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7%, 유럽 39%, 미국 61%.
각 나라별 전기차(배터리 전기차(B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판매에서 PHEV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한국은 올 1~6월 BEV와 PHEV를 합쳐 모두 4,596대가 판매됐는데, 이 가운데 PHEV는 321대에 그쳤다. 반면 유럽은 5월까지 판매된 10만4,888대의 전기차 중에서 PHEV가 무려 4만1,113대(39.2%)에 달했고, 미국은 더 나아가 6월까지 판매된 5만3,198대에서 PHEV가 3만2,426대를 기록, 오히려 BEV를 앞섰다. 한국보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두 지역에서 BEV와 PHEV의 비중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셈이다. 한국이 BEV에 집중된 것과 비교하면 온도 차이가 뚜렷하다. 심지어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PHEV의 97%도 해외 시장으로 수출된다. 실제 기아차 K5 PHEV는 2,891대가 생산됐지만 국내 판매는 고작 7대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모두 유럽과 미국으로 나갔다.
PHEV는 HEV와 BEV의 중간 단계로, 두 차종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제품이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휘발유를 쓰면서도 전기차와 같이 전국에 산재한 충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40㎞ 이내라면 기름을 아예 쓰지 않는 전기차로, 장거리를 달릴 땐 고효율의 하이브리드카로 작동한다. 무엇보다 전기차와 달리 전력이 떨어져 주행 중 갑자기 멈추는 상황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다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평가받는다.
유럽과 미국이 PHEV를 주목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BEV는 여전히 1회 주행가능거리와 충전 인프라 및 충전 시간 등이 걸림돌로 남아 있다. 물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BEV 보급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적인 제약 해결이 선결 과제다. 따라서 내연기관 대비 배출가스를 줄이면서 충전 인프라 구축이 완성될 때까지 PHEV를 대안으로 삼는 곳이 늘어나는 중이다.
현재 국내 판매중인 PHEV는 현대차 아이오닉과 쏘나타, 기아차 K5와 니로, 한국지엠 볼트(Bolt),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볼보 XC90 T8, BMW i8 등 8종에 달한다. 5종에 불과한 BEV보다 선택지가 다양하다. 여기에 연내 BMW가 330e와 X5 x드라이브40e, 벤츠가 C350e와 GLC350e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 경우 PHEV는 모두 12종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PHEV 보급에 소극적이다. 2020년까지 150만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보급할 계획이지만 그 중 BEV가 25만대이고, PHEV는 10만대 내외에 그친다. 목표만 보면 PHEV 단계 없이 바로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래서 BEV의 경우 국고보조금도 1,400만원에 달하고, 테슬라 모델S 등을 포함시키는 등 대상도 완화 추세지만 PHEV는 구매 보조금 500만원에 대상도 한정적이다. 특히 보조금 외 각종 혜택에서도 PHEV는 석유 연료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제한받고 있다. 정부의 PHEV 유인책이 떨어지니 소비자 관심이 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궁극의 BEV 시대를 위해선 과도기적인 PHEV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 사이 제조사는 보다 완벽한 배터리 기술을, 정부는 충전 인프라를 확보할 시간을 벌 수 있어서다. 또한 소비자도 EV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다.
PHEV 보급을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보조금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BEV 보급 확대를 위해 투입하는 금전적 지원은 장기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PHEV를 BEV와 같은 관점의 친환경차로 인식하고,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과 혜택을 제공해 BEV로 가기 전 소비자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 PHEV 시장 확대가 미래 BEV 소비자를 확보하는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야 효율적이고 실패없는 전기차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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