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 자동차들의 중국 판매 급감이 중일 영토분쟁 때문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국 자동차제조업체연합(CAAM)이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중국시장에서 일본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감소했다.
마켓워치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 급감을 지난 몇 년 간 일본 차 업체들이 유럽, 미국 경쟁업체들에 대한 경쟁력을 상실한 결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최고조 됐던 영토분쟁으로 촉발된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중국 일본 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다소 미쳤지만 이것만으로는 지난달 급감 추세를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자동차들은 지난 10년간 평균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이어가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독보적이었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중국의 전국 차 판매량은 6.7% 증가했다. 당시 판매 된 938만 대 중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이 30.8%에 육박했다.
그러나 일본 차 점유율은 2009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토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단이 됐다. 당시 토요타는 브레이킹 시스템 결함 때문으로 추정되는 오작동 사례가 보고되며 전 세계에서 수십만대의 차량을 리콜했다. 중국에서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리콜 사태가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3월 발생했던 일본 대지진 및 쓰나미로 일본 자동차 부품 공장들이 문을 닫고 이로 인해 중국 부품 공장들이 일주일 간 생산을 중단하며 판매가 타격을 입었다.
중국 시장에서 일본차의 점유율은 2009년 후 21%, 22.8%에서 21.6%로 감소했다. 올해 첫 9달간은 19%로 감소했고 9월에는 무려 12.2%로 급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점유율 급감에 지난해 대지진이 미친 영향이 그리 크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 지난 몇 년간 일본 자동차의 경쟁력이 뒤쳐진 점을 패인으로 지목한다.
중국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인 종 시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유럽, 미국, 경쟁사들에 비해 연구 및 개발, 중국 소비자들에게 맞춘 제품 개발 등에서 뒤쳐져 왔다"고 지적했다.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시장에서 출시하는 자사 차량에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요소들을 첨가 해 왔다. 반면 토요타는 일본에서 성공이 입증됐던 모델을 고스란히 중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아우디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해 뒷자석을 넓힌 더 긴 버전의 세단을 외국 차 업체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도 아우디의 '중국식 세단'을 잇달아 출시했다.
반면 토요타는 자사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에서 유사한 모델을 출시하지 않았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데서도 미국과 유럽 업체들에게 뒤쳐졌다.
GM과 폭스바겐은 중국 내 합작사의 관리직에 많은 중국인들을 채용했다. 반면 토요타는 경영진 중 중국인의 비율을 정해 놓는 등 채용에 한도를 정해 놨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통적 강점도 잃어 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CITIC 증권의 리 춘보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일본 차 업체들은 고연비와 꾸준한 성능 등으로 유명했지만 이 같은 명성이 최근 몇 년 동안 바래왔다"고 전했다.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는 데 수년을 집중해 왔지만 토요타의 총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혼다와 닛산의 경우는 5%에도 미치지 않는다.
반면 독일 업체들은 전통적인 차량의 연비를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이 부분에서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2008년 CAAM가 집계한 중국 시장 상위 10위 자동차 브랜드 리스트에는 일본 3개 업체가 포진해 있었지만 올해는 하나의 기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 차 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권다희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본 기사의 저작권은 머니투데이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5년전 일본차랑 지금 일본차랑 별 차이가 없음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