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르노, 다임러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만나주지도 않던 자동차회사들이 먼저 찾아와서 제품을 보여달라고 하죠. 계약 추진 업체까지 합치면 알려진 자동차 회사가 모두 고객입니다.”
지난 27일 LS산전 청주사업장에서 만난 김영민 자동차전장사업부장은 “출범 5년 만에 글로벌 전기차 부품 시장에서 톱2로 자리매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기차 부품시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일본 파나소닉과 미국 타이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LS산전은 경쟁사들보다 10년 이상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지만 지금은 파나소닉과 양강 구도를 이룰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풀프루프 공정’ … 완벽한 제품 생산
지난 5월 준공한 충북 청주 EV(전기차) 릴레이(전력 조절장치) 공장 라인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모든 단계의 공정 옆에 테스트 장비가 붙어 있는 것. 공정이 모두 끝난 뒤 완제품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테스트를 거쳐 불량률을 최소화하는 ‘풀프루프(fool-proof) 공정’을 도입했다. ‘바보가 앉아 있어도 불량이 나오지 않는 완벽한 공정’을 뜻하는 말로 극히 사소한 실수까지 철저하게 걸러내는 시스템이다.
LS산전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7년 12월 자동차전장사업부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자동차부품 사업은 폐쇄적인 시장의 특성상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다. 완성차업체에서 ‘견적요청(RFQ)’이라는 부품 상세 스펙 정보를 받아야 부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 등 실력을 증명하는 외에 비밀 유지에 대한 신뢰도 쌓아야 한다.
김 부장은 “2005년부터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용 릴레이를 개발하는 등 미리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됐다”며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존 부품 협력사 외의 업체들에 잠시 문이 열렸을 때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의 요구에 맞는 부품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데는 고전압 제품을 다루던 LS산전만의 노하우가 주효했다.
EV 릴레이는 전기의 흐름을 완벽히 막아주는 장치다. 고압에선 전기 스위치를 뗀다고 전류가 바로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시동을 꺼도 전기차가 멈추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전류를 확실히 끊어주는 장치가 EV 릴레이인데, LS산전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었다.
김 부장은 “수천 볼트(V) 이상의 전류를 끊는 차단기를 생산해오다 보니 몇 백V 정도를 조절하는 릴레이는 쉽게 만들 수 있었다”며 “냉매로 사용할 수 있는 가스를 넣어 전류를 끊는 방식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등 브릭스 시장 공략
LS산전은 EV 릴레이 산업을 양강 구도로 재편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버터, 전력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던 충남 천안 공장에 자동차 부품용 생산라인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PCU(모터 속도 제어장치), OBC(차량 내부 충전기)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협의를 시작했다.
LS산전은 특히 OBC와 PCU를 합친 IPCU라는 신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IPCU는 기존 제품에 비해 부피가 줄어들 뿐 아니라 가격이 싸고 고장이 적어 저속 전기차에 적합하다. 김 부장은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의 저속 전기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중국에서 내년부터 외국 기업의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면 관련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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