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은 작은 엔진을 장착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작은 엔진은 기존 엔진의 힘을 감당할 수 없어 여러 가지 기술들이 동원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터보 또는 슈퍼차저 등이다.
하이브리드도 넓은 의미에선 다운사이징이다. 성능은 유지하되, 연료 소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전기동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다만 전기 모터가 부족한 동력을 보조한다는 점이 일반적인 다운사이징과는 다르다. 흔히 하이브리드를 가리켜 '두 개의 심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는 효율이 높은 차로 인식된다. 지향점도 대부분 고효율에 두고 있다. 기름값에 민감한 소비자가 적지 않은 탓이다. 특히 고유가가 유지되는 최근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당장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의 성능과 효율은 전기모터와 배터리에 의해 좌우된다. 모터 크기를 키우면 엔진은 그만큼 힘을 덜어내 연료 소모가 줄어든다. 그러나 모터가 커지는 만큼 배터리 용량도 커질 수밖에 없어 실내공간은 손해를 보기도 한다. 때문에 하이브리드 개발은 엔진과 모터의 동력 비율을 어느 선에서 타협하는 지가 중요하다.
인피니티는 전통적으로 '고성능'에 방점을 찍는 브랜드다. 그동안 V6 가솔린 엔진을 앞세운 주행 성능과 탄탄한 하체 강성 등이 장점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세계적인 흐름인 효율을 거스를 수 없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되 성능 DNA는 최대한 유지했다. 그 결과물이 Q50S 하이브리드다. 그래서 이런 차를 '핫 하이브리드'로 분류하기도 한다.
▲디자인
Q50은 인피니티의 새로운 작명 체계를 따른 첫 차로, 지난해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3 북미국제오토쇼에 처음 소개됐다. 유려한 곡선 디자인에 강렬한 전면부가 특징이다. 인피니티가 지난 몇 년간 세계 모터쇼에 소개한 컨셉트카 에센스, 에세라, E-머지 등에서 디자인 모티브를 가져왔고, 고유의 더블아치 그릴로 브랜드 정체성을 살렸다.
측면은 유려함의 폭이 더욱 크다. 특히 지붕을 따라 흐르는 선은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힘이 느껴진다. 인피니티 고유 특징인 초승달 모양의 C필러도 인상적이다. 후면은 전면과 측면에 비해 차분한 듯 보여도 브랜드 정체성을 담기위한 시도가 이뤄졌다. 특히 리어 램프 모양이 독특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전략 차종의 무게감을 잘 살린 디자인이라는 생각이다.
곡선이 많이 활용된 디자인은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유리하다는 게 인피니티의 설명이다. 사실 공기역학은 효율 개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목으로, 보통 공기저항을 10% 줄이면 효율은 2%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50의 저항계수는 0.26Cd로 동급에선 따라올 경쟁차가 없다. 게다가 양력도 줄였다. 훨씬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실내 역시 컨셉트카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는 게 인피니티의 설명이다. '운전으로의 초대'라는 컨셉트에 따라 인텔리전트 키를 소지하고 다가서면 각종 실내등이 사람을 초대하듯 은은하게 켜진다. 또한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구성은 비대칭이다. 운전석은 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게끔 구성이 알차다. 각 장치의 조작 버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인피니티 인터치 커뮤니케이션즈 시스템은 Q50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가장 수준 높은 인포테인먼트 구현을 위해 특별히 개발됐다. 한국 시장을 위한 한글화 작업도 이뤄졌다. 센터페시어에 위치한 두 개의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 오디오, 자동차 정보, 공조장치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핫스팟 기능을 이용, 페이스북이나 구글 검색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시승차 안에서는 작동을 할 수 없었는데,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위해선 인피니티 본사 서버에 간단한 개인정보와 차대 번호 등을 입력하는 사용자 등록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치 시스템 안에 내비게이션이 완벽히 조합돼 있지 않아 시스템과 내비게이션이 따로 노는 느낌은 아쉬웠다.
