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가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계량장치(속도·엔진회전수 등을 나타내는 장치)와 와이퍼 가격을 수년 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본계 자동차 부품그룹인 덴소와 독일계 부품사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이하 콘티넨탈), 보쉬전장(이하 보쉬) 등 2곳이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부품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천146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계열사를 포함해 담합과 관련된 법인 5곳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돌아가며 낙찰자를 사전에 정하고 나머지는 들러리 입찰을 서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올렸다.
덴소와 콘티넨탈은 2008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소나타, 아반떼, 그랜져, 카니발 등 21개 차종의 계량장치 부품 입찰에서 낙찰예정자를 사전에 모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담합은 수주하기로 합의한 회사가 들러리 회사에게 특정 가격보다 높게 견적가격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면 들러리 회사는 약 5% 높은 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계량장치 납품 점유율은 작년 기준 덴소가 57%, 콘티넨탈이 43%로 사실상 최근 5년간 양사가 양분해왔다.
덴소와 보쉬는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아반떼, 프라이드, 소나타 웨건형 등 총 6개 차종의 와이퍼 입찰에서 낙찰예정자를 미리 정하는 식으로 짬짜미를 했다. 보쉬가 덴소에게 투찰 가격을 미리 알려주면 덴소가 이보다 높게 또는 낮게 견적가격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담합으로 덴소의 와이퍼 낙찰가격이 프라이드는 8.5%, 소나타 웨건형은 5.4% 상승했다.
공정위는 담합 기간 5%대에 머물렀던 이들 업체의 견적가격 차이가 담합이 종료된 작년 3월 이후에는 22%로 확대되는 등 담합의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조사 기간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 미국 법무부 반독점국과 작년 10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공조체제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이번 계량장치 담합 적발이 현대·기아차의 차량 약 1천100만대(생산예정 차량 포함)와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동권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사실상 현대·기아차의 전 차종이 담합 대상에 포함돼 이번 조치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주요 경쟁당국과 공조를 통해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 카르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헌 기자 pan@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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