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해치백의 교과서도 같은 차로 불린다. 아니, 아예 '골프'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든 장본인이니 '바이블'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만큼 세계 자동차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차다. 국내에는 20-30대 수입차 입문자의 '가장 현실적인 드림카'로서 등장했다. 7세대 2.0ℓ TDI를 시승했다.
▲디자인
6세대와 이질적이다. 폭은 넓어졌고, 높이는 낮아졌다. 둥글둥글한 인상은 날카롭게 다듬어졌고, 눈매와 엉덩이는 날렵하다. 6세대가 순한 시골 청년의 이미지였다면 7세대는 잘 노는 오빠의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골프라는 거대한 흐름을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 전후좌우 어디서 보더라도 골프의 정체성만이 보인다. 이전 세대의 유전자를 그대로 품으면서 조금씩 발전돼 온 것. 그래서 1세대가 엿보이고, 4세대가 남아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세대는 달라도 모습이 닮은 것처럼 '골프는 골프다'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다.
비율은 스포츠카의 그것과 닮아있다. 오버행은 짧아지고, 보닛은 길어졌으며, C필러는 뒤로 당겨졌다. MQB(Modularer Querbaukasten, 모듈형 가로배치)라는 새 플랫폼을 적용한 덕분이다. 이 플랫폼은 장난감 블록을 끼워 맞추듯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해서 '컴포넌트'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폭스바겐에서는 A에서 B세그먼트를 담당한다. 골프 뿐 아니라 제타와 폴로, 시로코, 티구안, 투란, 파사트, CC에도 공통 적용된다. 최근에는 MQB 기반의 아우디 A3도 등장했다.
크기는 길이 4,255㎜, 너비 1,799㎜, 높이 1,452㎜, 휠베이스 2,637㎜로 이전 세대보다 55㎜ 길어지고, 14㎜ 넓어졌으며, 28㎜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59㎜ 늘어났다. 역대 골프 중에서는 가장 큰 차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실내도 상당히 넓어졌다. 1열 좌석의 슬라이딩 폭이 20㎜ 길어졌고, 1‧2열 숄더룸은 각각 31㎜, 30㎜ 확장됐다. 레그룸은 15㎜ 여유를 뒀다. 비교적 넓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트렁크도 380ℓ로 30ℓ가 늘었다.
실내도 외관처럼 구형의 유전자를 계승했다. 그러나 소재 질감의 향상으로 꽤나 진보했다는 느낌이다. 골프 오너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가죽 시트를 상위 트림(프리미엄, 3,750만원)에 넣었다. 도어 트림 등에 적용된 선 조명은 매우 세련됐다는 생각이다. 골프엔 없던 여유가 생겨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어에는 모니터를 장착했다. 공조장치나 멀티미디어 조작이 터치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버튼을 찾을 수가 없다. 가격을 문제로 프리미엄 이하 트림에는 채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내비게이션 사용이 활발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골프의 시트는 언제나 몸을 잘 잡아주면서 안락하다. 7세대 들어선 질감도 좋아졌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직물 시트는 저렴해 보인다는 것인데, 반대로 관리가 수월하고, 방수 처리가 돼 있어 오염에 강하다. 또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성능
시승차는 2.0ℓ TDI 블루모션이 준비됐다. 현재 1.6ℓ TDI 블루모션과 2.0ℓ TDI 블루모션, 2.0ℓ TDI 블루모션 프리미엄이 판매 중이다. 모두 디젤 엔진 장착차다. 2.0ℓ TDI는 최고 150마력, 최대 32.6㎏‧m의 성능을 갖추고, 6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시속은 212㎞, 0→100㎞/h는 8.6초다.
6세대와 비교해 토크 변동 없이 10마력 높아지고, 중량은 기존에 비해 44㎏ 감소(1,487㎏)했다. 때문에 마력 당 중량이 9.9㎏으로, 6세대의 10.9㎏보다 무려 1㎏이 낮아졌다. 토크 당 중량도 45.6㎏로 구형에 비해 1.3㎏ 감소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성능과 효율의 향상이다. 실제로 7세대 2.0ℓ TDI의 효율은 16.7㎞/ℓ(복합기준, 도심: 15.0㎞/ℓ, 고속도로: 19.5㎞/ℓ)로 6세대보다 0.5㎞/ℓ 높다. 역시 토크가 감내하는 중량이 낮아진 덕분에 출발 가속은 매우 경쾌하다. 6세대도 높은 토크로 가속이 좋았지만 7세대는 성능이 더욱 좋아진 기분이다. 주행 느낌에서도 6세대에 비해 더 재빠르게 느껴진다. 치고 나가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중속을 넘어 고속으로 접어들어 바퀴를 굴리는 힘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풍부한 마력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추월 시에도 차는 거침이 없다. 몇 번 추월 차로와 주행 차로를 오가는 동안 골프의 성능에 마음을 빼앗겼다.
승차감은 반대로 부드러워졌다. 혹자는 골프의 정체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하지만 대중성이라는 측면에서 단단함이 부담스럽다는 운전자는 반길 만하다. 어디까지나 유럽차의 범주에서 부드러워졌다는 뜻이다. 여전히 직선이든 곡선이든 차체를 잘 잡으면서 다부지게 돌아나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골프다. 제동력도 확실하다.
신형은 4가지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에코와 노멀, 스포츠, 인디비쥬얼(개인 맞춤)이 그것이다. 모드에 따라 엔진 출력과 스티어링 휠 장력을 자동 조절한다. 노멀은 가장 기본적인 주행 방식이다. 에코로 전환하면 출발 가속 시 엔진 회전이 제한돼 경제 운전이 가능하다. 스티어링 휠도 조금 가벼워진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는 엔진의 회전수가 급히 오르며 힘이 풍부해진다. 스티어링 휠 또한 빡빡하다. 인디비쥬얼에서는 엔진 출력과 스티어링 휠 장력을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다.
엔진의 소음‧진동은 이전보다 잘 억제됐지만 그렇다고 아예 정숙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디젤차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미다. 풍절음은 잘 차단됐다. 고속도로 제한 속도에서도 바람 소리가 실내로 잘 스며들지 않는다.
▲총평
불세출(不世出). 세상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골프의 별칭이기도 하다. 7세대는 기존보다 높은 성능, 뛰어난 효율, 월등한 편의장치 등이 강점이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기존과 거의 같으니 그야말로 불세출이 아닐 수 없다. 너무 뛰어나다 보니 견제도 많다. 특히 국내 출시되는 모든 해치백들이 필연적으로 엮인다. 골프 입장에서는 제품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지만 경쟁 차종에게는 재앙이다.
7세대에 들어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경쟁 차종을 벌써 떨어뜨리고 독주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월 평균 650대가 판매됐다. 현재 계약 기준으로 3개월은 기다려야 출고할 수 있다.
올해 폭스바겐은 가솔린 1.4ℓ TSI와 고성능 제품인 GTD, GTI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른바 골프 월드의 확장이다. 하지만 진정한 세계관 확장을 위해 개인적으로는 왜건형인 바리언트나 MPV인 스포츠 밴도 출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4륜구동 수요를 위한 4모션 장착도 고려해 볼만하다. 7세대 골프 가격은 1.6ℓ TDI 3,040만원, 2,0ℓ TDI 3,340만원, 2.0ℓ TDI 프리미엄 3,750만원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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