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EV 택시, SM3 Z.E.에 왜 밀리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하 아이오닉EV)이 민간 보급에서 선방한 것과 달리 택시 시장에선 르노삼성자동차 SM3 Z.E.에 밀려 맥을 못추고 있다.

1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진행한 전기자동차 택시 공개모집에 총 81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90%가 르노삼성 SM3 Z.E.를 선택했고, 나머지 10%가 현대차 아이오닉 EV다. 기아차 쏘울은 1대가 접수됐다. 올 1~4월 국내 시장에서 아이오닉 EV 판매가 1,898대로 SM3 Z.E.의 235대를 크게 넘어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르노삼성은 택시 시장에서 강세다. 2014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서울과 대구 등에 지난해까지 모두 215대의 SM3 Z.E. 전기 택시를 보급했다. 국내 운행중인 전기 택시의 대부분이 SM3 Z.E.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현대차 아이오닉 EV가 본격 등장하면서 전기 택시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관측됐다. 아이오닉 EV가 SM3 Z.E.보다 차체는 작지만 실내 공간이 넓어 탑승객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역시 전기택시 공모의 절대 다수는 SM3 Z.E.가 차지했다. 관련법상 SM3 Z.E.는 중형 택시, 아이오닉 EV는 소형택시로 분류돼 요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중형택시는 배기량 또는 크기로 구분한다. 이 중 전기 택시는 내연기관이 없어 크기로만 구분하는데 길이 4.7m, 너비 1.7m를 초과해야 한다. 현재 이를 만족하는 차종은 SM3 Z.E.뿐이며 아이오닉 EV와 닛산 리프 등은 소형 택시로 분류된다. 그 결과 SM3 Z.E.는 중형 택시로 기본 요금이 2,800원, 아이오닉 EV는 소형택시로 2,200원에 머물고 있다(제주 기준). 따라서 택시 운행 사업자 입장에선 아이오닉 EV의 실내 공간이 더 넓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가 훨씬 길어도 요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어 SM3 Z.E.를 선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부는 지난 2월 친환경 택시 도입 활성화를 위해 중형택시 기준을 완화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차종은 모두 중형택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특수성을 인정해 크기가 작은 전기차도 중형택시 기본 요금인 2,800원 이상을 책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관련법은 입법예고 후 각종 심의와 심사를 거쳐 공포 후 시행까지 몇 개월이 걸릴 전망이어서 올해도 전기 택시는 SM3 Z.E.의 득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아이오닉 EV가 공간 활용성이 높아 승객을 태우는 택시로는 더욱 적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도 "아직까지 중형 택시로 인정받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공기관 친환경차 비중 확대, 전기 렌터카와 택시 보급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 3월 렌터카와 택시 시장을 공략한 경제형 아이오닉 EV 'I 트림'을 출시했다. 가격은 1,840만원(제주도 기준, 정부와 제주도 지자체 보조금 및 세제혜택 적용 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