▲성능
306마력의 V6 3.5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과 68마력의 전기모터(50㎾)가 결합됐다. 시스템 총 출력은 364마력에 달한다. 경쟁 차종은 최대 333마력의 3.0ℓ 가솔린 터보를 얹은 아우디 S4다. 출력은 S4가 떨어지지만 0→100㎞/h은 S4가 5.0초, Q50S 하이브리드가 5.1초로 S4가 미세하게 우세하다. 반면 효율은 Q50S 하이브리드가 높다. 복합 기준으로 ℓ당 12.6㎞를 기록, S4의 ℓ당 8.7㎞를 앞선다. 하이브리드 장점이 발휘되는 셈이다.
인피니티 하이브리드의 기술적 특징은 전기모터의 다양한 역할이다. 전기동력 외에 발전기, 토크 컨버터, 스타터 모터 등의 기능을 맡는다. 구조가 간단해 무게는 줄였지만 전기모터 역할이 다양해 배터리 용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1.4㎾h에 달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 배경이자 트렁크 공간을 일부 내준 이유다.
변속기는 전자제어식 7단 자동이 장착됐다. 여기에 능동형 시프트 컨트롤을 조합, 적응식 알고리즘을 통해 운전 습관을 지속적으로 감지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찾기 위해 사용된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브랜드답게 분명히 일반 하이브리드와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자체가 효율보다 성능 발휘에 목적이 있어 출발 가속에 비중을 둔 것. 자연흡기 엔진이 가진 주행 감성도 훌륭하지만 전기모터가 더해진 가속력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가속 페달을 밟는 힘에 따라 엔진과 모터를 오가는 동력의 합이 상당히 좋다.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폭발적인 가속은 배가된다. 흔히 하이브리드는 동력 성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Q50S 하이브리드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동력 성능이 내연기관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하이브리드도 진화하는 것이다.
정속 주행 때는 전기모터가 최대한 많이 활용된다. 탄력 주행을 통해 불필요한 연료소모를 막기 위해서다. 하이브리드가 가진 고효율 특징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배터리 용량이 충분해 전기 동력 활용에 따른 주행거리가 길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다른 하이브리드와 달리 고속에서도 전기모터 단독 주행이 유지된다. 시스템 상 가속 가능한 속도는 시속 100㎞까지다. 다른 말로 전기모터 개입 빈도가 높다고 하는데, 인피니티가 설명하는 전기모터의 평균 개입 빈도는 전체 동력의 38%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고속도로 등에서 정속 주행을 한 결과 최대 58%의 개입을 보이기도 했다. 개입의 정도는 센터페시어 모니터에서 수시 확인이 가능하다.
코너링은 인피니티가 Q50S 하이브리드에서 특히 손꼽는 강점이다. 이미 다져진 노하우가 충분한 것. 좌우가 독립적으로 구성된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전륜)과 독립식 멀티 링크 서스펜션(후륜)은 주행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민첩한 조향감을 선사한다. 원심력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굽이진 길을 통과하는 실력이 마치 뱀을 연상시킨다. 코너링을 위한 각종 전자 장비들도 궁합이 좋다.
제동 성능 또한 훌륭하다. 잘 서기도 하지만 급제동에서 쏠림 현상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뒤 제동력 분배가 신속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하지만 고속 주행 때는 안정감이 확실하다. 원래 인피니티는 스포츠 세단을 잘 만들기로 정평이 있는 브랜드다.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장착했다고 해서 브랜드 본연의 특성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총평
Q50S 하이브리드는 분명 잘 만든 차다. 인피니티라는 브랜드가 본래 가진 속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고성능과 효율이 양립될 수 없는 개념으로 여겨졌다면 Q50S는 장벽을 넘은 것 같기도 하다. 364마력이라는 고출력에 ℓ당 12.1㎞라는 높은 효율이 제품력을 입증해서다. 시중에 이런 실력을 가진 차는 많지 않다. 아니, 단언컨대 거의 없다.
하지만 가혹할 정도로 소비자 평가가 박하다는 점은 안타깝다. 같은 국적인 렉서스 역시 처지가 비슷한데, 국내에선 늘 독일차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인피니티의 마케팅 전략은 가격 경쟁력이다. 성능이 비슷하면서 효율이 떨어지는 독일차를 제품력에서 능가했으니 가격을 살펴보라는 얘기다. 물론 6,760만원의 가격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지켜볼 일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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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차인건 분명해 보입니다
인피니티 특유의 매력적인 고성능과 내구성
탈적엔 못느꼈는데 독일차로 넘어오니 은근한 잔고장 만만찮은 스트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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