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ES300h 안정되자 LS 부각에 집중

 지난해 렉서스가 한국에 판매한 ES는 8,900대 가량이다. 벤츠 E클래스 및 BMW 5시리즈와 비교해 주목할 만한 숫자는 아니지만 여러 문제를 겪었던 아우디 A6에 견주면 한국 시장에 안착한 것이나 다름없다. 좀처럼 경쟁 제품과 비교되는 것을 싫어하는 렉서스라 하더라도 시장에선 소비자들이 비교하니 독일차 판매가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단일 차종으로 이룬 성과는 그만큼 ‘렉서스(LEXUS)’라는 브랜드가 국내에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자 렉서스의 시선은 서서히 ‘LS’로 향하고 있다. ES가 안정된 고지에 오르자마자 LS를 통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제네시스 G90 등의 시장을 두드려 이제는 플래그십에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의도다.

 렉서스가 LS 띄우기에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세대 변경을 거치면서 그만큼 제품력이 보강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플랫폼 GL-A를 도입하면서 낮고 넓어져 웅장함을 갖췄고, 시그니처로 알려진 스핀들 그릴의 크기도 키웠다. 16개의 LED로 구성된 방향지시등과 주간주행등은 간극이 없어 깔끔함을 더했다.

 최근 플래그십에서 중요 항목으로 떠오른 HMI(Human Machine Interface)는 LS 진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전석에서 최소 움직임만으로 각종 기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래서 LS를 하이엔드 오너 컨셉트로 인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키리코(KIRIKO) 패턴의 장식 조명은 실내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하지만 VIP 좌석에 앉으면 분명 쇼퍼 드리븐에 훨씬 더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앞좌석 헤드레스트를 접을 수 있고, 22방향의 시트 조절이 가능하다. 앞좌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착시키면 상당히 넓은 레그룸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시트를 플랫에 가깝게 조절하면 마치 항공기 프리미엄 좌석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편안하게 시트를 만든 뒤 하이브리드의 전기 시스템으로 구동되면 실내는 상당히 정숙해진다. 물론 전기모드가 끝나고 V6 3,456㏄ 엔진이 작동하면 소리가 순간 거슬리기도 하지만 이는 전기모드가 워낙 조용하기에 느끼는 일종의 상대적 소음일 뿐이다. 차라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으면 애초에 나올 수 없는 아쉬움이지만 렉서스에게 하이브리드는 일종의 철학과도 같은 것이어서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 대신 렉서스 특유의 진동 및 소음을 최대한 억제하게 된 것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반사효과'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당 161g에 불과하고 효율은 ℓ당 10.6㎞에 이른다. 제네시스 G90 3.8ℓ GDI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212g, 벤츠 S클래스 350의 197g과 비교해 하이브리드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렉서스가 LS를 통해 가져가려는 브랜드 이미지는 '친환경 플래그십'이다. 고급차일수록 대배기량 탓에 배출가스 또한 많을 수밖에 없는 '배기량의 역설'을 극복하는 차원이다. 그리고 렉서스의 전략은 서서히 힘을 얻는 중이다. 최근 글로벌을 중심으로 배기량 기준과 관계없이 배출가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름을 많이 소비하면 배출가스가 많다는 점에서 배기량이 큰 차일수록 더 많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배기량과 관계없이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부담금과 보조금을 지급하려는 제도가 대표적인데, 국내도 지난 2015년 도입이 추진됐다가 2020년으로 연기된 ‘저탄소협력금제도’가 이미 마련돼 있다. 배출가스 많으면 부담금을 부과하고 적으면 오히려 인센티브를 준다.

 물론 LS의 브랜드 이미지만 고려하면 국내에서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에 아직은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벤츠와 BMW에는 없고 렉서스에만 있는 하이브리드 장점을 환경에 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로 삼는다면 플래그십에 대한 시각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 외 제품력만 놓고 보면 달리 흠 잡을 곳이 없어서다. 오히려 경쟁 대비 우위 요소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플래그십 중 하나를 고르는 데 있어 여전히 브랜드의 힘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브랜드 인지도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환경'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국 내에서 렉서스가 'LS'에 기대를 거는 이유이자 배경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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