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위원장 "좋은 품질의 차 생산만이 살아남는 길이라 깨달아"
경영진·노조 집행부 함께 공장 돌며 직원들 격려… 1인당 생산대수 2년간 5배나 늘어
▲ 24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조립1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쌍용차의 소형 SUV인‘코란도C’의 차문을 부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조립1공장. 쌍용차의 '코란도C' 생산 전용 공장이다. 내부는 '위이잉' 기계음으로 가득했
다. 축구장 2개 크기의 공장 내부 한가운데에 S자 형태의 대형 컨베이어 벨트가 눈에 들어왔고, 그 위에는 코란도C 수십대가 느
리게 움직이고 있다. 차체마다 직원 2~3명이 붙어서서 기계 부품을 조립하느라 분주하다.
지난 2월 쌍용차가 3년 만에 처음 내놓은 신차인 소형 SUV 코란도C는 쌍용차에 '희망의 상징'이다. 공장 벽 한쪽. '무결점 코란
도로 대박 내어 회생하자' '코란도의 부활은 내 손에서 시작한다' 내용의 현수막 2~3개가 희망과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보여
줬다.
◆ 직원들이 달라지니 회사가 살아났다
쌍용차는 2009년 2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구조조정과 공장 점거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해 4월 2600여명에 대한 구조
조정을 단행했지만 노조와 민주노총이 5월 21일부터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했다. 이른바 '옥쇄 파업'이었다. 결과는 3035억원
의 매출 피해로 나타났다. 2008년 9만2665대였던 국내·외 판매량은 2009년 3만4936대로 곤두박질 쳤다.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쌍용차는 회복세다. 국내·외 판매량이 올 5월까지 4만4909대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실적(8만215대)에 비
하면 크게 증가한 실적이다. 1인당 생산 대수 역시 2009년 2~4월 1.6대에서 올해 1~3월 8대로 5배나 늘었다.
쌍용차가 왜 달라진 것일까. 쌍용차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직원들의 달라진 태도가 회사를 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해 설비, 기술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를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 노력으로 어렵게나마 극복하고 있다는 얘
기다.
조립1공장 생산라인에서 코란도C에 연료필터를 부착 중이던 원유상(39)씨. "2년 전 법정관리와 파업을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달
았습니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모두 죽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
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파업 이전만 해도 직원들은 작업 중 담배를 피우거나 딴청을 피우기 일쑤였다. 기계가 조금이라도 오작동을 일으키면 생산을 멈
춘 채 누군가 고쳐줄 때까지 하세월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금은 이 모습들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
조립1공장의 작업 라인. 기계마다 담당 직원의 사진, 이름이 포함된 '마이 머신' 카드가 붙어 있다. '기계를 내 것처럼 생각하며
고장 나면 내가 관리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강성 노조와 외부 세력이 마지막까지 점거했던 도장2공장 직원들도 옥쇄 파업을 딛고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한정규(45)씨는 "몇년 간 일해 온 공장이 전쟁터처럼 변한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니 회사를 아끼는 마음이 커졌고, 공장을 다시
돌리는 과정에서 직원들도 서로 더 협력하게 됐다"고 말했다.
◆ 노조가 바뀌면 회사가 산다는 것 보여주겠다
쌍용차노조는 지난 5월 자동차업계 중 처음으로 올 임금 및 단체 협상을 마무리했다. 2009년 9월 민주노총을 탈퇴했고, 현대차
등이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타임오프제는 지난해부터 실시 중이다. 임금을 받는 노조전임자는 단 7명뿐이다.
김규한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뭔가 받아내기 위해 회사의 발목을 잡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노사 협력을 통해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 결국 고용 불안을 줄이는 것이고 노조가 달라지면 회사가 발전한다는 것을 쌍용차노조가 앞장서서 우
리 사회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 3월 법정관리가 끝나고 인도 자동차 회사인 마힌드라에 인수되면서 안정을 찾았지만
신차를 개발·연구할 만한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것은 약점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하광용 쌍용차 생산·구매본부장은 "신차
개발과 연구에 더 투자해야 하는 일이 과제지만 마힌드라와 노조가 마음을 합쳐 계속 협력한다면 완벽하게 살아난 쌍용차의 모
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24일 김규한쌍용자동차노조위원장이 노사협력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 쌍용자동차 옥쇄파업 2년이 지난 24일 다시 활기를 찾은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생산라인에서 근로자들의 힘차게 일하고 있다.
/정한국 기자
출처 : 조선일보
날짜 : 2011/6/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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