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뉴 레인지로버 2014년형을 탔다. 국내에는 HSE(1억1,680만원), HSE 다이나믹(1억2,650만원), 오토바이오그라피 다이나믹(1억3,690만원) 세 가지 제품이 판매된다. 물론 엔진은 배기량 2,993㏄ V6 터보 디젤이며, 최고 292마력, 61.2㎏.m의 토크를 발휘한다. 반면 타이어는 HSE 다이나믹이 '275/45R21'로 HSE 트림의 '255/55R20'보다 크고, 편평률이 낮다. 말 그대로 다이나믹(Dynamic) 트림에 따른 역동성 강조의 대목이다. 이외 효율은 ℓ당 10.6㎞(복합 기준)로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포츠 SUV답게 힘과 가속력은 일품이다. 그리고 편안함도 더했다. 세 가지 트림 중 시승한 차종은 HSE 다이나믹이다.
▲디자인
1970년 등장한 1세대 레인지로버는 1996년까지 이어졌다. 세로형 그릴에 동그란 헤드램프, 그리고 해치백처럼 흘러내린 뒷모습은 레인지로버의 전형적인 실루엣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2002년까지 생산된 2세대는 원형 램프가 사각형으로, 세로형 그릴은 가로배치로 달라졌다. 물론 기본 실루엣은 유지했다. 이후 2012년까지 유지된 3세대는 사각형과 원형이 조금씩 합쳐진 헤드램프, 그리고 벌집형 그릴이 특징으로 주목됐다. 범퍼도 일체형으로 커졌다. 그리고
2013년 등장해 2014년형으로 거듭난 4세대 레인지로버는 이전보다 첨단 이미지가 풍기도록 디자인됐다. 하지만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레인지로버와 달리 헤드램프와 그릴의 위아래 폭이 좁아져 공격적으로 다듬어졌다. 또한 그릴은 살짝 뒤로 누운 형태를 취했다. 이외 리어램프도 작아졌다. 역동이 부각되려면 작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다. 나름 덩치가 있음에도 항력계수(Cd)가 0.34에 불과한 것은 그만큼 넓은 앞 면적의 공기 흐름에 신경쓰기 위해 면(面)과 선(線)을 조화시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테리어는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픽 계기판은 왼쪽이 엔진회전계, 오른쪽이 속도계다. 속도가 오르면 해당 부근의 숫자가 밝고, 커지며 인지를 하게 만든다. 센터페시어의 넓은 모니터는 내비게이션 및 각종 편의장치 작동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그 아래에 원형의 공조 버튼이 일렬 배치돼 정체성을 나타냈다. 시프트레버는 다이얼이 아닌 스틱 방식이다. 전자식 변속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은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다. 그 뒤로 레인지로버 뿐 아니라 랜드로버 전체의 고유 특성인 오프로드 주행 기능 버튼이 몰려 있다. 산악, 진흙, 초원, 사막 등 다양한 지형에 대응이 가능한 구동 시스템이다. 랜드로버는 이 기능을 '터레인(Terrain)' 기능으로 부른다. 레인지로버 스포트보다 덩치가 작은 이보크도 터레인 기능은 기본이다. 오프로더로 출발한 만큼 제 아무리 세월이 변해도 기본은 지키겠다는 신념이 아닐 수 없다.
▲성능 및 승차감
디젤이다. 그러나 움직임이 둔하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가속페달의 응답성이 SUV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편이다. 가솔린에 버금갈 정도로 움직임이 경쾌하다. 가벼운 움직임을 떠올리며 이유를 찾아봤다. 100% 알루미늄 모노코크 차체를 선택해 420㎏을 줄였다. 그리고 역동성을 위해 올 뉴 레인지로버와 전혀 다른 부품을 75% 가량 사용했다고 한다.
제동력도 좋은 편이다. 역동이 추구된 만큼 서는 것도 신경을 썼음을 파악할 수 있다. 시트 시트 열선은 센터페시어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터치해서 작동시키면 된다. 물론 이외 대부분의 편의 기능도 같은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터치 민감도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고속도로에서 가속하면 힘이 넘친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오프로드에 들어서면 시속 50㎞ 이하에서 지상고를 주행 중에 65㎜까지 높일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최대 70㎜가 더 오른다. 이외 기속 50㎞에서 80㎞ 사이의 고속 비포장도로 주행을 가정해 기본 지상고보다 40㎜ 높게 주행할 수도 있다.
코너링은 SUV답지 않게 안정적이다. AWD 방식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뒷바퀴 중심의 토크 배분을 통해 포장도로 주행 성격이 강화된 점도 한 몫 한다. 평소 50:50으로 주행하되 필요에 따라 100%의 힘을 필요한 곳에 집중 전달할 수 있다. 더불어 비교적 기울기가 높은 길을 내려갈 때는 경사로 미끄럼 방지 기능(HDC)을 이용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대시보드 등에 사용된 가죽은 질감이 좋다. 미끄럽지 않으면서 부드럽다. 부품 간 조립 간격도 일정해 마무리 품질도 흠잡을 곳은 없다. 주행 중 차선을 변경할 때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이 위험을 알려준다. 이미 볼보에서 선보인 기능이지만 차츰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그만큼 기능의 유용성이 입증됐다는 의미다.
오디오는 메리디안 시스템이다. 19개의 스피커에서 825W의 음량을 제공한다. 주행 중 클래식을 들었는데, 볼륨을 높이면 오케스트라의 중저음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참고로 국내에 다소 낯선 '메리디안 오디오(Meridian Audio)'는 1977년 영국인 밥 스튜어트와 알렌 부스로이드가 '헌팅던(Huntingdon)'에 설립한 회사다. 메리디안은 철저히 영국주의를 지키는 오디오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재규어를 포함한 랜드로버가 메리디안을 선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른바 '잉글랜드 럭셔리'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럭셔리 브랜드일수록 그들만의 고유 특징을 내세워야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철저한 영국 오리지널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독일차들이 독일에 기반을 둔 하만 인터내셔널 오디오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총평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역동적 SUV다. 그렇게 본다면 포르쉐 카이엔과 성격이 비슷하다. 둘의 차이가 있다면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전천후 SUV에서 스포츠로 진화한 반면 카이엔은 스포츠카에 SUV 성격을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레인지로버와 카이엔은 출발점이 다를 뿐 제품 성격의 지향점은 같다. 차별화를 위해 레인지로버는 SUV의 구동 특성을 최대한 살렸고, 카이엔은 스포츠카 역동을 최대한 유지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트와 카이엔은 SUV다. 그래서 일부에선 SUV에서 출발한 레인지로버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선택은 제각각이겠지만 SUV에 스포츠 성격을 담아내려 했고, 그 결과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효율은 평범한 수준이다. 디젤이지만 덩치와 초기 가속력에 치중한 엔진 설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관리공단 표시연비 기준 복합은 ℓ 10.6㎞이며, 도심은 9.2㎞, 고속도로는 13.2㎞다. 가격은 1억2,650만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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