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국내 EV의 메카로 꼽히는 곳은 단연 제주도다.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2030년까지 탄소 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제주도의 EV 보급 의지는 그 어느 자치단체보다 거세다. 그 결과 지금까지 3,000여대의 EV가 보급돼 제주도 전역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장벽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자동차 등록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해 교통량이 많아지고 있는 것.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제주도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35만7,700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만2,000대와 비교하면 3만5,000대 이상이 늘었다. 제주 유입 인구가 늘고, 관광객의 렌터카 수요가 증가하며 승용차가 크게 늘었다. 덕분에 1인당 자동차 보유대수도 0.75대로 전국 평균의 0.41대를 웃돈다. 제주 시내 도로 곳곳이 지정체로 몸살을 앓는 배경이다.
그러자 제주도는 EV 보급 정책의 목표를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체로 돌렸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이 두 번째 자동차로 EV를 구입하기보다 타던 차를 다른 시도로 보내거나 폐차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래야 교통량 증가 없이 EV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구매자가 크게 감소했다. 당초 제주도의 올해 EV 보급 목표는 4,000대였지만 8월 현재 구매자는 2,000명에도 못 미치고 있다. 아직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충전의 번거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시선을 집중한 곳이 바로 EV 렌터카 시장이다. 연간 1,3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EV를 빌려 운행하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전기차를 직접 체감하는 효과마저 거둘 수 있어 전국적인 EV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한 마디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많이 제공해야 제주도를 다시 찾을 때 EV 렌터카 이용에 두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EV 렌터카를 이용하려면 대체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준중형 1.6ℓ 아반떼 가솔린 및 2.0ℓ 중형인 쏘나타 LPG에 비해 비용은 가장 저렴하다. 2박3일 동안 최대 35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반떼는 16만9,405원, 아이오닉 EV는 15만852원, 쏘나타 LPG는 19만224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롯데렌터카 제공 기준). 대여료는 아이오닉 EV가 14만3,400원(자기책임 100% 면제 기준)으로 아반떼의 11만6,000원보다 비싸고, 쏘나타의 16만원보다 저렴하지만 350㎞ 주행에 따른 유류비(충전료)가 7,452원에 불과해 총 소요 비용은 가장 낮다.
이렇게 전기 충전료가 적은 이유는 EV에 대한 혜택 때문이다. 아반떼와 쏘나타는 사용 후 반납 때 기름을 다시 가득 채워야 하지만 EV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100% 충전된 차를 받아 최장 200㎞ 정도를 주행한 뒤 추가 이동에 필요한 전력만 충전해서 쓰고, 반납하면 그만이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EV 이용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마련해 놨지만 소비자들의 두려움(?)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게 아쉽다"며 "적어도 제주도 만큼은 관광 때 EV를 사용해도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염려하는 급속 충전기는 제주 곳곳에 50여개가 설치돼 있고, 올해 45기가 추가로 설치된다. 또한 충전기 설치 지역도 관광지 중심 외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맛 집과 인기 높은 숙소 등으로 확대해 사용자 경험 기회를 늘릴 계획이다. 또한 그간 관리가 잘 되지 않던 환경부 소유의 충전기를 제주도가 직접 관리한다는 복안도 세웠다.
실제 관광객의 EV 이용에 불편함은 없을까? 직접 제주도에 내려가 EV를 빌려봤다. 미리 예약한대로 100% 충전된 아이오닉 EV 계기판에는 최대 주행거리가 230㎞로 표시된다. 도심 내에서 업무용으로 이동한 뒤 서귀포까지 운행하니 남은 주행거리가 130㎞ 내외였는데, 혹시 몰라 서귀포 인근 급속 충전기를 찾아 꽂아두고 인근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30분 후 다시 주행거리는 200㎞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번에는 제주도에서 EV를 직접 구입, 운행하는 소비자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주부 김은희(가명, 42) 씨를 만나 닛산 리프 EV 사용기를 들었다. 그녀는 별 다른 불편함이 없다고 선뜻 말한다. 아직 충전 인프라가 많지 않아 급속 충전기를 찾아다지만 아파트에 충전기가 있어 시내 운행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고 한다. 이어 "제주도가 급속 충전기를 다양한 곳에 설치하기로 한 만큼 계획대로 갖춰지면 제주도 내에서 EV 사용은 일반 내연기관차를 타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게 된다"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관광객이 EV를 빌리지 않는 것은 그저 막연한 두려움일 뿐이라는 얘기다.
현재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EV 렌터카는 모두 100대 가량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올해 적극적으로 EV 렌터카 보급을 추진, 대여 물량을 1,0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EV만 빌려주는 전문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니 이제 제주도 여행 때 EV를 빌리면 어떨까 한다. 청정의 섬을 지키는 것은 제주도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도 한 몫 해야 하니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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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화되기전에자주가야겠네여
이번 여름 3박4일 다녀왔는데 어차피 동쪽
주변만 있다가 올 계획이라 빌렸는데
말이 200키로지 에어컨 돌리고 하면 150도
못탑니다. 저는 다행이? 차에 문제가
생겨서 하루 타고 다른차로 대차받아서
잘 놀다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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