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방아쇠, 당기느냐 vs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협상의 상대는 한국 아닌 GM 미국 본사
2002년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첫 해 'GM대우'의 국내외 완성차 판매는 고작 12만6,000대로 지금의 쌍용차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듬해 실적은 39만대로 단숨에 27만대를 늘렸다. 이후 GM의 글로벌 판매 리스트에 'GM대우' 제품이 오르면서 2007년에는 무려 96만대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점으로 판매는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급기야 2009년에는 57만대로 전성기의 절반을 간신히 턱걸이했다. 그나마 2010년 75만대로 회복세를 보이며 80만대까지 회복하더니 이번에는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이 태클을 걸었다. 한국 생산 제품이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로 판매되는 것 자체가 오펠에 위협이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따라서 쉐보레를 유지하겠다면 오펠이 유럽에서 생산, 현지 공급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방안을 내놨다.
GM 본사는 신중하게 저울질하다 결국 한국지엠 수출 물량의 일부를 오펠로 넘겼다. 오랜 적자로 곪은 오펠의 손실을 줄이는 게 급했기 때문이다. 대신 한국지엠 수출 지역은 유럽보다 훨씬 작은 중앙아시아를 배정했다. 이 탓에 2014년 완성차 판매는 63만대로 줄었고, 2015년은 62만대, 2016년은 59만대로 매년 축소되는 중이다.
그런데 그 사이 비용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많이 만들어 팔아야 수익이 남고, 그 돈으로 재투자를 하는 게 기업이지만 판매가 줄어드니 적자도 밀려들었다. 게다가 2014년 통상임금 소송 대법 파기환송 후 회사가 임금교섭 중에 성과급을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결정하면서 경쟁력은 악화됐다. 누적 적자는 늘어만 갔고, GM은 한국에서 발을 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 중에 표시해왔다. 하지만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비토권이 있어 일단은 버텼다. 그리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도래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일단 총은 노조가 잡았다. 방아쇠를 당기면 '파업'의 총탄이 GM에 날아간다. 문제는 총탄이 GM의 방탄복을 결코 뚫을 수 없다는 점이다. 워낙 방탄복이 두터워 생채기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이후 시나리오는 과거 사례에 비춰 쉽게 그려볼 수 있다. 공격 받은 미국 GM 본사는 역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탱크에 포탄을 넣고 '철수'라는 결정의 한방을 날린다. 공장은 생산이 중단되고, 1만6,000명의 직원은 그 때부터 생계를 걱정한다. 뒤늦게 '노조'라는 자존심의 총탄 발사를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이미 쏟아진 물이고,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니 연일 GM 본사를 성토하는 결의대회가 열리고, 정부를 향해 해결 방안을 요구한다. 그리고 고용을 최우선 삼은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든 떠나는 GM을 붙잡으려 하겠지만 미국 기업의 결정을 한국 정부가 되돌릴 수는 없다.
물론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GM 본사의 포탄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정부 돈으로 근로자 임금을 일정 부분 보전하되 생산만큼은 유지하자는 제안이다. 임금을 줄이는 것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으니 정부가 부담을 일부 떠안는다. 그리고 GM 본사는 손익 계산기를 두드리며 제안의 수용 여부를 따진다.
