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딱히 나무랄 데는 없지만 '개성 없는 바닐라맛' 같은 디자인에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렉서스의 앞부분 스핀들 그릴과 오리스 해치백의 날카롭게 각진 헤드라이트 등에서 이미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
후쿠이치 도쿠오(61) 본사 디자인 총괄이 재영입된 이래 2년간의 결과물이다.
14일 오후 개막하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되는 콘셉트카 푸리아를 보면 도요타 디자인 개혁의 최근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취임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타사가 자동차 본연의 매력을 잊었다고 반성하고 엔지니어가 차 디자인을 주도하는 문화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도요다 사장은 후쿠이치를 이례적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는 1980년대 큰 인기를 끈 프레비아 1세대 디자인을 맡았지만 근래에는 해외지사로 떠돌고 있었다.
도요다 사장은 후쿠이치에게 멋진 차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그는 "멋진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필요한 건 개성이다"라고 답했다.
개성 있는 디자인에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지난해 6월 주총에서 렉서스의 '얼굴'을 두고 불만이 나왔다.
그러나 후쿠이치는 "모험을 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잘라 답했다. "우리는 단점을 보완해서 아무도 싫어하지 않는 차를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그 대신 아무도 우리 제품에 열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쿠이치는 디자인에 개성을 입히기 위해 디자인 위원회의 운영 관행을 뒤흔들었다.
종전에는 위원 약 100명이 점수를 매기면서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디자인은 밋밋하게 수정됐고 또한 임원 30명이 최종 결정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제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델을 추천하고 위원회 견해는 단지 참고 사항으로만 고려된다. 결정권을 가진 임원 수도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후쿠이치는 "더 이상 민주적 의사결정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요타가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BMW와 폴크스바겐, 아우디와 같은 디자인 선두주자들, 그리고 현대차와 같이 떠오르는 경쟁자 사이에 치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최근 디자인 개선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미국 디자인센터의 수석 디자이너로 BMW 출신인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영입했고, 기아차는 전 폴크스바겐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첫 외국인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도요타는 이에 맞서 젊은 소비자 공략을 위해 디자인이 과감한 제품을 내놓고 눈길을 끄는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대부분 소비자가 흰색이나 검은색을 택하는 고급 크라운 세단 광고에 플라밍고 핑크색을 내놓기도 했다.
후쿠이치는 도요타의 기술 철학인 '가이젠(개선)'을 디자인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카이젠을 통해 몸매 좋은 패션모델이 될 순 있지만 잊혀지지 않는 배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변화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렉서스 같은 대표 라인의 디자인을 너무 많이 바꾸면 기존 팬이 떨어져 나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merciel@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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