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당장 내년부터 i3 전기차 판매를 앞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 및 확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그렇지 않을 경우 i3는 들여와도 전시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BMW의 노림수에는 '충전 표준화'가 숨어 있다. 전기차를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전 방식을 BMW에 유리하도록 표준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i3를 타고 전국 어디를 가도 충전이 가능한 충전기 확산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다. 제 아무리 전기차가 좋아도 충전이 어려우면 고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직류 전기를 이용한 급속 충전과 교류 전기를 이용한 완속 충전이다. 충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완속은 어떤 전기차든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 가정용 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문제는 짧은 시간에 배터리를 충전하는 직류 급속에서 발생한다. 급속은 먼저 완속 충전과 호환되는 '차데모(CHAdeMo)' 방식이 많이 쓰인다. '차데모'는 일본 도쿄전력이 개발한 급속충전기 규격으로 일본 내에선 충전기 통일 규격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전을 표시하는 '차지(charge)'와 이동을 의미하는 '무브(move)'를 합친 말이다. 국내에서 기아차가 내놓은 레이 EV는 차데모 충전을 이용한다. 차데모는 직류용과 교류용 충전구가 분리돼 있다.
반면 유럽을 중심으로 차데모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게 콤보 방식이다. 콤보는 충전이 하나의 충전구로 돼 있어 충전기와 자동차를 연결하는 플러그의 형태가 다르다. 또한 배터리 잔량 확인을 위한 내부 통신망도 같지 않다. 플러그가 하나라는 점에서 운전자에게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간 상용화 된 차가 없어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BMW가 콤보 방식의 i3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충전 표준화 대열에 끼어든 것이다.
현재 급속 충전 방식에 대해선 정부도 별 다른 대안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북미가 콤보 방식을 선택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급속 충전의 표준으로 콤보 타입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국내에선 차데모 방식을 활용하는 전기차가 적지 않아 콤보 방식만을 고집할 수가 없다. 게다가 카셰어링에 적극 투입되는 경형 전기차는 모두 차데모 방식이 적용돼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복합충전기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차데모와 콤보 방식이 혼용되는 복합충전기는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정부로선 인프라 확대에만 엄청난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 경우 충전 인프라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전기차 보급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 게다가 르노삼성의 SM3 전기차는 차데모와 콤보가 아닌 완속과 급속이 하나의 플러그로 이뤄지는 교류 3상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그야말로 '충전'을 놓고 때 아닌 암투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다. 소비자는 어떤 충전기를 이용해도 어려움이 없도록 표준이 정해지기를 바란다. 현재 절반씩 설치된 차데모와 콤보 충전기를 찾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표준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제조사의 몫일 뿐 사용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충전 표준을 정하기 위한 공청회와 세미나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가보면 그 때마다 차데모와 콤보 방식을 두고 설전이 오간다. 완성차 제조사 뿐 아니라 충전기 개발회사 간의 접전도 치열하다. 완성차는 전기차가 실험이지만 충전기 제조사는 생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오로지 하나, 소비자만 고려하면 된다. 제조사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해 종을 울리면 그만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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