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그랜저 50㎞ 몰아보니 … ‘앞차와 간격 유지’ 기능 편리
1월 18일 오전 경남 김해공항 국제선 주차장. 풀옵션의 신형 그랜저 40대가 일렬로 주차돼 성능 뽐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적 모델인 그랜저 HG 시승회가 부산과 거제 일대에서 열렸다. 신차발표회에서 소개된 실버, 블랙베리 외에 브론즈 그레이, 블루블랙 색상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날 시승회에 앞서 현대차는 시승 코스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벤츠, BMW, 아우디만 보유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이 참석해 이 기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ASCC는 기존 크루즈 컨트롤에서 진화된 새로운 개념의 장치다. 부산과 거제를 연결해주는 거가대교 구간에서 이 장치를 사용해보니 현대차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놀라웠다.
ASCC는 핸들에 부착된 작동 버튼을 누르고 원하는 속도를 맞춘 다음, 4단계로 구분된 앞차와의 간격을 선택하면 즉시 작동된다. 장치의 조작도 운전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 직관적이다. ASCC를 시속 100㎞에 맞추고 앞차와의 간격을 4단계 중 2단계에 맞췄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앞차가 가까워진다 싶었는데 계기판에 이미 붉은 등이 들어온다. 차량이 앞차 간격을 인식하고 제동장치를 저절로 가동했기 때문이다. 앞차가 가속하자 이번에는 속도가 저절로 빨라진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시승행사를 위해 온 ASCC 개발팀 연구원은 “이 장치는 안전장치가 아니라 편의장치”라고 강조했다. 기술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급경사 등에서 앞차와의 간격을 오독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ASCC를 여러 차례 사용해봤지만 50여㎞의 시승 구간 내내 무리 없이 잘 구동됐다.
현대차가 이와 함께 강조한 부분은 안전장치다. 무릎용 등 에어백 9개가 차량 곳곳에서 운전자를 보호해준다. 이를 전체 사양에 적용해 상당한 가격 인상요인이 있었다. 그렇지만 품질, 정숙성과 함께 최근 현대차가 강조하는 안전이라는 화두에는 잘 부합되는 선택이다. 곳곳에 이 같은 편의장치와 안전장치가 숨어 있는 그랜저는 양승석 현대차 사장의 말처럼 ‘현대자동차 기술의 집약체’ 다웠다.
성능 부문에서도 최근 현대차의 다른 모델과 함께 상당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고속도로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순식간에 밀림 없이 시속 200㎞대를 주파한다. 제동 능력도 상당했다. 급제동 시에도 밀리지 않았고, 평범한 제동 시에는 고급 차 특유의 묵직함이 발끝을 통해 전달됐다. 다만 40대 후반 남성을 겨냥한 서스펜션은 주행 중 핸들을 꺾을 때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다소 붕 뜨는 느낌을 줬다. 이에 대해 김성환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은 “승차감을 우선시해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쏘나타와 유사한 느낌이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전면부의 그릴과 측면의 곡선이 사실상 그대로 적용돼 구별이 어려운 점은 여전히 아쉬웠다. 색상과 휠을 차별화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한마디로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는 품질, 정숙성, 안전성에 최첨단 편의장치가 완비된 이 회사 기술의 결정체였다. 특히 현대차가 차의 특성을 이제 자유자재로 조절해 타깃 층을 겨냥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만 8만 대 이상 팔릴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준대형 시장이 10만 대에 불과했지만, 신형 그랜저라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전망이다.
중앙일보 / 한정연 기자 ja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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