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스포티지..정말 명작이죠. 1991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처음 발표되고 양산까지 2년이나 끌어서 일본 메이커들이 경쟁차 개발할 시간을 많이 준게 문제였지만.. 91년도에 바로 양산됐으면 더욱 더 센세이션이었을 겁니다.
보디 온 프레임이긴 하지만 둥글둥글하고 깔끔하고 세련되고 날렵한 디자인은 확실히 90년대 승용차 스타일이죠. CR-V, RAV4같은 차들은 스포티지보다 늦게 나오긴 했으니 스포티지가 90년대 SUV중 선구자인 것은 맞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스포티지가 최초의 도시형SUV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스즈키 에스쿠도/지오 트랙커보다도..
1984~2001년까지 17년간 생산된 이 지프 체로키 XJ 때문입니다.
지프야말로 무식한 오프로더의 전형이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고, 이 체로키가 상당한 오프로드 성능을 지녔던 것도 맞습니다만..
이 차 프레임바디 아닙니다. 84년에 나온 SUV인데 무려 모노코크(유니바디)입니다.
사이즈도 생각보다 작습니다. 길이 4.2m, 폭 1.7m 약간 넘고 높이는 1.6m정도입니다. 스포티지보다 길이만 15cm정도 길고 그 외엔 비슷한 사이즈죠. 그래서 이 체로키 XJ야말로 SUV의 선구자로 꼽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체로키 XJ가 모노코크바디에 컴팩트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도시형이라기엔 너무 오프로드를 잘 타지 않느냐?라고 물으신다면
1977~1984년에 생산된 프랑스의 "마트라 란초(Matra Rancho)"가 있습니다.
이 차의 메이커를 알려면 당시 프랑스의 마이너 업체였던 마트라, 심카, 탈보 세 회사를 알아야 하는데.. 뭐 이건 저도 자세히는 모릅니다. 심카(Simca), 탈보(Talbot)는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인 "크라이슬러 유럽"의 소유였고(포드는 유럽포드, GM은 오펠이 있는데 크라이슬러는 유럽에 암것도 없다보니 심카, 탈보를 먹어서 크라이슬러 유럽을 만들고 오일쇼크땐 이 회사의 소형차를 미국에 가져와서 닷지 옴니, 크라이슬러 호라이즌 등등으로 파는 등...아 여기서 끊을게요),
마트라(Matra)는 양산차, 무기, 항공기, 우주로켓 심지어 정보통신기술까지 다루는 엄청난 문어발 엔지니어링 그룹인데, 양산차는 소량생산 스포츠카가 대부분이었고 르노, 심카 등등의 다른 프랑스 자동차회사들과 협업을 한 것도 많고 그랬는데...
이 마트라 란초 또한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당시 크라이슬러 유럽 소속의 심카(Simca)는 "1100"이라는 FF 모노코크 구성의 수퍼미니급 소형차가 있었는데
1970년에 데뷔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잘되는걸 보고
"우리도 레인지로버 같은 차 좀 만들어보자! 근데 우리 후랑스는 길이 좁고 실용주의니까 좀 작고 싸게 만들고, 지금 우리 회사 사정이 안좋으니까(실제로 란초 양산한 이듬해에 크라이슬러가 심카를 PSA그룹에 팔고 크라이슬러 유럽을 공중분해시켰..), 잘 팔리고 부품 많고 검증된 1100을 변형해서 만들어보자!"
라고 해서 기획하고 엔지니어링 회사 마트라와 협력해 만든 차가 바로 란초입니다.
그래서 초기엔 정식명칭이 "마트라-심카 란초"였고 크라이슬러가 심카를 PSA에 팔고선 "탈보-마트라 란초"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암튼 이렇게 생긴 차예요.
앞도어까진 심카1100과 사실상 동일하고, 섀시와 파워트레인도 모두 동일합니다. 저 뒷좌석부터 불쑥 튀어나온 박스 부분은 마트라의 장기인 파이버글래스 재질...
뭐, 아주 흔하디 흔한 소형 해치백이던 1100에 검정 플라스틱 두르고 지상고 조금 높이고 뒷부분 좀 늘려놓으니까 아주 그럴듯한 오프로더처럼 보이죠.
그런데 모노코크 구조인데다, 결정적으로 4륜구동이 옵션으로도 없어요. 그냥 전륜구동입니다. 옵션으로 전동윈치 같은게 있긴 한데, 뭐 그냥 생색내기용이고... 마케팅도 사실상 도시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오프로더로서의 성능이 없음을 쿨하게 인정하고 대신 도시인들이 주중엔 일상용으로 쓰고 주말엔 레져활동 즐기기에 아주 좋은 차라는 식으로 홍보했죠. 레인지로버와 닮았음에도 훨씬 싸고 가볍고 연비 좋다는 것도 세일즈포인트였고.. 사실 4륜구동을 얹으려고는 했는데 당시 심카가 망하기 직전이었던지라 돈이 없어서 못달았어요.
