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F1(포뮬러원) 영국 그랑프리'.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선두로 달리던 머신이 최하위로 처졌다. 이유는 타이어 펑쳐(타이어 파손). 잠시 후 3대의 머신에서 잇따라 타이어가 터졌다. 이들 머신이 사용한 타이어는 F1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이탈리아 피렐리 제품. 올해를 끝으로 F1 공급계약이 끝나는 피렐리는 재계약 여부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F1 진출을 노린 국내 타이어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전 세계 약 5억명이 시청하는 'F1 특수'에 주목해 F1 공급을 타진해 왔지만 이번 피렐리 사고를 통해 F1 마케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증폭된 때문이다. 자칫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섣부른 F1 진출보다 글로벌 판매망 확보가 우선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서다.
14일 타이어업계에 따르면 국내 매출 1위인 한국타이어는 연내 F1 공급계약 추진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국내 2위인 금호타이어도 마찬가지. 이들 업체의 글로벌 순위는 10위 안팎이며, F1 공급을 위한 고성능 타이어 기술력은 갖춘 상태다. 하지만 최근 피렐리 사고를 계기로 F1 진출 득실을 꼼꼼히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F1 사고가 피렐리의 타이어 품질 문제 때문 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F1 조직위가 잦은 피트 스톱(타이어 교체 등을 위해 정비구역으로 들어오는 것) 장면 연출을 위해 피렐리에 타이어 마모도를 높일 것을 요구했는데, 이로 인해 주행 중 타이어에 과부하가 결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품질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사고 장면만 기억한다"며 "조직위 규정이 바뀔 때 마다 사고 변수가 높아질 수 있어 섣불리 F1 진출을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F1 재계약도 불투명해져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F1 타이어 공급계약은 3년이다. 초기 계약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재계약을 통해 6년은 공급해야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타이어업체가 F1과 공급계약을 하면 회사의 모든 마케팅 전략은 F1에 맞춰진다. 홈페이지 디자인부터 프로모션, 광고, 제품 개발까지 모두 F1 체제로 바뀌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찮다. 피렐리는 F1 공급을 위해 연간 1000억~1500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내 업체의 유럽 판매 기반이 아직 다져지지 않아 F1 마케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렐리를 포함,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 F1 공급 경험이 있는 업체들은 유럽 공급망을 다진 상태에서 F1에 진출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섣불리 F1 진출을 타진하기보다 당분간 다른 모터쇼와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 4월 국제 모터스포츠 대회인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에 2016년까지 모든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했고, 금호타이어는 현재 F1 전단계로 불리는 '오토GP'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김암이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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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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