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르노를 추월했다.
재정위기의 직격타를 맞은 유럽시장에서 르노가 고전하는 사이 기아차는 판매를 대폭 늘린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기아차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누르고 글로벌 전체 판매 순위에서 4위로 도약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의 상반기 전세계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3.3% 감소한 133만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아차는 전년 동기대비 12.4% 늘어난 139만대를 세계시장에 판매했다.
두 회사의 희비는 유럽시장에서 갈렸다. 상반기 르노의 유럽연합(EU) 27개국 판매는 57만대로 지난해 대비 17.1% 급감했지만 기아차 판매는 16만대로 24.7% 급증했다.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유럽에서 충당하는 르노는 유럽 판매 급감에 따른 충격이 한층 컸다. 한국 자회사인 르노삼성도 올 상반기 8만3062대를 팔아 지난해에 비해 32.8% 감소했다
르노는 상반기 판매 부진이 심상치 않자 올해 판매 손익분기점도 기존 260만대에서 240만대로 낮췄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6월 오토모티브뉴스 유럽 회의에서 "(수요 감소에 따른)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해 손익분기점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는 이를 위해 이미 유럽시장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르노의 부진으로 현대·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 순위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누르고 사상 처음 4위로 뛰어오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 650만대를 판매해 업계 5위를 기록했으며 르노·닛산은 690만대로 4위자리를 지켰다.
일단 올해 상반기까지는 르노의 부진이 두드러졌지만 르노·닛산은 글로벌 4위 자리를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에서 벗어난 닛산이 약진을 한 덕분이다.
아직 6월 판매실적을 공개하지 않은 닛산의 올해 1~5월 판매는 218만대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7% 증가했다. 여기에 르노의 올해 상반기 판매를 더할 경우 르노·닛산의 판매는 351만대가 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는 357만대(현대차 218만대)인데 닛산의 6월 글로벌 판매가 6만대만 넘어도 현대·기아차를 앞서는 셈이다. 올해 닛산의 월평균 글로벌 판매는 43만대 수준이다.
하지만 감산에 돌입한 르노의 하반기 판매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경우 올해 전체 판매에서는 현대·기아차가 르노·닛산의 판매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르노의 글로벌 판매가 20%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르노의 올해 글로벌 판매는 예상 손익분기점 240만대에 못미치는 220만대 안팎으로 내려앉게 된다.
기아차의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271만대보다 50만대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르노·닛산과 현대·기아의 판매격차가 4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추격 가시권인 셈이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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