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포투는 1997년 데뷔 후 18년 동안 거의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했다. 지난 2007년 한 차례 세대 변경에서도 이전 디자인을 대부분 계승하며 정체성을 이어갔다. 이는 스마트가 지향하는 초미니카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디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고집 속에 스마트는 철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이제 '초미니카'란 수식어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 포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단지 독특함만으로 승부를 노렸다면 20여년의 세월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체구에 숨겨진 다양한 매력을 파헤쳐봤다.
▲스타일
미니(MINI)도 미니스러움을 벗으려는 최근 유행기조와 달리 '초미니'란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 차체 길이가 2,695㎜에 불과해 벤츠 S클래스 5,120㎜의 거의 절반에 그치며, 국산 경차인 쉐보레 스파크, 레이, 모닝보다도 900㎜나 짧다. 스파크와 비교하면 폭은 35㎜ 좁고 휠베이스는 약 500㎜ 짧다. 중량도 830㎏밖에 되지 않는다.
장난감같은 이 차를 몰고 나가면 주위 사람들의 이목이 단숨에 집중된다. 마치 놀이공원의 범퍼카를 보듯 이쪽저쪽을 샅샅히 훑는다. 일반 승용차에는 관심이 없던 어린아이들도 독특한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는 모양이다. 대량으로 판매되는 차종이 아닌만큼 그 희소성에 끌렸으리란 판단이다.
차체는 아담하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디자인은 오히려 다부진 편이다. 전면은 사선으로 뻗은 램프와 중앙 로고가 위치한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의 에이프런을 입체적으로 배열했다. 심심하지 않으면서 나름 역동적이다.
측면은 사다리꼴을 닮았다. 엔진이 뒤쪽에 위치하는 RR방식을 채용해 보닛을 없애고 휠베이스를 최대한 늘린 것이 특징이다. 작지만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확보한 흔적이다. A필러와 도어를 둘러싼 트리디온은 5가지 색상 중 선택 가능하다. 차체 및 루프 색상과 조합하면 120여가지가 넘는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뒷모습은 아기자기하다. 제동등과 방향지시등을 각각 원형 램프로 표현했다. 루프탑은 뒷창문까지 접히는 방식이 아니라 지붕까지만 개폐된다. 좀 더 트인 개방감을 즐기고 싶다면 도어 창문 위쪽에 남은 트리디온을 떼내면 된다.
실내는 감각적이면서도 간결하다. 부가적인 것들은 제외하고 꼭 필요한 기능만 갖췄다. 도어와 대시보드 등은 가죽이 아닌 천 재질로 마감했고, 시트는 인조 가죽을 채택했다. 하지만 색상을 균형감 있게 배치해 차분한 느낌을 줬다.
계기판은 아주 간략하다. 속도와 시간, 주행거리, 연료량 등 중요 정보만 표시한다. 스티어링 휠도 크루즈 컨트롤 외 별다른 버튼을 두지 않았다. 다만 뒤쪽에 수동 운전을 위한 패들 시프터를 장착했다. 대시보드에는 아날로그 방식의 앙증맞은 엔진 회전계와 시계가 부착됐다. 센터페시어 상단에는 온도와 풍속 및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공조 조절장치가 위치하며, 그 아래로 라디오 및 USB 재생이 가능한 오디오 시스템, 도어 잠금 버튼 등을 배열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도어는 물론이고 스티어링 휠 양옆에 남는 공간까지 수납에 활용됐다. 센터페시어에 위치한 오디오 시스템 아래에는 CD 플레이어를 생략하고 작은 서랍을 넣었다. 또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컵홀더를 두 개 설치하고, 숨김이 가능한 수납 장치를 추가했다. 시트를 뒤쪽으로 바짝 당기지 않으면 뒤편에도 짐을 실을 수 있도록 거치대를 뒀다. 트렁크 용량은 220ℓ에 달한다.
▲성능
엔진은 3기통 999㏄ 가솔린 터보다. 최고 84마력, 최대 12.3㎏·m의 토크를 발휘하며, 안전 최고시속은 145㎞에 이른다. 5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ℓ당 복합 효율은 20.4㎞다.
운전석에 앉으면 생각보다 거주성이 뛰어나다. 옆좌석은 운전석보다 약간 뒤쪽에 자리해 무릎 간격을 더욱 넓혔다. 조수석과 거리가 가까워 밀착된 느낌을 주는 것은 경차만의 장점이자 단점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시트 높낮이가 조절되지 않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도 고정돼 있어 조정이 불가능하다.
시동은 버튼식이다. 르노삼성차와 같은 카드형 스마트키를 채택했다. 스마트키를 주머니에 넣은 채로 차에 다가서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이때 운전자를 맞는 알람음이 꽤 커 흠칫 놀랄 수 있다. 시동을 거는 법도 다소 생소하다. 수동 기반의 자동변속기를 채택했기 때문에 일반 변속기와 달리 주차(P) 모드가 따로 없다. 따라서 중립(N)에 놓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후 시동 버튼을 누르면 된다.
시동을 걸자 뒤쪽에서 엔진음과 함께 진동이 느껴진다. 흡차음재 사용에 한계가 있어 소음이 꽤 크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기어를 자동(A)에 놓고 가속 페달을 밟자 힘있게 치고 나간다. 반응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누군가 뒤에서 미는 듯한 파워가 느껴진다. 꾸준히 속력을 올리다보면 약간 울컥하는 반응이 느껴지는데 엔진 회전수가 2,500rpm 부근에 다다랐을 때다. 이 때는 페달에서 발을 한 번 뗐다 밟으면 가속이 훨씬 수월해지고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저속에선 어느 정도 꿀럭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다서다 반복하는 상황이거나 시속 20㎞ 미만으로 주행할 때 특히 그렇다. 물론 수동 모드에서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면 이를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다. 자동(A) 모드에서 변속 레버 옆 버튼을 누르면 계기판에 '1'이란 표시가 뜨면서 수동 모드로 바뀐다. 변속이 필요한 시점에서 계기판에 화살표가 뜨는데 그 방향(↑↓)에 맞춰 패들 시프터를 조작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은 굉장히 무겁다. 여성 운전자에게는 다소 버거울 정도다. 주행 중에는 그나마 가볍지만 정지 상태에 있거나 U턴을 하는 등 조향각이 클 때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이런 단단함이 코너링에선 상당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차체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주는 불안감을 감소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운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가속이나 코너링 등 주행 성능에 대해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아담한 외형 때문에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모두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한다. 가속은 최고 시속까지 거침없고, 코너링도 평범한 운전에선 나쁘지 않다. 시내곳곳을 헤집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한적한 국도에 들어서 소프트탑을 걷어올렸다. 개폐 버튼은 기어봉 옆에 위치하는데 주행 속도에 상관없이 조작이 가능하다. 시원한 바람을 맘껏 맞았지만 머리가 날리거나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심지어 차내 7곳에 마련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마저 명료하게 전달됐다.
▲총평
스마트 포투는 마니아층이 확실한 차다. 희소성을 중시하는 개성 강한 소비자나 세컨카가 필요한 여성이 주 타깃이다. 최근에는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 30~40대 남성 소비자도 부쩍 늘었다. 그만큼 디자인과 실용성, 주행 성능에서 두루 강점을 획득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2,000만원 중후반대라는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적잖다. 그러나 가격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이다. 매월 20대 안팎의 판매량이지만 스마트만의 매력을 얻기 위해 가격 부담을 수용하는 소비자가 분명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스마트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가격은 스마트 포투 쿠페가 2,490만원, 카브리오가 2,790만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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