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기반의 플래그십 세단과 SUV
-전동화에서 볼 수 없는 내연기관의 주행감성 인상적
국내 수입차 시장은 오래 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중화를 유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의 주력 제품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높은 성장세와 함께 일부 국산차보다 많은 등록대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이들을 경험했던 소비자들은 보다 가치가 높은 브랜드와 제품으로 시선이 다시 또 이동하기 마련이다. 이탈리아 태생의 마세라티도 그 대상 중 하나다.
마세라티는 프리미엄 독일차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100여년 역사와 모터스포츠를 바탕으로 연륜을 쌓아온 고급 브랜드다. 그란투리스모, 기블리, 콰트로포르테로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오다 2016년 글로벌 흐름을 반영한 SUV '르반떼'를 통해 제품군 다변화를 이루기도 했다. 이 가운데 플래그십 세단 콰트로포르테 S Q4와 고성능 르반떼 GTS를 통해 브랜드 및 제품적 가치를 확인해봤다.
▲기함의 품격, 콰트로포르테 S Q4
콰트로포르테는 1963년부터 마세라티를 대표해 왔다. 현행 제품은 2013년 선보인 6세대로 날카로우면서도 우아한 외관이 매력적이다. 마치 8등신 몸매에 딱 맞아 떨어지는 수트의 느낌이다. 전면부는 마세라티 특유의 음각 그릴과 헤드램프를 낮고 넓게 배치해 스포츠카의 자세를 만들어냈다. 측면은 실내공간을 늘리고 후드와 데크를 길게 빼내 실루엣을 연출했다.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이지만 면의 흐름을 유연하게 처리해 쿠페를 떠올리기도 한다. 펜더엔 3개의 배출구 장식을 마련해 마세라티임을 알린다. 후면부는 길게 뻗은 트렁크 리드, 가로형 테일램프를 적용해 다소 평범한 모습이다.
실내는 검정색, 빨간색 투톤으로 처리해 강렬하다. 물론 더욱 파격적인 색상도 주문 가능하다. 천장, 시트를 포함한 주요 트림은 가죽과 알칸타라로 가득 채웠으며 대시보드는 고광택 패널을 덧대 피아노를 연상케 한다. 시트는 기하학적인 패턴을 넣어 단조로움을 피했다. 3,170㎜에 이르는 휠베이스는 엔진을 비교적 뒤쪽에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뒷좌석은 롱휠베이스 세단의 레그룸을 확보했다. 앞좌석이 쿠페의 역동성을 보여준다면 뒷좌석은 정통 세단의 안락함을 선사하는 셈이다.
엔진은 V6 3.0ℓ 트윈터보를 탑재해 최고 430마력, 최대 59.2㎏·m를 발휘한다. 길이 5.2m, 공차중량 2t이 넘는 거구를 지녔지만 엔진회전수를 높이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덩치를 잊게 만든다. 특히 배기음은 고급 오디오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믿고 듣는 마세라티' 슬로건이 너무나도 잘 들어맞는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을 명쾌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조율이 됐는데, 각 주행모드(I.C.E, 일반, 스포츠)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패들시프트가 없어도 될 지경이다.
차명 'S Q4'는 고성능 4WD 시스템을 의미한다.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주행안정성도 어느 정도 더 확보했다는 뜻이다. 엔진이 프론트 미드십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늘어난 휠베이스도 주행안정에 한 몫 한다. 무게 배분, 섀시 기반의 롤링 억제력은 평범한 플래그십 세단보다 GT에 가깝다. 물론 주행모드를 바꿔 더 빠듯하거나 나긋하게 달릴 수도 있다.
▲SUV의 탈을 쓴 본격 스포츠카, 르반떼 GTS
르반떼 GTS는 2016년 국내 출시된 르반떼의 고성능 버전이다. 그러나 겉보기엔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외유내강형이다. 외관은 마세라티 세단의 정체성을 SUV 차체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다. 알피에리 컨셉트를 닮은 전면부, 콰트로포르테를 부풀린 듯한 측면, 프레임리스 도어 등 브랜드 DNA를 고루 새겼다. 그러나 그릴 패턴과 범퍼 흡기구 등 세세한 부분을 달리해 차별화했다.
실내는 두툼한 피에노 피오레 가죽으로 마감해 화려하다. 스티어링 휠과 함께 아낌없이 사용한 카본파이버 트림 역시 차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새로운 디자인의 시프트 레버도 일반 제품과 차이점이다. 센터페시아는 세로형 송풍구 탓에 모니터가 비교적 작게 들어갔다. 그럼에도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을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큰 편이지만 잡기 편하도록 설계했다. 아래가 평평한 D컷을 채택할 것 같지만 원형으로 고집을 부렸다. 정통(?)에 익숙한 소비자를 위한 배려로 읽혀진다. 그리고 큰 차체답게 공간활용도는 높다. 뒷좌석은 6:4 비율로 접을 수 있으며 적재공간은 기본 580ℓ를 제공한다.
엔진은 페라리와 같은 V8 3.8ℓ 트윈터보다. 최고 550마력, 최대 74.7㎏·m를 뿜어낼 수 있다. ZF 8단 변속기와 함께 0→100㎞/h 가속은 4.2초에 끝낸다. 고성능은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느껴진다. 언제든지 튀어나갈 준비가 돼있으니 마음껏 달려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다. 실제 가속력은 최대토크가 즉시 뿜어져 나오는 전기차에 버금갈 정도로 인상적이다. 그러나 8기통의 우렁찬 엔진음은 조금 무디다. 그럼에도 제한없이 292㎞/h까지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스포츠모드를 가동하면 엔진은 더욱 요동친다. 계기판의 모든 바늘이 시원하게 회전하고, 고속 주행안정성도 상당히 높다. 에어서스펜션을 활용해 지상고를 낮추고 앞바퀴에 일부 구동력을 나누는 AWD 시스템 덕분이다. 연료효율은 복합 기준 ℓ당 5.7㎞으로 슈퍼카 수준을 보여준다.
동력성능 만큼이나 돋보였던 부분은 핸들링이다. 분명 시트 포지션은 SUV인데 몸놀림은 스포츠 세단 같다. 간간히 운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듯한 야성적인 매력을 보여주기도 해 운전이 재미있다. 마세라티가 이 차를 두고 "SUV가 아니다"라고 하는 이유가 타면 탈수록 명확하게 드러난다.
▲총평
두 차는 고급스러움보다 역동성에 가까운 브랜드 특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차종의 특성에 따라 다른 부분도 있지만 본질은 모터스포츠에 근간을 둔 역동성이란 의미다. 그래서 여느 라이벌보다 더 젊고 강한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콰트로포르테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가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 같다. 그들만의 웅장한 느낌보다는 고혹적이고 성격이 강하다. 르반떼도 맥을 같이 한다. 외관부터 SUV보다 세련된 패스트백 같고 달리기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날렵하고 관능적이다. 순수 내연기관의 막바지(?)에 마세라티는 절정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가격은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스포츠 1억9,440만원, 르반떼 GTS 1억9,60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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