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오후 2시40분 미국 조지아주 의사당.
전광판에 '외국 운전면허 상호인정법'(HB 475)에 대한 찬성표(YES)가 훨씬 더 많이 나오자 2층 방청석에서 초조하게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한국 외교관들은 하나같이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찬성 108표, 반대 55표였다.
HB 475는 조지아주가 외국과 상호 운전면허 교환협정을 맺도록 주정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한국운전면허법으로 불릴 만큼 발의부터 표결까지 모든 과정을 한국이 주도해 관심을 끌었다.
이 법안은 지난 5일 하원에 이어 26일 상원에서도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지만 상원이 가결과 함께 일부 부대 의견을 단 수정안을 하원에 제출해 회기 마지막날인 이날 다시 표결이 이뤄지게 됐다.
HB 475를 대표 발의한 한국계인 공화당 B.J 박(한국명 박병진) 의원은 "문제될 게 없다"며 수정안 통과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야당인 민주당이 갑자기 당론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민주당은 운전면허 협정 대상국을 '외국'에서 '조지아주에 경제적 기여를 했거나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로 바꾼 조항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은 수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공화당 주정부가 국가 경제력을 내세워 멕시코 등 중남미 이민자를 차별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히스패닉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다.
그러나 전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화당은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백인 우월주의가 남아있는 조지아주의 '텃세'에 눌려 독일과 프랑스도 중도 포기한 법안을 한국이 보란 듯이 해낸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조지아주를 북미시장의 전진기지로 삼고 투자에 나서지 않았더라면 발의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조지아주에는 웨스트포인트에 공장을 세운 기아차를 비롯해 삼성, LG, SK, 현대중공업, 한진, 만도, 팬택 등 20여개 대기업이 진출해 있다.
기아차의 완성차 공장 건설로만 일자리 1만여 개가 창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네이선 딜 주지사의 서명 의사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 직후 지역 언론사들의 질문 공세를 받은 김희범 애틀랜타 총영사는 "조지아주가 새 정부가 출범한 한국에 외교적 선물을 줬다"며 사의를 표했다.
박 의원은 "HB 475는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은 딜 주지사와 김희범 총영사의 합작품"이라며 법 제정이 한미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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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상이 높아지니 다행인데 뭔가좀 불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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