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양산모델 중에 가장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전기차 i3를 시승했다. i8과 같은 비현실적인 가격의 모델은 제외했다. 7천만원에 가까운 차량가격이 만만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가 거리에 즐비한 것으로 미뤄볼 때, i3는 소유 가능한 영화소품처럼 느껴진다.
90년대 SF영화 데몰리션맨에 등장하는 경찰차는 흰색 차체에 검은색 도어를 갖고 있었다. i3가 전해주는 느낌은 영화 속 자동차와 느낌이 비슷하다. 흰색 보디에 검은색으로 투톤처리 한 도색을 통해 평범해 보일수 있는 디자인을 독특하게 바꿔놓았다. 전면부 본넷아래 엔진이 위치하지 않았음에도 BMW의 상징 키드니그릴은 잊지 않았다.
BMW는 기존 모델 라인업과는 분리된 i시리즈를 만들었다. i시리즈는 양산모델의 파워트레인을 변경한 타사의 전기차와 달리 i시리즈만을 위한 독자 섀시를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과 도심형 전기차 i3가 양산 중이다. BMW의 촘촘한 라인업 욕심으로 미뤄볼 때, 숫자 3과 8사이에는 빠짐없이 모델을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i3의 전체적인 실루엣은 1.5박스 스타일의 MPV형 구조를 따르고 있다. 전기차 전용 구동계로 설계됐기 때문에 플로어 하단에 낮게 배터리를 위치시키고, 뒷바퀴 쪽에 구동모터를 디자인 한 독특한 구조를 갖는다. 리어모터 리어구동의 RR타입이다. 유럽시장에서 시판중인 레인지 익스텐더 모델은 배터리 충전을 위한 내연기관 발전기를 내장하기도 한다.
국내에 수입된 모델은 레인지 익스텐더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이다. 레인지 익스텐더는 1회 충전시 배터리만으로 160km를 주행할 수 있는 일반형 모델과 달리 최대 300km를 주행할 수 있는 타입이다. 국내법규상 발전기라고 할지라도 내연기관을 갖는 자동차는 전기차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수입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BMW측의 설명이다.
i3의 시승차에 올랐을 때, 트립상 주행가능 거리는 104km를 가리켰다. 유럽기준 160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 들었는데, 실제 서울시내 교통상황을 반영한 바로 전 운전자의 데이터로 계산된 트립이기 때문에 트립상의 수치가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충전소가 있는 곳을 기준으로 편도 50km까지 갔다 돌아와야 한다.
거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심하지만, 편도 50km는 생각보다는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서울시청에서 월미도까지의 거리가 약 46km 가량 된다. 추후 모든 이마트에 BMW 전기충전소가 설치될 예정이다. 국내에는 기아, 르노삼성, 쉐보레 등 이미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가 여럿 있지만, 충전잭 규격이 서로 다르다. 이는 전기차 확산 이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i3의 실내에 들어서면 컨셉트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분위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평소에는 백열등 색상의 실내등이 충전 중에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설정은 독특하다. 무광원목을 그대로 사용한 데시보드와 밝은 베이지 톤의 플라스틱 내장제와 곳곳에 위치한 가죽 커버링 처리 그리고 데시보드 상단과 도어에 드러난 CFRP 재질은 묘하게 어울어진다. 패브릭으로 만들어진 시트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해준다. 시트는 수동식으로 조절된다.
실내의 디스플레이 장치는 모두 LCD패널로 구현된다. 클러스터와 데시보드 중앙의 네비게이션 화면, 그리고 공조장치 온도표시기까지도 전자식이다. 시동버튼과 변속기 셀렉트레버는 컬럼식으로 스티어링 휠 뒷편 우측상단에 위치한다. 시동버튼을 비롯한 일부 스위치 조명에는 밝기와 색상 그리고 깜박이는 속도가 변하는 감성조명이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맥박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운전석의 포지션은 소형 MPV에 가까운 느낌이다. 운전시야는 넓고, 머리 위 공간은 충분하다. 사이드미러는 여느 BMW처럼 작은 타입인데, i3는 유독 더 작다. i3 컨셉트카의 경우 도어패널까지 투명한 재질을 사용했었지만, 측면 충돌 안전성을 이유로 변경됐다.
앞좌석의 경우 허전하게 느껴질만큼 공간은 충분하다. 뒷좌석 공간은 수어사이드 타입의 뒷문을 통해서 출입할 수 있다. 뒷 보조도어의 사이즈는 작지만, 뒤로 열리는 타입이라 상당히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롤스로이스에서도 뒷 도어에는 수어사이드 도어타입을 사용한다. 뒷좌석의 무릎공간은 성인에게는 다소 좁게 느껴지는 수준이며, 뒷 도어에 위치한 조수석 안전벨트는 시트 일체형으로 변경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심을 벗어나기 위해 강변북로에 접어들면 저속전기차 통행금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속전기차가 시판되기도 전에 자동차 전용도로 입구마다 설치된 표지판은 괜시리 전기차 운전자를 흠칫하게 만든다. i3는 최고속도 150km/h를 갖는 제대로 된 전기차다.
