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정순희 이화여대 교수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저탄소차협력금 제도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제도는 자동차 소비문화 개선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달성이 탄생배경인데 부담금을 걷어서 보조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문제는 공청회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보조금 지급대상이기도 하지만 부담금을 내야 하는 당사자인 소비자가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제도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2014년 초반의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단지 1% 정도가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의 주관기관인 환경부는 부담금에 대한 국민 공감대와 사회적 수용성 높일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하나 적극적인 홍보체계도 구축하지 못했고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지도 못한 듯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 제도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는 희망적인 측면만 내세우기보다 예상되는 부정적 요소들을 규명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논어에 “구미달(丘未達), 불감상(不敢賞)”이라는 말이 있다. 이병이 난 공자를 위해 약을 가져온 계강자를 향해 공자가 고마움을 표하고 약을 받으면서 한 말인데 그 의미는 “약효를 모르니 감히 먹을 수가 없구나...”다.

 병이 났을 때(기후이상, 에너지낭비), 약의 복용은 필요하나 약효를 본 사람(프랑스)과 ‘나(대한민국)’의 체질과 몸 상태가 같은지, 약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확인 없이 약효가 있다는 믿음만으로 먹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산업 등 다른 이해관계자에 미치는 영향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 제도는 한국 소비자의 후생에 반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이 제도는 국내 소비자집단 간 형평성을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 현재 약 90%의 국내 일반소비자가 국산차를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제도는 고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독일산 수입차 구매를 지원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소득양극화로 사회통합이 절실한 현실에서 정부가 앞장서 사회위화감을 조장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둘째, 이 제도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 관련 세금은 12개 종류로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했을 때 매우 복잡하고 많은데 추가적으로 세금을 부가하는 형태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2년 기준 자동차 관련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연간 약 37조원에 달하고 있으므로 세수를 통해 친환경차 지원을 해야 한다. 또 중대형차에 대한 세금부과를 통한 재원 마련은 부당하게 소비자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셋째, 이 제도는 차량의 사용목적, 소득수준, 가족 수 등 중요한 구매요인 때문에 저탄소 기준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늘리는 요소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는 차량이 크고 탄소 배출이 많은 차를 사서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넷째, 이 제도는 실제 소비자의 차량사용패턴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실제 탄소 배출은 차량 운행과정에 발생하므로 저탄소차량이라도 운행거리가 증가하게 되면 전체 탄소배출량 감소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주중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주말에만 패밀리카로 중대형차를 운행하는 소비자가 구매 시점에 실제 배출량과는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부담금을 일시납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불완전한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조급한 시행보다 제도를 면밀하게 재검토·설계해 일반 소비자에게 드리워진 제도의 그늘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정순희 이화여대 교수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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