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그립 테크' 적용한 프라이머시4, 사용 중 성능 유지가 핵심
-미쉐린, "마모된 타이어도 안전성 확보해야"
"Safe When New, Safe When Worn(새 타이어도 안전하고, 마모된 타이어도 안전하다)"
타이어는 대표적인 자동차 소모품 중 하나다. 적게는 1t에서 많게는 수십t에 달하는 자동차가 도로와 만나는 지점은 타이어가 유일하다. 거대한 쇳덩이가 짐과 사람을 싣고 수십~수백㎞/h로 달리다 설 수 있는 접지력은 고작 A4 용지 한 장 남짓한 너비에서 발생한다. 짐짓 아찔한 상황이지만 여기까지 생각하는 운전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동차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펑처가 나기 전까진 타이어를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식의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최근 제조업 전반을 관통하는 이슈는 단연 제품 생애주기 관리(aging management)다. 자동차뿐 아니라 많은 공산품들은 기술 발전과 함께 선두 업체와 후발 주자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미세한 숫자상 차이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품질의 차이는 결국 제품을 사용하면서 실제로 느끼는 만족감이다. 소위 신제품의 '스펙 경쟁'은 기술적 성취로선 의미가 있지만 제품 경험 측면에선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는 이야기다.
타이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쉐린을 비롯한 글로벌 선두 업체들은 이미 신제품 타이어의 성능 경쟁을 넘어 마모된 타이어의 성능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타이어를 제 때 교체해야 안전하다'며 신형 타이어 구매를 독려하던 마케팅 활동에서 '당신이 타이어를 사용하는 동안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라는 메시지로 옮겨온 것이다.
미쉐린은 지난 5일(현지시간) 태국에서 신형 타이어 프라이머시4의 아시아지역 론칭 행사를 개최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 9개국 관계자를 불러 모은 대규모 행사였다. 태국은 미쉐린에게 의미 있는 나라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총괄하는 거점이자 6개의 생산 공장을 가동하는 곳이다. 타이어 신제품 공개 이상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프라이머시4는 이미 지난 6월 한국에 출시된 제품이다. 구형 대비 배수성을 개선해 젖은 노면 제동력을 향상시키고, 마일리지를 높여 오래 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루브 면적을 넓혀 기존 대비 배수공간을 22% 넓혔고, 젖은 노면 제동거리도 새 타이어 기준 4.5% 줄였다. 타이어 마모지수인 UTQG는 240에서 340까지 끌어올렸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도 1~2등급을 인증 받았다.
그런데 미쉐린 신제품 출시 행사의 핵심은 신형 타이어의 성능 자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은 새 타이어와 마모된 타이어의 차이에 대한 설명에 공을 들였다. 공장에서 갓 나온 새 타이어와 수년 간 수만㎞를 달린 타이어 성능이 동일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일반 소비자들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씨릴 로제 미쉐린그룹 사이언스 및 이노베이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사용 중인 타이어에서 어떤 성능 변화가 일어나는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새 타이어의 성능이 마모된 타이어의 안전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실험 결과 고성능을 강조한 타이어가 마모 상황에서 기대 이하의 성능을 보여주기도 하고, 보통 성능의 타이어가 교체시기 전까지 준수한 성능을 유지하기도 했다. 즉, 각 제조사가 제시하는 타이어 성능이 생애 주기 동안 신뢰할 만큼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쉐린이 프라이머시4를 개발하면서 언제나 최상의 제동력을 유지하자는 사실을 개발 목표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제품 개발 콘셉트에 대해 루이 지로 마쉐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승용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아시아 지역 시장의 요구에 대응(on-demand)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지역은 여전히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곳이 많고, 강수량이 많은 데다 교통 체증이 심하다"며 "타이어 성능 중 젖은 노면 제동력과 승차감 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 마모된 타이어는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쉐린은 프라이머시4의 강점으로 트레드가 한계선 가까이 마모돼도 젖은 노면에서 제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경쟁사의 새 타이어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근거는 카요른팝 뮬러 미쉐린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에게 들을 수 있었다, 뮬러 매니저에 따르면 프라이머시4는 트레드를 더 넓게 파고 타이어 형태를 사다리꼴에서 직사각형에 가깝게 만들어 배수력을 높였다. 여기에 원료 배합 시 새로운 물질을 추가해 고무 체인 구조가 실리카 알갱이를 잡고 있도록 했다. 시간이 지나도 배합 상태를 균일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마모된 상태에서도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물이 잘 빠져나가고, 거친 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에버그립' 테크놀로지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경쟁사 제품과 함께 젖은 노면 제동 시험 진행
-프라이머시4, 마모된 상황에서도 새 타이어 이상의 제동력 검증
미쉐린의 자신감은 다음날 열린 공개 테스트로 이어졌다. 태국 파타야에 위치한 농눅가든 대형 주차장에 테스트를 위한 여러 코스가 마련됐다. 전문 드라이버가 혼다 어코드에 올라 여러 개의 타이어로 제동 테스트를 진행했다. 프라이머시4를 비롯해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되는 두 경쟁사의 타이어는 각각 새 타이어와 트레드를 2㎜만 남긴 마모된 상태로 준비됐다. 공개 테스트는 같은 차에 타이어를 교체하며 젖은 노면에서 제동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타이어 규격은 225/50R 17로 동일했다.
시험은 각각의 타이어마다 세 번씩 진행, 제동거리의 평균값을 비교했다. 새 타이어의 제동거리는 미쉐린 프라이머시4가 25.5m, 경쟁사 타이어는 각각 27.1m와 30.9m였다. 마모된 타이어 제동거리는 프라이머시4가 29.3m, 경쟁사 제품은 각각 33.0m와 39.3m로 나타났다. 트레드 한계선까지 마모된 프라이머시4가 경쟁사 새 타이어와 비교해도 짧았다. 새 타이어와 마모된 타이어의 제동거리 차이도 프라이머시4가 가장 짧았다. 새 제품의 제원표 상 젖은 노면 제동 성능엔 큰 차이가 없는 제품들이었지만 눈앞에 나타난 결과는 사뭇 달랐다. 마모된 프라이머시4의 제동거리를 기준으로 세워둔 인형이 경쟁사 타이어 제품 테스트에서 차와 충돌하며 코스 밖으로 여러 차례 날아가는 모습은 아찔하기까지 했다.
젖은 노면 제동 테스트 이후엔 직접 운전대를 잡고 조향성능과 승차감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간단한 코스 설명 이후 프라이머시4가 장착된 벤츠 E300 카브리올레에 올라 슬라럼 주행과 공원 주변을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에 여러 차례 스티어링을 돌려 차를 급격히 움직이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면서 프라이머시4의 종합적인 성능 한계가 높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타이어 혁신, 트레이드-오프 극복이 관건
-미쉐린, 혁신의 시작은 ‘'장의 목소리' 강조
일반적으로 타이어 성능은 트레이드 오프 관계에 있다. 마른 노면 제동, 젖은 노면 제동, 조향성, 승차감, 마일리지 등 타이어 성능을 규정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런데 한 성능을 높이면 구조 상 다른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균 90점'은 가능해도 '만점'을 받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짧은 주행이었지만 프라이머시4가 젖은 노면 제동성을 높였음에도 승차감이나 소음. 조향성능에서 손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개선됐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나몰라라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제품 사용 기간 전반에 걸쳐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이 반가웠다. 운전자가 타이어에 가장 기대하는 상품성은 다름 아닌 안전성이다. 그래서 교체하기 전까지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타이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향후 타이어 시장의 변화가 기대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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