처음 i3의 가속력을 경험하면 약간의 멀미 증상을 느낄 수 있다. 소음과 진동도 없이 ‘위잉~’하는 모터음만으로 빠르게 속도를 높여가기 때문이다. 특히, 40~90km/h 구간에서의 체감 가속력은 300마력급 차량과 비슷하다. 적막한 차내에서 속도만 올라가는 느낌은 뭐랄까, 이 가속이 아주 더 빨라지면 순간이동이 가능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낮은 무게중심과 빠른 가속력은 고속에서의 차선변경시 여느 세단형 모델보다 뛰어난 안정감을 전달한다. 주행거리만 해결된다면 완전히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해도 좋을만큼 완성도 높은 주행감각을 보여준다. 155/70R19의 독특한 사이즈의 타이어는 그립감이 상당히 좋다. 저구름저항 타이어로 알고 있는데, 패턴이나 특성은 스포츠 타이어처럼 보인다. 다만, 짧고 급한 코너에서는 타이어 폭의 한계를 금새 드러낸다.
특히, 가벼운 차체와 강한 토크를 갖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만나, 오르막 와인딩로드를 오르는 속도가 대단하다.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는 평지와 다르지 않은 가속력을 보여준다. 평범한 가솔린엔진 차량으로 i3를 쫒으려면 적어도 엔진회전을 4000rpm 이상 유지해야 한다.
i3는 브레이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시내주행과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다른 차량과 흐름을 맞춰 운전하다보면,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저속에서는 감속도가 아주 강하고, 정지상태까지 다다른다. 게이지는 이때 충전이 잘되고 있다고 나타낸다. 반면, 고속에서는 감속감이 크게 적어지고 타력주행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시승모델에는 전방추돌 감지장치와 보행자 인식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간혹 위험한 순간이라고 판단될 때, 경보음과 함께 제동장치를 작동시킨다. 이미 고급 양산차에는 옵션으로 선택되는 부분이지만, i3에서 경험하니 좀 더 첨단장치처럼 느껴진다. 이제 차와 대화할 일만 남았다.
BMW코리아는 6월 출고모델부터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를 탑재한다고 지난 9일 밝힌바 있다. BMW 커넥티드 드라이브는 차량 텔레매틱스의 일종으로 통신장비를 이용해 긴급상황에서 통제실과 전화 연결을 해 사안에 맞는 조치를 받거나 출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차량사고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차가 스스로 연락을 취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i3의 썬루프 스위치 옆에는 SOS버튼이 자리하고 있어 24시간 대기중인 상담원과 연결이 가능하다. 커버를 눌러 열고 주황색 버튼을 누르면 상황실과 연결된다. 상담원과 연결되는 시간은 10초안팎, 서비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친절하게 답해준다. 기자가 가장 궁금한 점은 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었다. BMW의 본 서비스는 가입시 추가되는 일정금액 외에 매월 부과되는 비용이나 통신연결에 따른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BMW i3는 전기차다.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고 이를 에너지 삼아 모터를 구동시키는 방식은 여느 전기차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주행감각은 BMW의 성격을 담아내고, 실내 디자인은 고급 가구 느낌을 담고 있다. 독특한 실내외 디자인은 컨셉트카를 타고 다니는 느낌을 전해준다. 환경을 생각하는 세컨드카로서 i3은 아주 매력적인 대안이다.
데일리카 이한승 기자 hslee@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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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으로 충전할때도 없고...ㅎㅎ
차는 좋아 보임~
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많이 낮추어야 되고 충전시설을 훨씬 더 많이 늘려야 되고
완충 이후 주행거리도 500km 정도까지는 더 늘려줘야 되고..
해야할 게 많을 것 같습니다.
폭풍 감가걱정만 아니라면 저정도면 지금도 살만함
7000천만원에 가까운 세컨카ㅋㅋㅋㅋ
모든 이마트에 들어설 계획이라는건 정해진건 아니고 계획이라는거지 ㅋㅋ
이 글을 쓴 기자분 정신이 가출하신건가요.
도요타 하이브리드카 10년 넘었지만 아직까지 배터리 수명 되어서 교체한 예가 없다고 하네요.
배터리 걱정은 붙들어 매도 됨.
환경도 좋지만 넘 비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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