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300C는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차는 아니다. 한때 수입차 시장을 주름잡던 맹주였지만, 지금은 독일계 세단들에 밀려 판매량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진 차다.
이제는 한물 간, 왕년의 락스타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드는 이유에서다.
그런 동정심에 반해 기자에게 300C는 덩치가 크고, 차체는 출렁이고 연비는 엄청나게 좋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일반적인 미국차에 대한 편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편견이 사실로 드러날지 궁금한 마음에 크라이슬러 300C 3.6 AWD 모델을 시승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말하자면, 기자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고, 한참동안은 이 차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 다분히 보수적인 디자인 감각..전형적인 미국차의 인상
크라이슬러 300C는 우리 생각 이상으로 헤리티지가 있는 모델이다. 1955년 C-300으로 출시된 게 그 원류인데, 미국차의 전성기 시절이던 당시엔 컨버터블, 쿠페 등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했다. 1970년대에 단종된 이후엔 1990년대 300M이 등장했으며, 현재 300C에 이르고 있다.
300C의 외형은 생긴 것 만 봐서는 백발이 희끗한 중장년층에 어울릴 정도로 보수적이다.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 감각과는 거리가 멀다보니, 오히려 클래식 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면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300C의 상징과도 같다. 크롬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던 기존 디자인과 달리 매시타입의 그릴을 적용해 역동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더했다.
투박하기만 하던 헤드램프에는 ㄷ자 타입의 주간주행등이 더해졌다. 여기에 하단에 위치한 크롬 포인트와 LED 타입의 안개등은 보수적이기만 한 300C의 외형에 세련된 맛을 배가시킨다.
요즘 차 답지 않게 길게 뻗은 오버행과 두툼한 C필러, 풍만한 바디 라인은 전형적인 미국차의 넉넉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화려한 전면부에 비해 후면부는 깔끔한 인상이다. 어떻게 보냐에 따라 다소 밋밋해보일 수 있지만, 길게 뻗은 크라이슬러의 로고 탓에 많은 부분이 해소 되는 건, 이 차만이 선사할 수 있는 마법이다.
■ 인테리어 공간
이전 세대의 300C 인테리어를 기억한다면 이건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에 띄게 고급감이 높아졌다.
다이아몬드 패턴이 적용된 시트의 착좌감은 만족스럽다. 몸에 꼭 맞는 느낌을 주는 독일이나 일본차의 시트완 달리 넉넉한 소파에 앉은 느낌이 강하다.
내장재는 무광 우드그레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눈에 띄는데, 과해보이는 느낌도, 촌스러운 느낌도 아닌, 이 차에 잘 맞는 적당한 수준이다.
초기 모델과 달리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타입으로 변경됐으며, 기어노브는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볼 수 있던 다이얼식을 채택해 고급감을 한 층 높였다.
센터페시아에 내장된 버튼을 통해 미디어, 공조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데, 사실상 이 기능들은 모두 터치스크린이 내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조작시킬 수 있어 크게 손이 닿는 부분은 아니다.
300C에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경고시스템, 전방추돌경고시스템, 액티브 브레이킹 시스템,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어시스트, 레인 브레이크 어시스트 시스템 등이 내장됐는데, 필요에 따라 센터페시아에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 일부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건 장점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냉⋅온 기능을 지원하는 컵홀더, 통풍시트 등이 내장됐으며, 2열은 탑승자를 위한 햇빛 가리개, 열선시트, USB 포트가 제공된다.
■ 벤츠에서 전수받은 기대 이상의 주행성능..제동성능은 아쉬워
300C는 다임러와 합병됐을 시절 메르세데스 벤츠의 구형 E클래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탄생한 모델이다. 그렇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기대 이상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시승 차량인 300C 3.6 AWD는 3.6리터 펜타스타 V6 엔진을 장착, 최고출력 286마력, 3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해 주행 안전성도 높였다.
초반 응답에선 변속기가 늘어지는 탓인지 엑셀을 살짝만 밟아도 제법 오랫동안 rpm을 유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에선 엑셀러레이터를 살짝만 밟아도 기대 이상으로 멀리 나아가는 탓에,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한다.
스티어링은 묵직한 조작감이 인상적이지만 시내에서의 저속주행 혹은 주차 시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여성 운전자들이라면 이런 아쉬움은 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내를 빠져나와 교외의 한적한 도로에서 속도를 조금씩 올려가기 시작하면 기분 좋은 엔진 사운드가 조용히 운전석으로 파고드는 점은 만족스럽다. 안락하고 충분히 편안하다. 조용하기만 한 일본이나 국산 세단에 비교한다면 이쪽이 더 재밌게 느껴진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발 끝에 가하는 힘에 비해 가속이 제법 빠르게 느껴지는 탓에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엑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이내 ‘와르릉’거리는 묵직한 미국차 특유의 엔진 사운드와 함께 강하게 튀어나가는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저속주행 내내 무겁게 느껴지기만 하던 스티어링은 고속주행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높은 속도에서도 자신감 있게 움직여주는데, 스티어링 응답성이 반박자 느린 듯 한 캐딜락과 달리 즉각적인 움직임을 선사한다.
5미터가 넘는 전장과 2톤에 육박하는 덩치가 무색하게 300C는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선사한다. 탱크를 모는 것 같은 묵직함이란 말으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한없이 부드럽고 출렁이는 움직임을 할 것 같았지만, 주행 감각은 오히려 탄탄하다. 북악 스카이웨이와 남산을 주행하면서도 롤링은 많이 억제된 게 한 순간에 느껴진다. 미국 풀사이즈 세단이지만, 움직임만으로는 오히려 스포츠세단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다만 이런 만족스러운 주행성능에 비해 제동성능은 아쉽다. 고속에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일 경우 기대한 것 만큼의 제동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브레이크 용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만족스럽지만, 경쟁자가 많다
300C는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기대 이상의 주행성능, 미국차 특유의 넉넉함과 편안함은 300C의 미덕이다.
문제는 그러고만 있기에 지금의 경쟁자들은 너무 강력하다는 것이다. 같은 미국회사들은 다운사이징을 하고, 몸무게를 줄이고, 뉘르부르크링에서 담금질을 해왔다는 게 그 이유다. 독일과 일본계 세단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국산 럭셔리카의 득세도 300C에게는 악재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보단 독일차와의 경쟁을 위해 패스트팔로워 전략을 구사하는 여타 브랜드들과 달리 크라이슬러 300C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아메리칸 럭셔리를 주구장창 강조해오고 있다.
시대에 순응하고 점차 변절해간 회사들보다는 크라이슬러의 이런 우직함이 진짜 아메리칸 럭셔리로 보이는 것 같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dailycar.co.kr
출처-데일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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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기교를 부리느라 이도저도 아닌 못생긴차가 되어버려서 안타까운 모델...
본적은있는데 한번 몰아보고싶네요 ㅎㅎ
어설픈 기교를 부리느라 이도저도 아닌 못생긴차가 되어버려서 안타까운 모델...
물론 당시 실내 내장이... 휭~~~@@ 해서... 웃음이 나오긴 햇지만..
내 친구녀석들도 ..타던차종인데...
지금은.....에프킬러 동급 될듯...
그러나 지금은모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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