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인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면 전환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현대차 근로자의 송전 철탑 고공 농성이 오늘로 보름째다. 현대차 비정규직 해고 근로자 최병승 씨와 울산공장 비정규직 지회 사무국장 천의봉 씨가 고공 농성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28일이다. 사내하도급이 불법 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을 존중해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핵심 요구조건이다. 최씨는 현대차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실질 고용주로서 자신을 부당해고했다며 낸 소송에서 이겼는데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가 사내하도급이 불법 파견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로는 최씨와 천씨는 각기 철탑 10m, 25m 지점에서 밧줄로 몸을 묶은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철판 등을 깔아 몸을 의지할 공간을 확보하고 밤에는 침낭으로 버틴다고 한다. 언제 불상사가 빚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노사 쌍방간에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보려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 농성이 더 길어지면 두 근로자의 탈진 사태가 우려된다. 농성이 장기화하는 것을 그냥 두고만 봐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노사는 물론 노동 당국도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하는 까닭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비정규직 해소 방안을 내놓았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3천여명을 2016년까지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 상생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내놓은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하고 나서자 회사 측은 시행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조가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일부만을, 그것도 경력 인정도 안 되는 신규채용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지금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현 시점에서 현대차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의 관건은 회사 측이 미래를 바라보는 진취적인 경영 자세로 진정성을 갖고 갈등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우선 사내하도급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런 다음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손잡고 대화의 장으로 들어서야 한다. `불법파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 법을 준수하라는 이채필 노동부 장관의 주문에도 귀 기울여주기 바란다. 이 장관은 현대차가 대법원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을 준수하지 않은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의적절한 발언이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 노동 당국이 더욱 실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길 촉구한다.
어제 현대차 비정규직 해법을 모색하고자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주최한 좌담회에서는 여러 가지 해법이 제시됐다. `단계적인 정규직 전환'도 그 중 하나다. 현대차는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임을 인정하되 정규직 전환 범위나 방식은 노사가 협상을 통해 합의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라고 한다. 진지하게 검토해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현대차는 우리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하는 국가대표급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의 기준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도 사내 비정규직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주길 바란다. 특히 흔들림없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엄혹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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