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형이 있었습니다
머리가 많이 빠져 항상 빠박이로 지내셨죠
각설하고....
그형이 술을 참 좋아하셨는데....
소주를 따르면 소주잔에 안따르고
항시 맥주크라스에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까지 따라서 두잔정도 연거푸 마십니다 ㄷㄷ
처음에 저보고 마시라고 따라주는데 술잔 보니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오바이트 나올거 같더군요...
근데 희안하게 그렇게 마시니까 숙취가 별로 없더군요... 마실땐 죽겠던데...
그형 뭐 많이 가진건 없으셨지만 낭만이 있었...
암튼 3년전 2019년 마지막날... 그 형을 뵈러갔죠
희안하게도 그날은 서울진입하고도 가는동안 신호 한번을 안받고 다이렉트로 꽂아지더군요...
예상보다 40분일찍 도착
원자력병원
도착했더니 조용히 누워계시는데...좀 괴로와 보였습니다
제가 왔다고 앉으시더니 물끄러미 달력을 보시는데..
그날이 2019년 마지막날이라...달력에 내일이 없었...
뭔가 아시는듯한 느낌..
인사하고 한 2분쯤 지났나? 갑자기 피를 토하시더군요...
급하게 간호사 부르고... 때마침 간병인도 어디가고 안계셔서...제가 수발들었죠...
어차피 회복불가라...하루전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밝히셨고..
아무튼..그러고 2시간 있다가 돌아가셨어요
5분만 늦었어도 인사도 못할뻔 했지요
이럴려고 신호도 한번 안받고 바로왔는가 싶드라구요
원인은 간암인데...직접사인은 식도로 전이된 암이 터져서... 과다출혈로 돌아가셨죠..
암진단 받은지 20일 남짓...입원한지 보름만에 가셨어요
구질구질하고 귀찮은거 참 싫어하셨는데
입원하기 전날 삼겹살에 소주 원없이 드시고 입원하셨단 소릴듣고..
역시 형님답다 싶었습니다...
참 삶이 그렇더군요
잠시 숨을 못쉬어도 죽고...피를 많이 흘려도 죽고... 노쇠해도 죽고...
죽는 원인은 많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면 그런 불운이 아직 닥치지 않았을뿐...
살살 나이를 먹으니까... 흘러간 세월 기억도 잘 안나는거 몇십년이 그냥 몇분으로 압축되기도 하고...
덧없더군요..
아래 전중님글에 차 몇푼 싸게 사겠다고 허세질에 구라에..
그렇게 아웅다웅... 다 부질없지 싶네요
착하겐 못살아도 정당하게 줄거 주고 받을거 받고.. 그래 살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급적 하루하루 하고싶은거 하고 사는게 최곱니다
인생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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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
안향사 생각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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