당연히 GM 본사의 제안 수용 여부를 떠나 국민들은 분노한다. 개별 기업의 임금을 전 국민의 세금으로 사용할 명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럼 앞으로 문 닫는 기업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 임금을 보전하며 생산시설을 유지할 것이냐고 반발한다. 이 때 등장하는 논리가 '자동차산업'의 특수성이다. 대표적인 노동집약 산업이고, 대한민국의 기반산업이고, 수많은 협력업체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우선 살려놓는 게 시급하다는 명분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때가 되면 '노조'가 총을 쏜 것은 서서히 잊혀지고, 관심은 온통 국민 세금의 기업지원 여부로 쏠린다. 과거 쌍용차가 77일간의 옥쇄파업을 할 때와 상황과 비슷해진다. 쌍용차가 어려웠던 근본 배경은 치솟는 경유 값으로 SUV 판매가 곤두박질쳤고, 그에 따른 유동성 부족, 그리고 외부 요인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대주주에게 손실 보전만을 요구했던 노조의 강력한 주장(?)이 가져온 결과지만 사람들은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77일간의 옥쇄파업만 기억할 뿐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근원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지엠 위기의 근본 원인도 쌍용차와 다르지 않다. '대우'에서 'GM'의 우산으로 갈아타며 승승장구했지만 계속 올라가는 생산비용은 GM 본사도 부담이었다. 그리고 자꾸 오르니 대안으로 오펠이 틈새 공략에 성공, 물량을 차지했다. 그 사이 GM 본사도 퇴직자 의료비 등의 부담과 금융위기를 못 이겨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회생했다. 이 과정에서 GM은 오랜 전략의 축이던 '글로벌 생산, 현지 판매'를 '선택과 집중'으로 바꾸어버렸다. 오펠을 PSA에 매각하고, 인도와 호주 공장을 닫기로 결정한 것도 전략의 변화 때문이며, 한국지엠의 운명도 그저 전략의 연장선일 뿐이다.
하지만 전략의 변화는 허점도 보이기 마련이다. 지금과 같은 해외 사업장의 연 이은 매각 및 폐쇄는 GM 본사도 부담이다. 훗날 미국보다 해외 시장의 성장세가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 제대로 된 해외 공장이 없다면 또 다시 누군가 인수 대상을 찾아야 한다. 그러니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한국지엠을 온전히 건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당장은 유지보다 폐쇄에 무게가 실릴지 모르지만 '미래 가치'라는 조건을 더하면 유지 쪽으로 추가 기울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한국지엠의 목줄은 GM 본사가 아닌 노조가 스스로 쥐고 있다. 노조가 총을 쏘면 반격이 오고, 이후 상황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반면 노조가 교섭권을 양보하되 물량 보전을 요구하면 GM 본사도 흔들릴 수 있다. 향후 5년 이내에 정년으로 퇴직하는 인원이 적지 않아서다. 굳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비용은 절감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총을 쏠 것인지, 내려놓을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부에선 한국지엠의 미래가 GM 본사의 결정에 달렸다고 해석하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노조에게 넘어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 방아쇠에 손을 올린 노조의 손가락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조'라는 자존심을 앞세워 당길 것인가, 아니면 미래 보장이라는 실리를 위해 내려놓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일 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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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이던 오펠 매각하고, 인도랑 호주 공장 문 닫았으면 그 다음은 한국일 가능성이 높은데..
GM 철수설은 몇년전부터 쭉 돌았던 거 아닌가?
더군다나 GM대우 시절, 소형 신차 개발 담당 엔지니어가 독일 오펠로 발령 났었다가 오펠 매각 후 지금은 중국으로 발령났다던데..
40넘어서 가진거 특별히 없고 특출난 기술 없으면...
월급 동결 되더라도 몇년더 일하는게 현명하다..
당장 회사 문닫으면 뭘 할수 있겠는가?
자동차 회사니 택시운전이나 대리운전 하려나 아님 먹거리 장사나 편의점...
다 레드오션이다..
노조야 적절하게 회사랑 대화할 기회 있을 때해라..
공적자금 투입은 대다수가 반대여..
왜?? 많은 사람이 니들보다 힘들기 때문에..
오펠 복스홀 유럽시장에서 어렵다 어렵다 해서 정부에서 지원금 받아먹을거 다 받아먹고 계산기 뚜드리다가 푸조 에다가 제값 다 받고 팔아먹어 이윤을 남긴게 이번 미국GM 의 케이스인데
이 얘기는 쏙 빼먹었네요
한국 정부 지원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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