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야에서 최근 활발히 펼쳐지는 친환경 기술 싸움은 환경 문제와 무관치 않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동차가 꼽히고,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후 역시 자동차가 뿜어내는 탄소와 큰 연관이 있어서다. 물론 여기에 대해선 이견이 적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 국은 엄격한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을 앞다퉈 적용하는 중이다. 흐름에 발맞춰 자동차회사도 관련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실제 유럽연합(EU)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당 85g에 맞출 예정이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모든 제조사가 평균 '95g/㎞'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갖가지 방편이 동원된다. 엔진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경량화, 공기저항 감소 작업은 대표적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동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계가 각광받고, 순수 전기동력만을 이용한 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제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는 일'이다. 친환경 기술은 반기되 소비자가 손해 또는 불편함을 느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올해 파리모터쇼는 발전이 더딘 순수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장점을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등장했다. '불편하지 않은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거셌던 탓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친환경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갖가지 친환경 기술이 동원된 제품 가격이 비싼 배경이다. 그럼에도 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은 쉽지 않다. 규제 충족에 따른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어서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이 비싼 친환경차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바로 '유지비가 저렴한 차'다. 국내에서 연료효율이 높은 수입 디젤차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운행하는 동안 기름을 적게 소모해야 친환경이다. 이는 소형차와 대형차, 대중과 고급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보편적인 성향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사실 소비자는 친환경에 큰 관심이 없다. 그보다 주머니에서 빠져 나가는 비용에 민감할 뿐이다. '㎞당 00g'보다 'ℓ당 00㎞'에 눈길을 보내는 배경이다.
"지금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친환경 전쟁의 핵심은 '돈'이다." 파리모터쇼를 찾은 유럽 자동차 회사 고위 임원의 말이다. 결국 친환경차 개발부터 판매, 운행은 모두 '돈'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친환경차를 내놓는다는 것은 자동차 시장 확장을 도모하는 일과 같다. '지구환경보호'라는 거창한 전제는 그저 자동차 회사의 마케팅 명분이지만 그래야 소비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의 안이함은 우려될 정도다. 고효율 신차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아서다. 게다가 이미 출시한 신차들은 효율보다 편의장비 등에 집중했다. 친환경 전쟁터로 평가받는 파리모터쇼에서 현대기아차나 쌍용차는 외형과 기능 설명에만 주력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혹시 친환경 기술을 매우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지금 당장의 시대 흐름과 동떨어진 미래의 일로 여기는 것은 아닐까. 또는 가파른 성장 덕에 아직은 괜찮다는 여유를 보이는 걸까.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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