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차 5G 그랜저의 배출가스 실내유입으로 촉발된 자동차 실내 대기질 논란이 수그러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무상 수리를 통해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량을 낮추면서 관심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시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의 실내 대기질 시험 발표 후 제조사별로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 5G 그랜저
18일 국토해양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그랜저 HG 배출가스 실내 유입현상에 대한 제작결함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 그랜저 HG는 배출가스 실내유입현상 확인시험에서 일산화탄소가 12.1~36.7ppm(1ppm=0.0001%)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배출가스 실내 유입 현상 해결에 나섰고, 교통안전공단 시험 결과 유입량은 1.1~6.8ppm으로 낮아졌다.
기아차도 당시 시험 결과 K5 2.0ℓ 가솔린 차종이 21ppm, K7 3.0ℓ LPG는 17.9ppm이 실내에서 측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정부의 무상 수리 권고 방침에 따라 2010년 5월1일 이후 생산된 K5 14만1,000대와 2009년 12월1일 이후 생산된 K7 7만대에 리콜과 동일한 무상 수리를 해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뉴 E클래스
반면 일부 회사는 교통안전공단의 시험을 정면 반박하며 개선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량이 25.4ppm으로 측정됐던 메르세데스 벤츠 E350 가솔린 차종은 수입사가 '유입 없음'으로 해명, 정부의 시험 결과를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선루프나 창문이 열려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정상적으로 운행할 때 해당 차종에는 일산화탄소가 유입될 수 없다"며 "엔진과 후드에 밀봉 가스켓이 장착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교통안전공단이 일산화탄소가 대부분 트렁크를 통해 유입된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서도 "트렁크에도 밀봉 가스켓과 환기용 플랩이 사용된 만큼 유입은 없다"고 반박했다. 더불어 "공기 실내 재순환 기능을 조작하면 5~30분 이내 실외 공기가 유입되도록 전환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시험에 참여했던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시험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며 "측정된 결과는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의 경우도 SM3 1.6ℓ 가솔린 차종에서 15.9ppm의 일산화탄소 유입이 확인됐지만 별 다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말 자료를 발표하면서 이미 운행 중인 다른 차종의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량도 측정해 이달 중 내놓기로 했다. 이와 관련,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진행 중일 뿐 다른 말은 할 수 없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량의 글로벌 기준이 없는 만큼 정부도 지속적인 시험 결과 발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일산화탄소 실내 유입에 따른 후속 조치도 어디까지나 개별 기업의 판단이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통안전공단은 일산화탄소가 10ppm 이상 실내로 유입된 자동차회사에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대기아차와 유사한 조치를 권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권유를 받아들인 곳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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