아, 란초도 사이즈 컴팩트합니다. 애초에 기반이 된 1100이 현대 클릭 사이즈의 수퍼미니였으니까요.
모노코크 구조, 컴팩트한 사이즈, 전륜구동인데 지상고 높고 오프로더스러운 디자인. 요즘 SUV와 다를바 없는 컨셉트입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론 도시형SUV의 원조는 이 마트라 란초라고 생각합니다만.....
조건을 "모노코크 구조와 승용차스러운 디자인에 4륜구동"으로 놓고 보면 란초보다도 훨씬 오래 전의 차가 있습니다.
이건 1946~58년에 나온 GAZ M20 Pobeda라는 당시 소련의 모노코크 바디 고급차였는데...
지상고를 15cm나 높이고 GAZ의 군용지프였던 GAZ-69의 파워트레인을 장착해서 1955년에
GAZ M72라는 차를 만들어버립니다.
모노코크였던 M20에 소련군 지프의 구동계를 장착해 오프로드를 달리게 하려니 강성 확보가 심각한 문제였는데..
소련 엔지니어들은 시베리아 유배가 무서웠는지 M20의 모노코크바디에 위 사진과 같은 보강프레임을 덧붙여 자동차역사상 최초의 "유니바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지프 체로키 XJ보다도 30년 가까이 먼저 나온 유니바디....ㄷㄷ
뭐, 승용차에 군용차 구동계 붙인거니까 승용형SUV라기엔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1977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되는 "라다 니바"가 있습니다!
소련차, 러시아차라서 많이들 무시하지만 이 차도 엄연히 SUV의 선구자입니다.
소련애들이 가즈 M72에서 처음 만든 유니바디 구조에 맛들렸는지 라다 니바 또한 유니바디입니다.
M72는 대량생산은 아니었지만, 니바는 정말 맘 잡고 찍어낸 최초의 대량생산 유니바디 SUV입니다.
애초에 이 차의 개발컨셉이 "레인지로버 섀시 위에 올린 르노5"였다고 합니다.
르노5는 70년대 르노의 대표적인 FF 모노코크 소형해치백이죠. 폭스바겐에게 골프가 있다면 르노에겐 5가 있었습니다.
그 차를 보고 소련애들은 눈이 사람 키보다 많이 오는 환경 때문인지 소형 해치백의 실용성과 컴팩트함은 그대로 가지면서 눈길, 험로도 주행할 수 있는 니바를 만들어버렸습니다.
이거 바퀴만 보면 완전 오프로더지만 바디는 진짜 승용찹니다. 1970년대에 스포티지가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생겼을 거예요.
뭐... 제 뻘글은 여기까지고.. 보배에서 떡밥들 보면 제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으로 글을 써보고 싶은데 그러자면 이미 떡밥이 쉬어버린 후더군요ㅎㅎ
그냥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원조란건 정말 파고 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입니다.
쿠페같이 낮고 스포티한 디자인의 세단인 "4도어 쿠페"의 원조는 보통 벤츠 CLS로 인정받지만, 정말 파고들자면 1976년의 애스턴마틴 라곤다 또한 정말 비슷합니다. 90년대의 캐딜락 세빌도 좀 쿠페스럽고..
그러니까 뭐가 원조인지 죽자고 달려들 필요가 없을듯 합니다.
끗.
폰티액 아즈텍이 있긴 한데 이건 거의 볼드모트급 취급이라....
잘보구 갑니다..
쏘랭이 아저씨 진짜 질긴데 본문내용 정도면 한 두어달 조용할듯..
그나마 글로벌오토뉴스 채영석아저씨 얘기면 껌뻑 죽어서 효과만점인데...
음... 그래도 승용감각 도심형 SUV의 시초는 스포티지가 맞습니다 할려나???
구기아팬보이 지원사격은 허빵이고...
국내외 유명한 자동차 컬럼리스트들이나 업체 관계자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티지를 도심형 SUV의 시초라고
인정한다는 위지땡땡 (쏘렝이 대변인?)
그리고 나머지 현빠들아 현빠들아
그래도 쏘렝이 저 사람 열심히 하느라 한건데 쏘렝이는 이제 버린 카드냐?
그 많던 대변인들은 다 어디로 간건지...
공신력무김피디 최소한 너는 와서 깐죽깐죽거려야지...
아우 씬나
명작이라는 말..아무데나 쓰는거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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