된, 오래도록 고생한 좁쌀전구입니다.
전구에 씌워진 칼라콘돔 색이 많이 바랬네요. 어쩐지 빨간색이 아니라 좀 허여멀건 색 불빛이 나오더만...
콘돔은 새 전구에 재사용 해야하니, 아쉬운대로 겉면을 빨간 네임펜으로 다시 빨갛게 칠해줍니다.
어차피 열 때문에 금방 다시 허옇게 변하겠지만요.
기왕 스펙트라 시대로 돌아가는 김에, 색칠놀이도 해 봅니다.
콘돔은 열 때문에 색이 자꾸 빠지니, 그냥 스위치 뒷면을 원하는 색으로 칠하면 색이 오래 갑니다.
한때 진정한 기아차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스펙트라의 모든 조명 스위치를 이렇게 뻘겋게 칠했었습니다.
이 지랄을 2022년도에 또 할 줄은....
거기까지 생각하던 중 갑자기 현타가 와서, 전부 다시 조립한 후 후딱 갖다가 장착합니다.
아마 콘돔 쪼물딱거리다가 저도 모르게 사정해 버렸는지?
나이가 들면 이런것도 큰 일입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분해된 꼴로 만나지 말자.
조립은 분해의 역순입니다.
미등 켜보니, 조명 잘 들어옵니다.
레오스타트로 조명 발기... 아니, 밝기조절도 문제 없습니다.
제발 이런 잔고장 좀 그만 나길 바랍니다.
큰 고장은 더욱 사절이고요.
끝.
ㅊㅊ
당시 수출형들 보면 대부분 발기 조절기가 있던데, 내수용은 왜 다 뺐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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