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수입차 업계의 당면 과제로 '서비스 역량 강화'가 떠오르고 있다. 내수 승용점유율(3월 기준)이 12%대에 육박하는 등 최근의 시장 확장세는 놀라울 정도지만 서비스 만큼은 아직까지 국산차 인프라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부품 가격이나 공임 비용도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각사별로 지난 몇 년간 서비스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제시해 왔다.

 
 그 중 하나가 서비스 센터 숫자 늘리기다. 소비자 편의는 물론이고, 하나의 서비스 거점에 여러 대가 몰리는 것을 분산시킬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대형 서비스 센터들이 거점에 생겨나면서 서비스가 많이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다시 말해 수입차 성장세에 비해 서비스 센터 증가세가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는 얘기다. 간단한 경정비를 맡기려 해도 최소 3일은 기다려야 일정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인프라 외에 요지부동인 공임 및 부품가격 또한 비판 대상이다.

 물론 수입사도 할 말은 있다. 전시장이 몰려 있는 대도시의 경우 여러 제재 법규와 민원으로 도장 및 판금이 가능한 종합 서비스 센터 설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도심 내 센터 증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형 서비스 센터는 대부분 도심 외곽에 몰려 있고, 소비자는 먼 거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수입사의 과도한 욕심이다. 수입차 프리미엄이라는 허울에 사로잡혀 서비스 센터는 무조건 크고, 좋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이는 "본사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말로 핑계삼을 일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들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판매사는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해 고비용 서비스 구조를 택할 수밖에 없다.

 실례로 현재 서울에서 종합 서비스 센터 신규 허가가 떨어지는 장소는 거의 없다. 때문에 기존 땅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수입사 방침에 따라 종합 서비스 센터를 지어야 하는 판매사는 평균 3-4배의 웃돈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한다. 시작부터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후 서비스 센터 신축과 브랜드 기준에 맞춘 내외관, 그리고 각종 편의 시설을 완비하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추가로 센터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갖추는 것도 판매사 부담이다.

 악순환의 시작은 여기서 발생한다. 수입차 가격 파괴로 판매사가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서비스로 이익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대형 서비스센터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한 만큼 조기 회수를 위한 노력은 결국 서비스의 과다 마진 책정으로 연결된다. 그 결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없는 공임과 부품 가격이 형성된다. 수입차가 늘고 서비스센터가 많아져도 부품 및 공임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해결 방안은 있다. 대형 종합 서비스 센터보다 작은 경정비를 늘리면 된다. 실제 발생하는 자동차 정비의 70% 이상이 단순 정비로 분류되는 경정비이기 때문이다. 전구 바꾸고, 각종 오일류 교체하고, 타이어 공기압 맞추는 일이 정비의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이런 경정비 센터는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개장이 가능하다. 작은 서비스 센터 확보한다고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 서비스 센터 지을 돈으로 작은 경정비 여러 개를 만드는 게 소비자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이미 움직임을 내보이기도 한다. 아직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지만 확대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렉서스는 지난해 '작은 서비스 센터+전시장' 개념을 도입해 '렉서스 판교'를 열었다. BMW 역시 수요가 많은 강남 지역에 '패스트 레인'이라는 경정비 센터를 개설했다. 폭스바겐 또한 비슷한 내용의 새로운 서비스 정책 도입을 위한 시장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는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장 속도 또한 거침 없을 정도로 빠르다.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수입, 판매하는 회사들의 생각은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 '수입차니까 화려하게'라는 말은 과거 지향적인 발상이다. 건강한 시장 발전과 소비자를 위해 서비스 투자비의 절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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