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면 통한다"
10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제 65회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규정한 말이다.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로 현지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고 공장 폐쇄가 잇따르지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끌 만한 신기술은 올해 열린 모터쇼 가운데 가장 풍성하게 제시됐다. '불황의 대륙'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는 글로벌 주요 브랜드들의 노력이 기술의 혁신과 진보로 연결된 결과다. 이른바 '불황의 역설'이다.
불황의 분위기는 이번 모터쇼에 참석한 주요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들의 입을 통해 확연히 감지됐다.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CEO는 10일 "우리는 향후 3년에서 5년간 유럽 경제위기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20년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는 평가도 나왔다. 슈테판 오델 포드 유럽법인장은 "유럽 차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판매 수준 회복은 2010년대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가장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유럽 승용차 판매는 전년대비 6.7% 줄어든 643만6743대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전년보다 7.6% 증가한 783만대가 팔렸으며 중국에서는 13.4% 늘어난 838만대가 판매됐다.
이 같은 온도차는 모터쇼 현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해 1월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스포츠카와 픽업트럭 신차를 어느 때 보다 많이 공개하며 '풍요의 시대'로의 회귀를 시사했고 4월 중국 베이징 모터쇼는 경제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젊은 수요층 겨냥해 럭셔리 신차를 대거 선보였다. 연비가 좋은 경소형차 위주의 이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상대적으로 화려한 볼거리가 빈약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풍성하게 제시됐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고효율 기술이 집약된 신차가 어느 때 보다 눈에 띄었다.
폭스바겐은 'e-업!'과 'e-골프' 등 양산형 순수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으며 BMW 역시 양산형 전기차 i3를 공개했다. 폭스바겐과 BMW는 유럽에서 인기가 높은 클린 디젤 차량 기술에 강점을 가진 업체다. 하지만 불황으로 보다 효율적인 친환경 차에 대한 수요가 늘자 전기차 기술에도 손을 댄 것.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은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던 기존 공장을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상태로 모두 바꿨다"며 " 전기차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400여 명의 최고 기술자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이번 모터쇼에서 2015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토요타가 공개한 연료전지 콘셉트카 FCV-R에서는 양산차 성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모델은 한 번 충전으로 700㎞ 주행이 가능한 고효율 차량이다.
친환경, 고효율 기술과 함께 자동차 산업 미래 기술의 양대 축으로 분류되는 무인 자동차 기술도 제시됐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 주행' 차량의 도로 테스트에 성공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제체 사장은 벤츠 S500을 개조해 만든 무인 자동차 주행 영상도 공개했다. 이 모델은 전자제어와 위치추적 장치 등의 IT 기술을 자동차에 접목해 운전자 조작 없이도 완벽한 주행이 가능하다.
안정준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본 기사의 저작권은 머니투데이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